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복사지의 발굴조사 성과와 역사적 의미’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가 17일 경주힐튼호텔에서 열렸다. 경주 낭산의 북동쪽에 위치하는 황복사지는 654년에 의상대사가 출가한 곳으로 알려진 유서 깊은 사찰이다. 1942년 황복사지 삼층석탑(국보)을 해체 수리할 때 발견된 사리함에서 ‘종묘성령선원가람’이라는 명문이 확인돼, 종묘적 기능을 한 왕실사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경상북도, 경주시와 함께 황복사지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차례에 걸쳐 시·발굴조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유적의 성격, 내부 공간구조 그리고 역사적 가치를 밝힐 수 있는 유구를 비롯한 다량의 유물을 출토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경주 황복사지 발굴조사 성과를 고고·역사·건축학적 시각에서 검토하고, 역사·문화적 가치와 복원 정비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주제발표는 기조강연인 △낭산과 황복사(주보돈, 경북대학교 명예교수)를 시작으로 △경주 황복사지의 역사적 가치 및 특성(김복순,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경주 황복사지 발굴 성과(김희철, 성림문화재연구원), △경주 황복사지 삼층석탑의 제작 시기와 사지와의 관계(김지현,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경주 황복사지 가람 조영과 변천(최태선, 중앙승가대학교), △경주 황복사지의 건축적 고찰(한욱, 국립문화재연구원), △경주 황복사지 유적 정비 방향(김창섭, 신라문화유산연구원)으로 나눠 진행됐다.
성림문화재연구원 김희철 조사기획부장은 ‘경주 황복사지 발굴 성과발표’에서 “황복사지 삼층석탑 동쪽에 위치한 폐왕릉지 및 사역일대에 조사 결과 동편에 위치한 폐왕릉지는 조성단계에서 폐기된 효성왕 가릉으로 추정됐고, 폐기된 후 왕릉의 석물 중 탱석에 사용된 십이지신상은 낭산 동쪽에 위치한 능지탑의 부재로 재사용됐으며, 남은 석물 및 미완성 석재는 8~9세기 건물지 부재로 재사용됐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복사의 사역은 4차 조사에서 북쪽 사역과 월성 동문에서 진평왕릉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1차 조사에서 황복사지를 지나 사천왕사지로 이어지는 남북가람의 폭 18m의 대형도로를 확인했다. 이는 신라왕경의 구획이 보문들 일대까지 조영됐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며, 정궁인 월성과 직선도로로 이어지고 있어 중요한 왕실사찰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 김창섭 팀장은 ‘경주 황복사지 유적 정비 방향’에 대해 “먼저 중단기 계획에는 발굴결과 확인된 사역 범위에서 중심사역과 주변 공간의 주요 유구를 중심으로 가람의 골격을 회복하는 사역 정비와 주변 환경 및 편의부대시설을 정비하는 관람 환경 구축이 있다”면서 “장기적인 유적 정비와 고증을 위해 사유지매입과 학술조사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계획에는 추가 발굴을 통한 전체 사역 규명과 고증연구를 통해 전체 가람의 경관 회복과 추가 정비구역의 환경정비 및 편의시설 확충과 주변 유적과의 연계 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 신청으로 선정된 인원만 입장했으며, 문화재청과 경주시 유튜브에서 생중계했다.
한편 문화재청과 경상북도, 경주시는 이번 학술대회의 결과를 토대로 경주 황복사지의 체계적인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미조사구역에 대해 연차 발굴조사를 시행, 신라왕경에 대한 조사·연구·복원·정비를 지속해서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