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산서원 ㅁ음자 공간으로 먼 듯 가까운 듯 봄을 알아차린 계절의 낌새가 유유자적하다. 기와지붕 처마 끝 고풍스런 흙 마당에 멍하니 서서 3월의 봄바람소릴 맡는다. 춘풍의 묵향에 실려 오는 옛 선비 글 읽는 소리, 두루마기 자락 풍류를 담은 허화열명인님 정가(正歌) 가락, 꽃샘바람결에 청아하다. 회재선생이 평생을 갈고 구하던 인(仁)의 철학사상이 가득 묻어나는 구인당(求仁堂) 강학공간이다. 공자가 설한 유교사상의 윤리적 기초가 되는 덕(德)의 함양을 인(仁)의 근본으로 곧추세우려던 심오한 철학이 경이롭다. 어질고 자애로운 인(仁)의 근본이 생성하는 만물의 이치는 아름답고 선하리라. “인의예지(仁義禮智)는 마음 바깥에서부터 나에게 녹아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본시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을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구하면 얻고 버리면 잃는다.”-맹자의 사단지심(四端之心)-① 측은지심(惻隱之心): 인(仁)남을 사랑하여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② 수오지심(羞惡之心): 의(義)불의를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③ 사양지심(辭讓之心): 예(禮)양보하고 공경하는 마음④ 시비지심(是非之心): 지(智)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마음 통나무층계사다리 세월을 풀어놓는 석봉 한호의 편액 묵직한 무변루(無邊樓)누각으로 오른다. 주염계가 찬한 “풍월무변(風月無邊)”에서 취한 글귀이다. 끝이 없다. 한계가 없다는 뜻은 인격과 학문의 깊이를 가늠하는 의미이다. 자연을 벗 삼아 심신을 수양하면서 공부했던 선비들의 자유로운 정신세계도 담겨져 있다. 무변루 편액 옆 작은 글씨로 ‘모자람도 남음도 없고 끝도 시작도 없다. 빛이여 맑음이여 태허에 노닐도다.(靡欠靡餘 罔終罔始 光歟霽歟 遊于太虛 미흠미여 망종망시광여제여 유우태허)’ 소재 노수신(1515~1590) 문장이 있다. 무변루 이름의 의미에 관한 주석 글이다. 소재는 회재보다 24세 연하후배다. 을사사화 19년간 유배생활을 함께했던 인물로 회재의 성품과 학문을 잘 알았다. 소재는 회재를 ‘당세무비(當世無比)의 학자’로 칭송했다. 무변루 마루 양옆으로 방이 딸려있다. 벽면의 마루문을 열면 서슴없이 들어오는 자옥산 풍광이다. 푸른 산 빛에 물든 정기를 받으며, 드높은 하늘과 흘러가는 구름에 심신을 안주시켰을 것이다. 자연경치와 맞물린 정서로 인격수양을 연마하고 학문의 뜻을 무한히 펼쳤을 무변루다. 아담한 한옥의 운치와 풍류가 묻어나는 쉼의 공간이다. 방 옆 발코니를 연상하는 소담스런 난간에서 바라보는 자계천 너럭바위 훤하다. 사산오대 중 마음을 씻는다. 즉 깨끗한 마음가짐으로 인격수양을 다스리는 ‘세심대’ 바윗돌 굳건하다. 이황의 글씨가 새겨진 한 덩이 진풍경이다. 달빛에 영그는 물소리 바람소리 자연과 인간이 한 뜻되어 우주에 안기는 사유의 폭을 ‘무변루’ 누각이 내어주고 있다. 봄이 익으면 다우(茶友)들과 어울려 찻자리 깔고 싶은 무변루 마루에 정적이 돈다. 무변루 누각 아래 통로를 거쳐 역락문을 나서면, 몸 풀린 자계천 물소리 한가롭다. 꽃눈으로 움트는 묵은 노거수나무덩치들 껍질 채 튼 살갗 게워내고 있다. 서원은 지식 함양뿐만 아니라 인격수양을 연마하는 역할을 동시에 추구했다. 조선시대 유교적 정신교육 문장 핵심은 4단계로 요약 된다.①위기지학(爲己之學)자기가 좋아서 스스로 하는 공부의 의미는 인격수양을 위한 것이다.②수기치인(修己治人)자기의 인격을 연마하고 나서 다른 사람을 다스린다. 모자라는 인격의 지탄받는 사람은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③정기이정인(正己而正人)자신이 먼저 인격적으로 바른 사람이 되어야 다른 사람을 바르게 한다. 백성들의 존경을 받으려 한다면, 바른 인격을 곧추세우는 것이 조선시대 유교 정치의 정신 었다.④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자기 몸을 수양하고 나서 자기 가정을 잘 이끈 후에 국가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정한다는 것이다. 유교문화는 인격수양을 갖춘 후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는 정신을 익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