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대한 평소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영화가 있었다. 시드니 폴락의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1986)’다. 영화는 카렌(메릴 스트립 분)의 시각을 통해 아프리카의 재발견을 시도한다. 시각교정은 연인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 분)가 담당한다. 카렌은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점점 벗어나 아프리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된다. 아무래도 영화의 백미는 데니스와 카렌이 탄 경비행기에서 보여 준 아프리카의 대자연이다. 숨이 컥 막히는, 형언할 수 없는 광활함과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때 흐르는 음악이 모차르트 클라리넷협주곡 2악장이다. 모차르트 특유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압권이다. 이 음악은 영화의 도입부에도 차용된다. 마치 목동의 피리소리처럼 아프리카의 광야에 울려 퍼진다. 모차르트는 이 음악을 죽기 불과 2달 전에 작곡했다고 한다. 돈에 쪼들려 한정된 시간에 다작을 했던 시기다. 순전히 돈을 벌 목적이었던 오페라 마술피리, 거액의 선불을 받은 레퀴엠만으로도 벅찬 상황인데, 모차르트는 이 작품에도 손을 댄 것이다. 그를 궁휼히 여겼던 궁정악단의 클라리넷 주자 안톤 슈타들러(Anton Stadler)의 의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슈타들러의 배려는 결국 모차르트의 명을 재촉한 셈이 되었다. 모차르트 클라리넷협주곡은 그래도 가끔씩은 무대에 오르는 거의 유일한 클라리넷협주곡이다. 클라리넷이 주목을 받는 악기가 아니다. 그 결과 클라리넷협주곡 자체가 희귀하다보니 모차르트의 이 작품이 늘 주목을 받는다. 클라리넷은 목관악기 중에서도 가장 나무의 성질을 잘 구현하는 악기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나무가 있는) 대자연을 묘사하는 악기로 제격인 것 같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들리는 클라리넷 소리는 참 아름답다. 그러나 잘 들어보면, 그 애잔함에 깊은 슬픔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 슬픔은 곡을 만들고 두 달 만에 요절한 천재 음악가에 대한 애도의 표현이다. 영화에서는 카렌의 연인 데니스의 갑작스런 죽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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