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200명 남짓됐던 발생 초기, 코로나19에 걸리는 자체로 죄악시되고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때가 있었다. 위험하기도 했지만 우선 낯선 바이러스에 대해 막연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을 때고, 실제 치명률도 높았기 때문에 당연히 가질 수 있었던 두려움의 반증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 2월 28일자로 확진자 수가 300만을 넘어섰고 100만명 가까운 국민이 격리상태로 돌입했다. 그런데도 발생초기의 두려움이나 패닉은 거의 없다. 그간 백신도 3차례씩 맞았고 코로나 델타와 오미크론 두 번의 변이를 거치면서 바이러스 자체의 치명률이 상당부분 떨어진데다 방역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도 잘 가동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낯선 것에 대한 이질감이 사라진 것이 펜데믹 상황임에도 이 정도의 안정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 한 예가 김인현 씨의 가족에게도 일어났다. 김인현 씨의 부인이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확진된 것이 일주일 전, 더구나 김인현 씨 부인은 보건소에 근무하며 혼신을 다해 바이러스와 맞서 온 방역전사였다. 다행히 중증이 아니어서 부인은 자가격리에 들어갔지만 불철주야 방역과 싸워오던 부인이 덜컥 확진자가 되고나니 김인현 씨의 짠함은 누구보다 컸다. 그러나 그런 마음은 잠시, 김인현 씨는 그때부터 또 다른 오미크론과의 전쟁에 나서야 했다. 세상을 지켜오던 부인을 이제 자신이 지켜야 하는 한편 다른 가족들과 자신에게도 2차 감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해야 했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사람 각자 식사를 하기 위해 매끼마다 상을 4개씩 차렸다” 지난 2월 26일 김인현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전쟁의 한 토막이다. 상 차리고나서 돌아서면 다시 상 차리는 일과가 되풀이됐던 것. 그 외 환기 등 소소한 대처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재택 근무하며 회사업무까지 돌봐야 했으니 일인 다역의 일주일이 폭풍처럼 지난 셈이다. 도중에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인현 씨는 가족의 소중함과 가장의 의무감을 이번처럼 막중하게 느껴본 적 없다며 오미크론에 맞서는 의지를 다진 바 있다. 다행히 28일자 페이스북에는 테스트 결과 가족들 모두에게서 음성판정이 나왔다는 낭보가 올라왔다. 이 포스팅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붙었음은 물론이다. 오미크론을 감기처럼 알고 살아야 할지 모를 우리 모두의 일상이 김인현 씨 가족에게서 자연스럽게 들여다 보였다. 이제 누구에게건 예외 없이 일어날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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