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기념물은 학술적 가치가 높아 보호와 보존이 필요한 희귀한 동물과 식물 등을 말합니다. 경주개 동경이는 역사적 가치, 학술적 가치와 희귀성을 갖춘 우리나라 축양동물 천연기념물 제540호입니다. 제1회 경주시민의 날(2008년, 백상승시장)에 신라개를 ‘동경이’라 명명하고 형태와 품종을 표준화한 백구, 호구, 흑구, 황구가 처음으로 시민에게 공개되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최양식 시장)에 혈통 고정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확보된 개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동경이는 21세기 경주의 문화재가 되었습니다. 혈통고정화 사업 시기에는 사료비가 확보되지 않아 사료마저도 구걸해야 하는 어려운 때도 있었지만, 연구자들의 희생과 재능 기부, 동호인들의 봉사로 이 시기를 버틸 수 있었습니다. 동경이를 담당하려는 부서가 없어 축산과에서 문화재과로, 문화재과에서 또 다시 축산과로 물 위의 쪽박처럼 한없이 떠돌아 다녔습니다. 최근 행정의 중재로 담당부서가 축산과로 되었지만, 문화재적 개념에서 경제성 동물로 전락되어 앞날이 훨씬 어둡게 되었습니다. 이제 겨우 몇 발자국을 뗀 동경이에게 요구하는 주문이 너무 많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무시되어 동경이의 미래가 불확실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대동물인 소에게 먹이고 남은 심장사상충(내부 기생충약)약을 동경이에게 먹이라고 요구하는 등 부당한 지시가 정답이 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동경이의 명견화는 연구자의 고집과 집념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혈통을 지키는 것은 집을 짓는 것과 같습니다. 건축주의 의지와 고집이 반영될 때 문화재급 건축물이 탄생됩니다. 불국사, 석굴암 등의 건축물들은 짓는 사람의 고집에 의해 시대를 대표하는 고건축 문화재가 되었습니다. 세계의 명견인 푸들은 18세기에 알려졌지만, 19세기가 되어서야 프랑스의 국견이 되었고, 1500년대에 알려진 영국의 비글은 1885년에 미국에 의해 AKC에 등록되어 세계적 명견이 되었으며, 1100년대에 알려진 꼬리 짧은 팸브로크(Pembroke)웰시 코기는 1935년에 세계적 명견으로 등록되었습니다. 세계의 명견들은 오랜 기다림과 투자의 결과입니다. 동경이는 공무에 의한 사회적 주문, 상업적인 주문이 너무 많습니다. 분양을 통한 수익 창출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랜 기간의 투자로 인한 시의 경제적인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만, 동경이가 회복할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현실에 제동이 필요합니다. 아직도 동경이는 잠 잘 수 있는 변변한 집이 없습니다. 현재는 문화재청의 국비 지원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현대식 사육장을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육장 신축마저도 전문가의 의견은 뒤로 한 채 그들을 위한 영혼의 집을 짓고 있는 중입니다. 또, 사육장의 설계도면이 기밀이라며 공유하지 않는 현실과 변변찮고 허술한 컨테이너 박스 사무실에 절차적 의미를 잃은 지문인식 출근 시스템이 설치된 동경이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2021년 전국적인 청렴도에 조사 결과에 보면 “중간 보직자의 행정적 갑질이 지자체의 청렴도를 떨어뜨리는 주요한 요인이다”라는 결과가 헛말이 아닌 듯합니다. 지난날 만났던 지역의 인사에게 “경주의 문화재를 팔아야 하는 시기에 동경이가 뭐 대수입니까”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고집스럽게 학자적 전문가의 양심으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앞으로 고집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아질 것 같아 두렵고 힘듭니다만, 동경이 연구팀은 다시 전진하고자 합니다. 동경이 명견화를 고집을 하는 전문가가 많을수록, 숙고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문화재적 가치가 높아지고 아울러 경제적 가치도 높아질 것입니다. 행정이 기다려 준다면 경제적 가치는 배가 되어 미래의 자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노자(老子)의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해보려는 욕심인 음지(淫志)를 내려놓는 것이 일을 원만하게 한다”는 의미와 같이 행정은 행정 분야에서만, 전문가는 전문성 분야에서만 뜻을 펼친다면, 동경이는 문화재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동경이는 신라인의 삶이 녹아 있는 신라 유일의 살아 있는 문화재이며, 경주인의 자산입니다. 동경이의 지킴은 시민의 참여와 관심에 의해 완성됩니다. 지킴에 함께 해 주시겠습니까,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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