춘입운림경물신간변도행총정신(春入雲林景物新澗邊桃杏摠精神) 구름 든 숲에 봄 오니 새로운 풍경들, 개울가 복사꽃 살구꽃 천지가 아득하네.망혜죽장종금시임수등산흥갱진 (芒鞋竹杖從今始臨水登山興更眞) 짚신 신고 대지팡이 짚어 지금 출발하니, 물 따라 산 오르는 즐거움 다시금 변함없네.「임거십오영을말. 조춘 기1(林居十五詠乙末. 早春 其一)」 회재선생의 옥산 ‘이른 봄’ 시 구절이다. 회재선생의 시조 구절구절 선비의 향기로 품어져 구성진 봄을 피워내고 있다. 시낭송가 심문희선생 읊조리는 시의 가락이 환청인양 구성지게 장단을 맞춘다. 독락당 마당 묵은 세월 수월찮게 손님을 맞았을 천년기념물 주엽나무 무성하다. 조각자나무로도 불리는데 수령은 450여년 독락당 울안 터줏대감이다. 중국사절로 다녀온 이로부터 기증받은 것으로 추측한다. 세월의 향기를 품어내는 향나무 산수유나무 동산의 대나무 등은 회재선생이 손수 심은 식수들이다. 옥산정사(玉山精舍) 현판글씨는 퇴계 이황선생 필체다. 역사의 흔적을 생생한 숨결로 지펴 논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23세 생원시 합격 후 사용했던 지관(紙冠)∙인종어찰(仁宗御札)∙고문서(古文書)∙벼루∙연적∙옥인(玉印)∙옥각대(玉角)帶)∙갓끈∙관자∙복두∙유서통 표주박∙젓대(笛) 등. 상여 대신 관(棺)을 운구한 굵고 긴 대나무막대기를 친견하면서 와 닿는 느낌은 눈물겹다 회재선생이 별세하자 죄인으로 누명쓴 장례를 도우려는 사람이 없었다. 타향의 엄동설한에 부친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밤낮으로 통곡하니 지나가는 객들이 도와주어 귀향길에 올랐다. 거짓 모함으로 귀양살이 시킨 문정왕후와 윤원형 일당들에게 또다시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 고심했다. 빠른 한양(서울)길을 택하지 않고 동해바다길 변방으로 숨어서 둘러왔다. 역적으로 몰린 유배지에서 맞은 주검이라 장례식 절차마저 선뜻 나서지 않는 암울한 현실이었다. 머나 먼 귀양살이 끝에 운명 달리한 부친의 시신을 고향산천으로 모시려 죽을힘을 다했다. 모함꾼들에게 들키지 않으려 동상으로 피고름 든 몸을 가누며, 상여도 곡소리도 감춘 기약 없는 시간에 애끓는 속울음만 삼켰다. 유품으로 남겨진 곧은 대막대기엔 피눈물로 얼룩진 피붙이 효성이 묻어난다. 양쪽 대막대기에 널을 동여매 썰매로 미끄럼 태워 운구한 기막힌 사연이다. 유일한 혈손 잠계공 이전인 부자지간(父子之間) 정 하늘도 통곡했으리. ‘무잠계 무회재’ 잠계공 아들이 없었다면 아버지 회재도 없었다 할 만큼 효심의 은혜 귀감인 아들이다. 평안북도 강계 유배지까지 동행해 자식 된 도리를 다했다. 부자간 문답한 『관서문답록(關西問答錄)』이 전해진다. 천지인, 하늘과 땅의 이치를 공부하고 인간의 도리를 실천하는 학문의 무량함이 선비의 향기로 우뚝하다. 독락당 옥산정사에서 13층 석탑이 보이는 정혜사지 옛터를 걷는다. 흙 담장을 끼고 민들레 제비꽃 살가운 풀꽃들의 향연에 영혼을 풀어내는 심신이 가볍다. 쉬엄쉬엄 시골정취에 취하다보면 닿는 정혜사지다. 정혜사지 13층 석탑은 아담한 자태 속에 품격이 새어나오는 통일신라 탑이다. 목탑의 형식을 겸비한 보기 드문 석탑의 양식으로 국보로 지정되었다. 조성 당시 쌍 탑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 한 기 훼손된 자취에 외톨이로 남아, 골 깊은 산새의 기(氣)를 받아 흐트러짐 모른다.『동경잡기(東京雜記)』 “정혜사는 자옥산 아래에 있다. 회재 이언적 선생이 소시에 여기에서 학업을 닦았다. 그 절의 창건한 연대는 어느 해인지 모르나 예로부터 전해오기를 신라의 고찰(古刹)이라 한다. 부처님 앞 탁자(卓子)의 다리에는 치화원년정월일조(致和元年丁月日造)라는 여덟 글자가 있고, 선생이 손수 쓴 동유록(同遊錄)이 법당의 북쪽 가운데에 있으며, 영잠(楹箴) 7구가 북쪽 벽 동창(東窓)에 있다. 후인이 그것들이 먼지로 더러워질까 저어하여 드디어 모두 그 글자를 새기고, 분을 칠하고 비단으로 가려놓았다. 옥산서원(玉山書院) 창건 후에 이로 인하여 완호사(完護寺)라 하였다.” 춘심산야백화신독보한음립간빈 (春深山野百花新獨步閑吟立澗濱) 봄 깊은 산과 들에 온갖 꽃 새로워, 홀로 거닐어 한가히 읊으며 개울가 서있네 위문동군하소사홍홍백백자천진 (爲問東君何所事紅紅白白自天眞) 봄의 신에게 묻노라면 자연이 피워낸 붉고 흰 온갖 빛깔 하늘의 뜻이라네. 회재선생 옥산 「임거십오영을말 모춘 기2(林居十五詠乙末 暮春 其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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