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도시육성법을 제정하고 그에 따라 법정문화도시 공모사업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기존 하드웨어 사업이 아닌 인력양성, 문화생태계 조성 등의 의미가 들어가 있다. 공모에 선정된 기초지자체에게 5년 동안 최대 200억의 예산을 지원한다고 되어 있다. 작년 12월에는 3차 문화도시 평가와 4차 예비문화도시를 선정한 바 있다. 1차에 7개 도시, 2차 5개, 3차 6개 도시가 선정되는 동안, 경주시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경주는 누가 뭐래도 자타가 공인하는 유서 깊은 역사문화도시 아닌가? 그런데 이 법정문화도시 지정에 경주의 이름이 보이지 않음은, 평소에 경주에 대한 생각과 기대에 어긋나 보인다. 물론 정부 사업은 얼마간의 지역 안배도 있고 특히 대형 정책 사업은 정치적 고려가 없다고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라면 경주로 등식이 되어야 할 판에 법정문화도시 이름에 보이지 않은 것은 자못 아쉽다, 지역소멸의 시대에 지역 간 문화생활의 불균형과 격차가 심하다. 지역 간 문화예산 격차가 심하고 지자체별 문화예산은 전체 예산 중 0.57%에서 13.28%까지 지자체별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사업은 우선적으로 소멸해가는 지역을 되살리고 국가균형발전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말하자면 이러한 사업은 지역문화생활의 지역불균형을 해결하려는데 성격이 맞춰져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맥락에서만 보면 경주시는 타 시군에 비해 문화적 기반이 비교적 우수하다고 하겠지만, 무엇보다 이 법정문화도시 사업의 성격은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위로부터 시행하는 사업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말하자면 풀뿌리 문화사업의 기획력과 자생력과 시민들의 문화마인드의 생산성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지역의 문화적 소프트웨어와 지역문화를 끌어가는 힘을 보는 것이라 하겠다. 문화자치역량을 시험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지속가능한 문화도시로 성장시키기 위해서 이사업을 주목하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도시가 되면, 문화를 통한 사회 활성화 및 지역 자치기반을 구축하게 될 것이다. 문화도시 활성화를 통해 도시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정주가치 확보, 문화가치 중심의 사회생태계에 기반을 두는 지역의 사회적 효과를 창출할 것이다. 그리고 문화적 재생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은 유휴공간이나 시설에서 문화적인 활동을 통해 지역을 재생시키는 것으로 원도심의 유휴공간을 시민의 힘으로 재생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문화도시는 지역의 시대에 지역에 사는 시민들에게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자존감을 부여할 것이다. 이러한 자존감이 곁들여진 삶의 모습은 당연히 역사문화도시로서 관광도시로서의 경주의 역량도 배가하리라 믿는다.
지금까지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된 몇 지자체의 특징을 요약해보면 장차 경주가 문화도시로 지향해야할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우선 그들 도시는 창조집단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문화예술을 즐기고 누리고 있다. 그리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아닌 주체로 키우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이들을 조화롭게 풀어내는 역량도 필요하다. 지역문화에 자긍심을 가지고 지역문화를 꽃피우려는 간절함이 보인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물론 문화기획가 양성도 필요하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람을 모으고 문화 학습능력을 길러야 한다. 지역에 필요한 전문가를 초청하고 머리를 빌려서라도 해야 한다. 경주는 오랜 역사문화도시로서 인프라와 자원은 풍부하다고 하겠지만 문화자치역량이 있는지 스스로 성찰해볼 때이다.
경주를 문화도시로 성장시키려는 간절함이 있는가? 이 간절함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경주시민이 문화기획의 주체가 되어 지역주민이 일상으로 문화생활과 활동을 통해 예술, 문화, 아름다움을 공유하는 매력적인 도시 거듭나기를 바란다. 그것이 역사문화도시로서 경주의 문화를 튼튼히 하고 경주 문화를 건강하게 가꾸는 길이다.
물론 경주시 문화관계 담당부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리라 본다. 그리고 정부사업의 선정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법정문화도시 사업의 선정에 따른 경주시 지역문화의 현주소와 역량을 진단할 필요가 있다. 문화도시 지정 이 한 가지를 넘어 진정한 역사문화도시로 거듭나는 일이다. 문화도시가 되어야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관광도시도 될 수 있다. 경주가 역사문화도시로서 김구가 말한 진정한 문화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