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SNS는 즐거워’는 정미영 씨의 페이스북 원문을 그대로 소개한다. 깔끔한 글솜씨에 엄마에 대한 진심과 오누이 간 우애가 그대로 드러나 보는 이의 가슴을 따듯하게 한다. 좋아요 343명, 댓글 176개가 달린 최고로 즐거운 글이었다. 늦은 점심이었다. 항상 붐비던 식당도 나 혼자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막 나온 굴국밥을 한 숟갈 떠려는 찰나에 전화가 울렸다. 엄마였다. “야야 점심 먹었나?”며 묻는다. “응. 지금 막 먹고 있어”라고 대답하자, 내 얘기는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세상에 기미 제거하는 게 10만원이 아니었어?”라며. 얼마 전에 동생이 기미 제거한 걸 보며, 엄마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동생이 시술 받았다는 병원을 물어 물어서 간 모양이었다. 얼마 전에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손을 다치고 난 뒤에 몸이 많이 편찮으셨다. 혹시나 싶어 이틀 전에 뇌 MRI도 찍었다. 다행히 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엄마가 아프거나 목돈이 필요할 때마다 우리 형제는 모두 다 같이 분담한다. 이번 달 들어 여러 번 뭉쳤었다. 입안의 밥알을 씹으며, “응 얼마던데?”라고 물었다. 엄마는 “10만원인 줄 알고 갔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다시 강조했다. 생각보다 많이 비쌌다. “그래서 했어?”라고 물으니, “응 했어”라고 한다. 앞으로 네 번 더 가야 한다는 말과 함께. ‘나이도 많은데 좀 참지’라는 생각이 자꾸 들고 일어났지만 참았다. “응, 그래 지금 밥 먹고 있어서 나중에 연락할께”하고 전화를 끊었다. 사무실에 들어와서 형제톡을 노크했다. ‘똑똑’ 막내 남동생이 바로 ‘ㅇㅇ’이라며 반응이 왔다. “엄마 얼굴에 기미 제거술 받았다고 하네. ㅎ 대개 받고 싶었는가 보다”고 남겼다. 다행히 언니가 금액을 이야기하며, 엄마는 10만원인 줄 알고 갔다고 한다. 막내 남동생이 ‘헉’하며 짧게 내뱉었더니 엄마가 최근에 찍어서 가족톡에 올린 사진을 가지고 왔다. 눈 밑의 기미가 확연히 도드라져 보이는 사진이었다. 엄마의 사진에 모두 숙연해졌다. “일단 내가 ㅇㅇ만원 보낼께. 엄마한테 싫은 내색하지 말고 동생들도 성심성의껏 보태줘”하고 남겼다. 그러자 남동생이 바로 “나머지 내가 낼께”하며 답글을 날렸다. 동시간대였다. 감동의 쓰나미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뜨거워진 눈시울을 누르고 있는데 남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도 여잔데 나이 들면 더 가꾸고 싶은 거라며. 우리 키울 때 하고 싶은 거 다 해주지 않았냐며. 눈두덩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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