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현 경주문화재단 대표가 8일자로 취임 3주년을 맞았다. 오 대표는 취임 후 1년도 되지 않아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지만, 환경변화에 적절히 대처하면서 문화예술을 통한 경주시민의 일상회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지역문화예술인들을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쳤으며, 취임 후 2년 연속 경영평가 최상등급을 받으며 위기관리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에 본지에서는 취임 3주년을 맞은 오기현 경주문화재단 대표를 만나 그동안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어봤다. #먼저 취임 3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벌써 3년이 되었군요? 시간이 20대는 시속 20km의 속도로, 30대는 시속 30km의 속도로 지나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같은 공간에 살아도 사람마다 시간 흐름을 인식하는 속도는 다른 것 같습니다. 나이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저는 제 나이에 맞게 아주 고속으로 지나가 버려서 안타깝습니다.#그래도 3년은 짧지 않은 시간인데요, 그동안 성과도 있었고, 아쉬움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아쉬움이 더 많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가 감소 되면서 보건복지 분야에서는 일상회복을 앞두고 있지만, 문화예술분야는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공연과 전시는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만들고 즐기는 예술입니다. ‘현장성’과 ‘집합성’이 예술의 본질이라는 얘기죠. 그런데 ‘거리두기’와 ‘비대면’을 예술에 적용하다 보니,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낯선 상황이 전개됐습니다. 공연장과 전시장 관람인원을 제한하면서 공연전시 문화가 위축됐고, 온라인 공연을 통해서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자연히 예술가들이 관객과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예술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경주는 타지역에 비해서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됩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해외여행과 장거리 여행이 막히면서 경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다소 회복됐고, 경주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유지하면서 지역의 문화예술활동도 극심한 침체기에서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특히 경주국악여행을 비롯한 소규모 야외공연은 큰 차질 없이 진행됐고, 경주예술의전당 공연과 전시는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꾸준히 관객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6월 개최됐던 ‘반 고흐 특별전’에는 한 달여 동안 무려 1만2000명의 관람객이 방문했습니다. 역시 지난해 11월의 뮤지컬 ‘광화문연가’도 4회 공연이 거의 만석을 유지했습니다. ‘광화문연가’ 커튼콜 때는 출연배우들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오랜 기간 무대에 서지 못했던 공연자들이 모처럼 경주에서 관객을 만나면서 감정을 추스를 수 없었던 거죠. 이 모두 방역수칙을 잘 지켜준 관람객과 코로나19의 공세로부터 경주를 안전하게 지켜준 경주시 의료보건 담당자들의 노고와 투철한 직업의식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 이전과 ‘포스트코로나’ 즉 코로나19 이후 문화재단 사업의 방향이 많이 달라질텐데요, 경주문화재단은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계십니까? 코로나19가 전지구촌의 삶을 다 바꾸어 놓았듯이, 문화재단도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사업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문화재단의 고객이자 문화예술의 두 가지 큰 축은 ‘예술인’과 ‘관객’입니다. 예술인들이 우리나라 복지시스템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은 익히 아실 겁니다. 그래서 코로나 같은 재난이 닥치면 대부분 속수무책 상황이 됩니다. 문화재단은 기존의 지역예술인 지원사업을 단체중심에서 개인중심으로 바꾸고, 지원액수는 다소 줄이되 인원수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일종의 응급처방이었던 셈이죠. 한편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수립하지 않는 한, 예술인들은 늘 재난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주지역 특성을 활용해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과 지역예술인들이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현재 진행하는 국악공연 뿐 아니라 지역음악인 중심의 클래식 공연을 야외에서 개최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한편 문화재단 홈페이지에 들어오면 ‘예술인맵’ 즉 경주지역 예술인들의 지도가 올라와 있습니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관광지 부근 예술인들의 화실을 방문해서 작가와 대화하고 작업모습을 돌아볼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방문객들은 창작공간 방문을 통해서 품격 높은 여행을 할 수 있고, 예술가들은 방문객들과 접촉을 통해서 활동영역이 확대되는 이점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본격적인 시행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에 전국의 관광전문기자들을 초청해서 시범운영을 해봤는데, 무척 반응이 좋았습니다. #‘경주예술의 전당’ 공연내용이나 시설이 인근지역에 비해서 월등히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객들 만족도도 그만큼 높다고 평가하십니까? 경주문화재단은 11년 전인 2011년 경북에서 최초로 설립된 문화예술조직입니다. 초기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자리를 잡았고, 현재는 인근지역 새로 설립되는 문화예술기관의 모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 기준으로 보면 가동률이 90% 정도로서, 전국 200여개 공연기관 중 상위 20% 이내의 속합니다. 경상북도에서는 단연 최고 수준입니다. 공연장 시설도 우수합니다. 서울예술의 전당에 비해서 규모는 작지만 무대장치, 조명, 음향시설은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대공연장인 화랑홀은 지난해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통해서 시설을 개선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주예술의 전당을 전국 4대 공연장의 하나로 인정합니다.#그렇지만 아직 경주예술의 전당 문턱이 높다고 말씀하는 시민도 있습니다. 시민과 더 가까이 다가갈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예술작품도 관객이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저희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문화예술의 본질이 관객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기관들은 어떻게 하면 관객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까 끊임없이 고민해왔습니다. 엘리트주의와 민중주의에 대한 논쟁이기도 한데, 고급예술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어떻게 하면 대중문화를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국립발레단(4월)’, ‘소프라노 조수미(5월)’, ‘지휘자 정명훈(8월)’ 초청공연과 같은 클래식 공연 외에도,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5월)’, ‘장사익 김영임(5월)’, ‘하동균, 알리(6월)’ 등의 대중공연이 준비돼 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저희 경주문화재단 SNS 진성회원이 2만5000명 가량 됩니다. 물론 인근 도시 분들도 일부 포함돼 있지만, 대략 경주시민의 10%가 저희 회원입니다. 문화예술기관으로서 인적기반이 결코 약하다고 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만, 저변이 더 확대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겠습니다. 아울러서 시민 모두가 주체가 되는 문화민주주의의 실현도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생활예술인 발굴과 청년예술가 육성이 필요합니다. 경주문화재단에 소속된 ‘문화도시추진사업단’이 추진하는 ‘문화도시’사업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부분은 기회가 되면 나중에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경주문화재단이 단순히 공연전시만 하는 기관이 아니라 지역문화의 메카 구실을 하기 위해서는, ‘경주폐역’과 ‘황남동생활문화센터’ 같은 공간을 활용해 지역활동가 중심의 문화공동체를 형성하고 ‘문화도시탐사단’ 등을 통해서 시민주도의 문화기획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입니다.#네. 문화민주주의란 말이 굉장히 참신하게 들립니다. 앞으로 할 일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만,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문화예술의 본질은 행복추구이고, 변화는 나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민주주의 실현은 가까운 생활 속 권위주의 타파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지난해부터 경주문화재단은 모든 구성원들이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습니다. ‘선아님!’, ‘지혜님!’ 멋지지 않습니까? 문화예술을 통한 연대와 포용으로 일상회복을 위한 경주문화재단의 노력을 꾸준히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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