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사람들마다 지지하는 후보가 달라서 희비가 엇갈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이 필자도 선거철이 되면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될 것인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른 한편 필자는 선거 전후의 여론조사에 촉각을 세운다. 선거철이 되면 여러 언론기관에서 여론조사를 하여 각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을 예측한다. 필자는 여론조사에 의한 예측과 개표 결과가 일치하는지 지켜본다.
이번 대선에서 출구조사는 지상파 3사와 또 다른 방송사 한 곳에 의해 수행되었으나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누가 당선되고 누가 낙선되는 것을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만큼의 표 차가 나는 것도 유권자들 관심의 대상이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 당선과 낙선의 표 차이는 0.6%라는 것이 보도되었으나 한 방송사 단독 출구조사 결과는 0.7%로 낙선자가 이기는 것으로 예측되었다. 결국 약 0.1%의 오차가 있었으나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의한 예측이 맞았다.
대선 여론조사를 할 때 표본 수는 대략 1500명 전후다. 이번 출구조사의 경우 표본 수는 7만3000여명 이었다. 표본 수가 많으면 그만큼 신뢰도가 높고 오차 범위도 작아진다. 대선 결과와 두 후보 간의 표 차이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였다는 것은 여론조사 기관이 출구조사를 객관적으로 수행하였다는 것을 시사한다. 반면 이 예측을 잘못한 방송사의 경우 조사 방법론 상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표본조사는 일상생활에도 무의식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이나 과거 군대나 학교에서 청소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으로 한 곳을 스윽 문질러 보는 것이 좋은 예다. 또 김치찌개를 끓일 때 양념과 조미료를 넣고 국자나 숟가락으로 조금 떠서 맛을 보는 것도 모두 표본조사에 해당된다. 표본 수가 무작정 많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찌개 맛을 너무 많이 보면 나중에 먹을 것이 없어져 버릴 수가 있으니 말이다.
고고학도 표본조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넓은 지역에 유물·유구가 얼마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표본조사가 필요하다. 넓은 사업부지 내 토기나 기와 혹은 자기편이 몇 개 발견되었다고 해서 공사 지역을 전부 다 발굴할 수는 없다. 시간과 경비 절감을 위해서 표본조사가 필요하다. 고고학에서는 넓은 사업지구에 유물과 유구가 많지 않다고 판단될 때 ‘표본조사’라고 하여 전체 면적의 2%를 조사한다. 반면, 문화재가 비교적 많이 유존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전체 면적의 10%를 조사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조사기관이나 공사 발주처 모두에게 합리적이다.
과거 고고학에서 표본추출의 개념에 대한 이해 없이 수행한 연구들이 많았다.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재고할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 고인돌[지석묘] 사회 연구가 대표적이다. 고인돌의 덮개돌이 큰 것은 눈에 잘 띈다. 큰 덮개돌 한두 개를 자의적으로 선택해서 연구를 수행한 경우가 많았다. 적지 않은 연구자들이 ‘큰 바위의 채석과 운반’과 이들을 ‘묘광 위에 올리는 작업’ 그리고 ‘그 무덤 안에서 출토된 화려한 청동유물’을 강조하였다. 중장비 없이 큰 덮개돌의 고인돌 축조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였고 이 무덤에 묻힐 수 있는 사람은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정치적인 권력을 소유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았다. 그리하여 그 사회는 ‘계급사회’로써 ‘권력세습’까지 하였던 것으로 현금 대부분의 국사 교과서에 서술되어 있다.
이러한 추론을 표본조사 관점에서 보면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우선 고인돌 덮개돌이 큰 것만이 아니고 중·소형도 많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큰 덮개돌을 가진 고인돌만을 연구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표본추출에 문제가 있다. 이는 마치 여론조사를 할 때 특정 후보자의 혈연과 지연 그리고 학연이 있는 유권자들을 선택해서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표본추출은 기본적으로 ‘무작위’로 해야 한다. 이 절차를 무시하면 편견이 개입하게 되고 올바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대부분의 고고학 연구자들이 고인돌 사회는 계급사회라고 본다. 덮개돌이 큰 고인돌은 지배자의 무덤이라고 해석하지만 재검토의 여지가 많다. 표본추출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올바른 표본추출로 조사를 진행한다면 고인돌 사회는 평등사회였다는 것으로 판명될 수도 있다. 향후 표본추출을 통해 고인돌 사회에 대한 다른 각도에서의 접근이 절실하다. 우리 학계에서 재고의 여지가 있는 고인돌 사회에 대한 해석을 무의식적으로 답습하고 기존 학설을 비판없이 수용할 경우 학문 발전은 요원하다. 마치 한 방송국이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잘못 예측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번 대선 출구조사 결과는 내게 다시 한 번 표본조사의 중요성을 각인시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