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규모 촛불집회를 발판으로 2017년 5월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일성은 적폐청산이었다.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없애겠다는 것으로 역사문화계의 우선순위는 청와대 경내에 있는 석불상의 경주 반환이었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불상 조사라는 요란한 변죽만 울린 채 ‘석조여래좌상’(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4호)에서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대한민국의 보물 제1977호, 2018년 4월)으로 명칭만 변경되었을 뿐이다. 이 불상이 청와대 경내에 깊숙이 갇히게 된 사연은 이렇다. 일제강점기 조선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다케[寺內正毅]가 1912년 11월 일본으로 가는 길에 경주를 순시하게 되고 당시 경주금융조합 이사였던 고다이라 료조[小平亮三]의 집에 들른다. 이 집 정원에는 경주 도지동의 이거사(移車寺) 터에서 옮겨온 석불상이 있었는데 총독은 이를 몹시 탐내었다. 고다이라 료조는 이를 눈치 채고 1913년 2월에 조선총독의 관저가 있던 서울 남산의 왜성대(倭城臺, 옛 안기부 자리)로 옮겨 진상하게 되었다. 이후 1939년 경무대(景武臺) 총독관저(구 청와대 자리)가 신축되어 이전하면서 이 불상도 따라 옮겨지게 된 것이다. 이 때 조선총독부 기록을 보면 박물관 기수(技手) 오가와 게이기치[小川敬吉]를 경주로 출장 보내어 불상 대좌 일부분을 찾고자 했음이 드러난다. 1939년 8월 복명서에 보면 “경주박물관에도 찾아보아도 없고 옮겨온 곳인 도지동(이거사지)에 가서도 찾지 못하였다”고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석불상의 원래 위치에 대한 경주 남산 설, 경주 모처 설 등 논란이 분분하였고 2017년 정밀조사 때에도 불상이 있었던 원래의 위치를 모른다는 이유로 경주 반환은 성사되지 못했다. 고다이라 료조가 이 석불상을 어떻게 입수하였고, 어디에 있었던 것인지를 밝혀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8년에 모로가 히사오[諸鹿央雄]가 1916년에 발간한 ‘신라사적고(新羅寺蹟考)’가 알려지게 되면서 이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이 책에는 “과거에 완전한 석불좌상 1구가 엄존했는데, 지난 다이쇼 2년(1913) 중에 총독관저로 옮겼다. 그 외에 목 부분에 손상이 있는 석불 1구와 후광(장식)이 있는 석불입상 1구, 석탑 1기(도괴됨) 등이 절터 부근 땅속에 묻혀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고향 경주로 돌려보내겠다”던 대통령의 말은 슬그머니 “옮겨온 원위치가 어디인지 밝혀지면 반환하겠다”는 말로 후퇴하더니 이제는 “불교계가 반대하기 때문에....”라고 말을 흐리고 있다. 일제에 의한 문화유산 현지이탈이라는 적폐청산이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의 친불교 거론으로 이거사 터 석불상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래, 1994년 김영삼 정부 때의 석불상 온전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때의 경주 반환요청,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경주반환 지시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간 여러 명의 대통령이 관여를 하였으나 이거사 터의 석불상은 청와대로부터 해방되지 못했다. 2017년 8월, 서울에서 문화재제자리찾기 시민단체가 ‘청와대 불상 제자리 찾기에 대한 진정’을 시작으로 같은 달 경주 시민단체가 ‘청와대 석불좌상 경주로 모시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KBS2 TV는 취재파일 K에서 ‘청와대 불상, 경주 가나?’를 방영하였으며, 급기야 9월에는 경주시의회가 ‘청와대 석불좌상 경주반환 촉구 결의서’를 채택하였다. 시민들은 경주문화재제자리찾기시민운동본부를 결성하여 청와대와 문화재청, 서울시에 반환을 촉구하는공식 의견을 전달하고 ‘일제강점기 불법반출된 청와대 경주 석불좌상 반환 요구 결의문’을 발표하였다. 2017년 11월 7일 경주시장실에서는 경주시장과 경주시의회 의장, 경주문화재제자리찾기시민운동본부 상임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민관합동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반환을 촉구하는 서한을 청와대(대통령)와 국회의장,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문화재청장, 행정안전부장관에게 전달하였다. 이제 제20대 대통령도 선출되었다. 청와대의 새 주인이 바뀌는 지금, 국민을 위한 대통령답게 청와대에 갇혀있는 이거사 석불상이 조속히 반환될 수 있도록 요청해야할 것이다. 대한민국 문화유산헌장의 첫 조항에는 ‘문화유산은 원래의 모습대로 보존되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한 때 ‘미남석불’로, ‘석굴암 불상의 축소 석불’로 명성이 난 청와대 불상을 원래의 자리에 원래의 모습으로 모셔와 안치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명칭도 ‘경주 이거사지 석조여래좌상(慶州移車寺址石造如來坐像)’으로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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