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에 개봉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1995). 남편과 평생을 평범하게 살아온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 扮), 그녀의 죽음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자식들은 그녀를 아버지의 무덤 옆에 묻어주려 하는데, 유언장에는 화장해서 로즈먼 브릿지에 뿌려달라는 당혹스런 글이 남겨져 있다.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식들... 어머니의 유품과 일기장들...
프란체스카의 유품에는 평생 그녀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나흘간의 사랑과 그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 했던 그녀만의 세상이 들어있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사진작가인 로버트 킨 케이드(클린트 이스트우드 扮)가 사진촬영차 매디슨 카운티에 온 바로 그 날, 마침 남편과 두 아이는 일리노이 주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참가하러 집을 떠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운명적인 만남. 그들은 꿈같은 나흘 동안의 여름날을 보낸다. 나는 이 영화를 내 나이 스물여섯일 때 친구와 함께 봤다. 이십대 중반의 나이는 아직 채 익지 못한 나이였고, 영화를 이해하기에는 조금 어렸던 듯도 하다. 그때의 우리는 너무 철이 없었고,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자식이 어떤 의미인지도 느끼지 못할 때였다.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나와서 한참동안 경주 시내를 거닐었다. 그러다가 커피 한 잔을 하러 갔고, 그곳에서 친구가 물었다. 만일 네가 프란체스카였다면 어떤 결정을 했을 거냐고. 그때는 그 물음에 바로 대답했다.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번 오는 거라는 로버트의 대사가 생각이 난 까닭이다.
“그래, 일생에 한 번도 오지 않을 감정이고, 기회인데 떠나야지. 나는 떠날 거야!” “나두!”
한번 생각한 감정은 두 번을 되돌아 볼 틈도 없이 우리 둘은 의기투합했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내 나이가 오십을 훌쩍 넘었다. 프란체스카처럼 두 아이의 엄마에 정직하고 성실하고 착하고 자상한 남편과 평온한 가정을 이룬 지금, 그때의 물음에 다시 답한다면 난 주저 없이 “난 떠나지 못할 거야”라는 말을 할 것이다. 사람의 감정이 변해서가 아니다.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다.
아주 맛있는 과자는 아껴두었다가 조금씩 꺼내먹는 것처럼 아름다운 사랑은 추억 속에 넣어두고 힘들 때마다 조금씩 꺼내서 회상하며 살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비가 억수같이 내리던 그날, 로버트가 비를 흠뻑 맞으며 프란체스카를 기다리던 그날, 그럼에도 프란체스카가 차문을 열고 끝내 달려 나가지 못했던 그 마음을 오십이 지난 지금은 넘치도록 잘 알 것만 같다.
**박미희 작가 : 소티마을에서 브런치 카페 ‘로만티시’를 경영하며 그림 그리는 화가. 만다라를 즐겨 그리며 강렬하고 화려한 색채로 내면의 심리를 묘사하는 그림을 즐겨 그린다. 음식방면에도 탁월한 재능이 있어 한식과 양식부문 조리사 자격증을 갖춘 전문 요리사다. 특히 전통 된장 만들기에 남달리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직접 담근 된장을 로만티시를 찾는 고객들과 지인들, 건강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로만티시 장독대에는 전국에서 주문한 고객들의 된장이 독째 익고 있으며 갤러리 카페를 방불케 하는 로만티시 홀에는 박미희 작가의 그림들과 맛있는 음식 냄새가 늘 조화롭게 넘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