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주시와 경주문화원이 옛 기록으로 만나는 경주이야기 ‘역주 경주기행문’을 발행했다. ‘역주 경주기행문’은 한문으로 쓰인 경주기행문 30편을 모아서 번역하고 역주한 책으로 대부분 경주지역 선조들과 외부 유람객들이 직접 경주에서 보고 듣고 느낀 내용이 기록돼 있다.
대부분 신라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정보를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 기존 사서에 의존해왔다. 그러다 보니 신라의 유적과 유물이 후대 사람들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수용됐고, 어떻게 향유됐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반면 ‘역주 경주기행문’에서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자주 찾고, 관심 가졌던 경주의 유적과 그들의 감회를 담은 내용이 원문과 함께 소개되고 있다.
1580년 불국사와 석굴암을 여행한 이덕홍과 1590년에 불국사를 찾은 홍성민에 의해서 불국사와 석굴암은 당시에도 경주 최고의 명소였음을 알 수 있다.
김수흥이 1660년 기록한 ‘남정록’에는 ‘분황사 모전석탑은 마치 벽돌과 같고, 그 색은 검푸르고, 두드리면 강철 소리가 났다. 승려에게 물어보니, 이 돌은 평범한 돌이 아니고 전단토(旃檀土)며, 경주부의 동쪽 해변에 많이 있으며, 이것으로 불상을 만들 수 있어 먼 지방 사람도 또한 많이 실어갔다’는 내용이 전하고 있다. 이는 여행자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채록한 단순한 기록인 반면 분황사 모전석탑의 기원을 연구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내용임에 틀림없다.
최근 경북고전번역연구원 오상욱 원장도 경주 유기(遊記)를 소재로 번역된 ‘경주의 조선스토리1’을 발간했다. 그만큼 역사·문화·관광도시 경주에서 옛 선비들이 기록한 여행기는 오늘날의 경주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매개임은 틀림없다.
조철제 경주문화원장은 “신라의 천년 역사는 끝이 났지만, 여행자들이 남긴 경주에 대한 기행문과 시문이 많이 남아있다. 같은 유적이라도 보고 나타내는 여행자의 정감은 서로 다르다”면서 “이 책을 통해 신라 역사문화에 대한 담론이 더욱 풍성해지고 다채로워지길 바라며, 경주를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미발굴 된 경주기행문들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토대로 2차, 3차 저작들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역주 경주기행문’은 강석근 국제언어문학회장, 이채경 (전)경주시학예연구관 문화재과장, 이채경 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 초빙교수, 조철제 경주문화원장이 역주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