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꺼내 보는 시 한편이 있다. 바로 “설날 아침에(김종길시인)”이다. 연말연시, 그리고 설날을 앞두고 이 시를 찾아 여러 차례 읽고 지인과 공유하고 있다.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 새해는 참고 /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 중략 //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 한 해가 가고 / 또 올지라도 //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 고운 이빨을 보듯 //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김종길 시집, 성탄제, 1969)
이처럼 온기, 희망, 용기, 다짐, 사랑을 담은 시로 내게 다가오는 것은 많지 않다. 2021년을 보내고 2022년을 맞이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 하순이 목전이고, 설날이 저만치 와 있다. 지난해 말과 금년 초, 경주는 내게 무엇으로, 어떻게 다가와 머릿속에 각인되고 있을까?
매년 새해가 되면 습관적으로 언론사나 지명한 지인들의 메시지를 통해서 챙겨보는 것이 있는데, 바로 기업들의 신년사 및 경영전략 관련 키워드다. 기업의 역사나 규모, 국내외를 불문하고 경영자(CEO)의 신년사와 경영 관련 새해 화두는 많은 영감(Insight)을 준다. 새로운 방향과 특별한 과제, 그 기업의 경영이념에 맞는 도전의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연말연시 이러한 자료를 접하는 기대와 재미, 유용성은 매우 의미 있는 연례행사(?)이다.
이들 메세지들은 코로나 3년차인 2022년은 예측하기 힘든 변화가 파상적으로 몰려와 경영 지침을 설정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속에서 기회를 찾아 함께 하고, 따스한 인간애를 높여갈 수 있는 빛과 힘을 구하는 계기가 된다. 2022년 주요 대기업 신년사의 공통 키워드를 들여다보면 ‘사람과 고객’, ‘혁신’, ‘글로벌 리스크 극복’, ‘ESG’ 등이 대부분이다.
기업의 신년사와 신년 레포트를 찾아보면서 경주시장의 신년 관련 기사를 언론에서 찾아보았다. 경주시장의 신년사는 코로나19에 있어서는 국정과 맞닿아 있다. 경주만의 비전으로는 신성장 동력 집중 육성으로 고용안정화, 역사문화도시의 정체성 확립, 체계적인 도시재생 기반을 구축과 교통망을 확충, 「with 코로나19 시대」에 대비한 보건·복지 분야 대응역량을 강화 및 여성·아동 친화도시 조성과 명품교육 도시 실현, 농어업 경쟁력을 강화, 시민과의 소통을 통한 공감행정 등이다.
이런 과제들은 경주시민이 2022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설정하는 데도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시의 활동을 눈여겨보고 그 경과를 모니터링하고 얼마만큼 실천하는지를 감시하고 그 과제들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 피터 드러커가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 시킬 수도 없다.(If you can not measure, you can not manage)’고 했던 말처럼 시의 비전제시는 시민의 일상과 매우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마침 작년 말 경주역이 103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출향인의 입장에서 경주는 언제나 ‘마음의 고향’이고 그 고향을 떠날 때의 출발점이었던 경주역이기에 폐역 소식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헛헛해졌다. 통합 신경주역과 신설된 서경주역·안강역·아화역이 여객 업무를 이어가게 된다는 기사를 보았지만 중앙선 밤기차를 타고 새벽에 청량리역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서울에 온 스무살의 추억을 다시 살려볼 기회를 가질 수 없음이 못내 서운하다. 경주역에 대해 나와 유사한 상념을 가진 분들이 어디 한두 분일까? 서울만 해도 5만 이상의 출향인이 살고 있다고 보았을 때 그런 추억들이 새로 단장될 경주역을 통해 일부나마 남을 수 있도록 배려되기를 바라며 나아가 대한민국은 물론 해외관광객들에게까지 명소로 부각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