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초점 렌즈 안경을 착용하고 있다. 멀리 있는 것도 잘 보이지 않고 가까이 있는 작은 글씨는 안경을 벗어야 잘 보이기에 다초점 렌즈의 안경을 착용했다. 한마디로 노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안경을 쓴 사람은 겨울이 불편하다. 찬 곳에서 더운 곳으로, 더운 곳에서 찬 곳으로 나가게 되면 불편함이 참으로 크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그러면서 드는 몇가지 단상이 있어 행복한 미소와 함께 불편함으로 인해 배우는 것이 있음에 즐거움이 솟아난다. 기분이 좋다. 떠오른 생각 하나는 속담이다. ‘사람이 산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돌부리에 부딪혀서 넘어진다.’ 먼 곳을, 허공을, 상상 속에서 걷지 않고 발끝을 보고 걷고, 아주 디테일한 것을 잘 살피고 조심하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바위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땅 위에 조그맣게 올라온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등산화 속에 들어있는 작은 모래알 하나로 정상 등정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사건사고, 실패사례를 보면 디테일에 소홀해서, 설마라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해서 대충대충, 설렁설렁해서 대참사로 이어진 것을 알게 되면서 전율을 느끼게 된다. 사람이 이것 밖에 되지 않는가,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간이 이 정도로 밖에 할 수 없었는 가라는 것을 보게 된다. 인간이 이성적이고 최고의, 최적의 지혜로운 판단을 하고 행동을 한다는 믿는 것은 어리석음 자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디테일에 지독하리만큼 집착하고 재삼재사 확인하고 그 기준까지 올바른지 합리적 비판과 궁리를 하여 의심의 여지가 없을 때까지 전진하고 그 일에 일생을 바치는 분! 우리는 이와 같은 분들을 장인, 마이스터라 부르며 존경한다. <생활의 달인>이란 프로그램을 보면 놀라는 경우가 한두 번 아니다. 떠오는 생각 또 하나는 ‘예리한 눈’이라는 의미의 ‘이글아이(Eagle Eye)’라는 단어이다. 모든 맹금류와 마찬가지로 독수리는 시력이 매우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이글아이라는 단어가 높이 날면서도 멀리, 넓게 보면서도 아주 예리하고 날카롭게 빠뜨림 없이 지상을 스크린한다는 의미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만약 누군가가 ‘이글아이’라면 모든 것을, 심지어 작은 디테일까지 알아챈다는 뜻이고 누군가를 ‘eagle-eyed’라고 한다면 굉장히 주의 깊게 보고 모든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생물학자에 따르면 독수리는 뇌 중 시각(視覺)에 관여하는 부분의 비율이 사람보다 일곱 배나 크며, 시력은 6.0이며 시속 320km의 속도로 비행하며 한번에 6400km을 날 수 있으며 5000m 고도를 넘나든다고 한다. 고대 전설에는 ‘독수리들의 왕은 깜빡이지도 않고 태양을 바라볼 수 있으며 달빛 아래서도 아득히 먼 땅에서 움직이는 토끼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는 설명도 있다. 관점과 사고를 디자인하고 보는 높이(시각)와 보는 넓이(시야) 그리고 지혜를 찾아내고 구체화하고 행동하는 힘(慧眼力)을 어떻게 강화하고 살펴보고 변화줄 수 있을까? 다양한 산업이 천지창조하듯 재편되고 명멸하는 요즘 앞으로 무엇이 가치를 창출하고 어떤 전문성과 역량, 경쟁력이 우리의 안위를 지켜줄지 예측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그러나 전략/기획/인사부서의 리더라면 본인이나 구성원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보내고 솔선수범하여 산업재편과 경계재창조의 시기에 대비하고 First Mover로 동행할지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인식을 공고히 하는 것에서 시작할 것이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지리인식), 나는 언제쯤에 있는가?(역사인식),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가?(시대인식), 나는 무엇을 해야하는가?(소명의식) 오늘 아침 가리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주는 은행나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현미경의 시각과 망원경의 시각이 동시에 필요한데 이를 어떻게 갖추어 나가고 함께 나눌 수 있을까? 춘분이 함께 하는 주이다. 문자 그대로 나무는 실가지까지 온몸이 근질근질하며 꽃과 잎사귀를 피우며, 씨앗은 온 힘을 다해 싹을 대지 위로 내민다. 힘이 느껴진다. 희망이 꿈틀거린다. 바로 이런 때 30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한 사람의 화두이다. 반월성 잔디에서 학창시절 백일장을 하던 날의 설레임으로 새로운 출발을 스스로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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