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매년 이맘때, 졸업시즌이 되면 졸업식장에서 불리던 노래가 있다. 바로 ‘졸업식 노래’, 최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졸업식이 대폭 간소화되거나 비대면 졸업식으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졸업시즌이 무색할 정도로 졸업식 풍경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 아쉬운 현실이다.
더불어 전국 방방곡곡에서 펼쳐지던 졸업식 노래 대신 최근 이별의 아쉬움을 표현한 대중가요 ‘이젠 안녕’ 외국 민요인 ‘올드랭 사인’ 등이 더 불리고 있는 것에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치는 이가 있다. 바로 동학문화창작소 김성표 소장, 그를 만나 우리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는 졸업식 노래와 관련된 동학에 대해 들어봤다.
“1946년 광복을 맞이하고도 아이들이 부를 졸업식 노래가 없었던 시절, 당시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 선생이 아동문학가 윤석중을 찾아가 급히 간청하고, 윤석중은 정순철에게 작곡을 부탁해 하루 만에 만든 노래가 바로 ‘졸업식 노래’입니다”
졸업식 노래는 동시 반달로 유명한 윤석중 선생이 작사했고, 동요 ‘새나라의 어린이’ ‘짝자꿍’을 작곡한 정순철 선생이 작곡했다. 정순철은 해월 최시형선생의 외손자다.
“방정환과 함께 ‘색동회’를 만들어 어린이 문화 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던 정순철의 드라마틱한 삶을 먼저 소개하자면 동학 지도자 해월 선생을 잡아들이기 위해, 관군은 외동딸 최윤을 인질로 감옥에 가두고, 당시 옥천군수가 아전 정주현과 강제로 최윤을 혼인하게 해 낳은 아들이 바로 정순철입니다” 해월 최시형 선생은 경주를 떠나 35년간 두메산골을 피해다니며 고비원주했고, 동학 창시자 수운 최제우 선생이 남긴 글을 동학의 경전인 ‘동경대전’ ‘용담유사’로 간행한 인물이다.
경상, 강원, 충청도를 거쳐 보은에 거주하며, 보국안민을 위해 동학을 전국적 거대조직으로 만들어 나갔고, 1893년 3만명 이상 모인 보은집회 후 1894년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다. 당시 17세였던 김구 선생도 황해도 해주를 떠나 해월 선생님을 만나 동학에 입도하고, 팔봉접주로 동학농민혁명에 리더로 활약했다.
“정순철은 동요 ‘옛이야기’를 발표하면서 자신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에 대해 ‘낮이나 밤이나 홀로 외로웠습니다. 누나도 없고 동생도 없고,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의 따듯한 사랑도 모르고 지냈습니다’라고 언급했습니다. 어린 정순철이 집을 뛰쳐나와 서울로 올라온 것은 초등학교를 다니던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의암 손병희 선생의 배려로 보성중학교에 입학하게 되고, 이후 손병희 선생의 셋째 사위인 소파 방정환과 함께 일본 동경으로 유학을 떠나 동양 음악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하며 ‘색동회’를 만들어 어린이 문화운동에 전념했죠”
이후 1929년 정순철의 첫 번째 동요작곡집으로 알려진 ‘갈닙피리’가 출간됐다. 작곡집에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짝자꿍(우리애기행진곡)’을 비롯해 ‘까치야’ ‘길잃은 까마귀’ ‘여름비’ ‘봄’ ‘나뭇닙배’ ‘늙은 잠자리’ ‘물새’ ‘헌모자’ ‘갈닙피리’ 등 열곡의 동요가 실려 있다.
“정순철은 성신여고에서 음악교사로 활동하다가, 6·25 전쟁 중 납북돼 행방이 묘연해진 것이 우리가 정순철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전국에서 졸업식 노래가 울려퍼지는 요즘, 아이들에게 슬픔과 기쁨을 나누기 위한 노래를 만들었던 의미와 그 당시 최고의 K-POP 아티스트 정순철, 윤석중 그리고 외솔 최현배 선생의 열정을 되새겨 보는 2월이 됐으면 합니다”
한편 충북 옥천에서는 정순철 기념사업회가 매년 ‘짝짜꿍 동요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정순철 짝짜꿍 어린이 합창단’은 노래를 통해 정순철 선생을 알리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달 ‘정순철 짝짜꿍 어린이 합창단’은 동학의 발상지 경주를 알리기 위한 취지로 경주동학문화창작소가 개사한 ‘동학은 흐른다~’(원곡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작곡 박문영) 노래 녹음을 위해 경북음악창작소를 방문했다.
“동학으로 근대화가 이뤄졌습니다. 경주동학문화창작소는 동학의 발상지 경주에서 시민들이 동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알리는 활동이 주된 목표입니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개사한 ‘동학은 흐른다~’를 발표한 것 역시 같은 취지입니다. ‘동학을 흐른다~’를 발표할 수 있도록 흔쾌히 저작권을 허락해주신 박문영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동학문화행사, 동학해설사 등 경주 동학의 의미가 시민들에게 쉽게 전달되고,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 컨텐츠로 동학문화를 재조명해 나가겠습니다”
한편 동학문화창작소는 4절과 후렴구로 구성된 ‘동학은 흐른다~’를 경주동학문화창작소 유튜브채널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