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내 첫 발생 후 만 2년을 넘기면서 경주지역 자영업의 명암이 엇갈렸다. 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3밀(밀접·밀폐·밀집) 업종’으로 지목된 업종의 사업장 수가 감소한 반면, 통신판매업 등 비대면이 가능한 사업장은 늘어난 것.
국내서 코로나19 확산되기 직전인 지난 2019년 12월과 2년 뒤인 2021년 12월 기준 국세청 ‘100대 생활업종 통계’에 경주지역만 별도로 뽑아내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100대 생활업종 중 ‘3밀’ 업종으로 지목된 간이주점, 구내식당, 노래방 등이 2년간 가장 많은 감소율을 보였다. 반면 비대면으로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는 통신판매업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통계는 소매, 음식점·숙박, 서비스 등 국민 일상생활과 밀접한 품목을 취급하는 업종의 신규창업·폐업 현황을 알 수 있는 지표다.
-3밀 업종 2년새 대다수 사업장 감소 분석 결과 경주지역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표적인 서민 업종인 간이주점(소주방 등)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2019년 말 149곳에서 2021년 말 102곳으로 47곳이 사라졌다. 감소율 또한 31.5%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회사나 공장 등 산업체 내 입점한 구내식당은 145곳에서 123곳으로 22곳(15.2%) 줄었다. 이어 노래방 20곳(190곳→170곳), 옷가게 11곳(532곳→521곳), 휴대폰가게 10곳(123곳→113곳) 등의 순으로 감소수가 많았다. 3밀 업종에 포함된 피시(PC)방은 43곳에서 39곳으로 4곳 감소했고, 목욕탕 역시 61곳에서 58곳으로 3곳 줄어들었다.
이외에도 가구점, 가전제품판매점, 여관·모텔 등 100대 업종 가운데 28개 업종이 2년간 사업자수가 줄었다.
2년 전과 같은 수를 유지하고 있는 업종은 곡물가게(34곳), LPG충전소(20곳), 세탁소(143곳) 등 7개 업종이었다.
동천동에서 소주방을 운영해오다 최근 폐업을 결정했다는 박모(여·59) 씨는 “코로나19로 단골마저 찾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데다 비싼 임대료를 더 이상 감당할 자신이 없어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면서 “그나마 2년 가까이 견뎌왔지만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성건동에서 피시방을 운영해온 최모(51) 씨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 3밀 업종에 속해 있던 다른 업종의 자영업자들도 버티기 힘들겠지만 피시방은 현재 폐업하거나 폐업을 준비 중인 사람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노래방을 운영하던 손모(60) 씨도 어려움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그는 “코로나19로 영업시간 제한이 이뤄지면서 월 임대료도 감당하지 못할 때가 많아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금융지원을 해줬지만 매달 이자만 갚을 뿐 원금 상환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중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의 조치로 당장 눈앞에 다가온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신판매업, 펜션·게스트하우스 크게 늘어 영업자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569곳에서 955곳으로 2년 사이 386곳(68.7%) 늘어난 통신판매업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고객을 직접 만나지 않고 비대면으로 영업이 가능한데다 기존 사업자의 통신판매 전환, 진입장벽이 낮은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통신판매업에 이어 펜션·게스트하우스의 사업자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490곳에서 765곳으로 275곳이 늘어 증가율은 56.1%를 기록했다. 전국에서도 2019년 말1만3638곳에서 2021년 말 2만182곳으로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국내여행으로 눈길을 돌린 사람들이 늘었고, 특히 야외활동을 선호하는 등 여행 소비패턴 변화가 공급 확대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같은 숙박업종인 여관·모텔은 231곳에서 224곳으로 7곳 줄었다.
커피음료점도 2019년 말 581곳에서 2021년 말 730곳으로 149곳(25.6%) 증가했다. 매장 규모별로 다르지만 비교적 창업 진입장벽이 낮고, 낮 시간 영업이 주로 이뤄지는 만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의 영향도 덜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실내장식가게(181곳→247곳), 한식전문점(3347→3510곳), 미용실(548곳→608곳), 교습소·공부방(252곳→309곳) 등이 늘었다.
3밀 업종에 속하는 헬스클럽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영업장이 24곳에서 32곳으로 33.3% 증가했다. 또 호프전문점은 107곳에서 108곳으로 1곳이 늘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혀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였던 여행사도 2019년 말 66곳에서 2021년 말 67곳으로 한 곳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사업장이 증가했다고 해서 모두 수익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 사업장 증가에 따른 과열경쟁과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
성건동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박모(여·49) 씨는 “최근 들어 주변에 식당이 개업을 했지만 경기 불황으로 모두 장사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식자재비와 가스요금, 기름값 등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굉장히 떨어지고 있지만, 음식가격도 올리지 못하고 주변 식당 눈치만보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사업자도 “그동안 영업제한으로 고객들이 특정 시간대에 몰렸던 가운데 사업장이 늘어나면서 그나마 한정된 고객들이 분산돼 매출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면서 “물가와 인건비 등은 올랐지만 경쟁업체가 늘면서 이용요금을 올릴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전체 사업장 수는 2년 만에 10.5% 증가
2021년 말 기준 경주지역 전체 사업장 수는 한식전문점이 3510곳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통신판매업이 955곳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펜션·게스트하우스(765곳), 커피음료점(730곳), 미용실(608곳), 옷가게(521곳), 분식점(423곳), 식료품가게(383곳), 교습소·공부방(309곳), 자동차수리점(301곳) 등의 순으로 상위 10위였다.
100대 생활업종 전체 사업장 수도 2019년 말 1만4206곳에서 2021년 말 1만5697곳으로 1490곳(10.5%) 증가했다.-손실 여부 파악해 정밀한 지원책 마련해야 이처럼 코로나19 사태가 2년을 넘기면서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린 가운데 수익에 미치는 영향도 제각각이어서 정부나 지자체의 향후 지원책이 좀 더 정밀하게 수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경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정부나 지자체가 구체적으로 파악해 큰 손해를 입은 자영업·소상공인에게 집중적으로 보상해줘야 한다”면서 “전체 소상공인에게 소액을 골고루 나눠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기름 값 폭등으로 물가가 치솟으며 다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역대책으로 피해를 본 서민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교한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