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 선수의 4대륙 선수권 대회에서 펼친 피겨 스케이팅 경기는 감동 그 자체였다. 더구나 1위 금메달이 차준환이고 2~4위가 모두 일본이었다. 남자 피겨 스케이팅 사상 처음 있는 멋진 승부였다. 아쉽게도 여자부에서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여자 싱글 이해인이 2위, 김예림이 3로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다.
차준환의 금메달 소식은 피겨 여제 김연아 선수 이후 무려 13년 만에 나온 희소식이라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특히 남자 피겨 역사상 금메들은 처음 있는 일이라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의 메달 가능성도 한껏 열렸다.
경주출신 도현경 씨가 차준환 선수의 우승 소식에 연지곤지란 표현을 써 이채롭다. 애국가에 맞추어 올라가는 태극기 양쪽으로 일본의 국기가 나란히 걸린 것이 마치 연지곤지 찍은 듯하다는 표현이다. “연아 이후 얼마만의 연지곤지인가. 감동~” 짧지만 많은 내용들이 함축적으로 들어 있는 재미나고 멋진 표현이다.
돌이켜 보면 김연아 선수가 주니어 국가대표로 맹활약할 당시, 일본의 아사다 마오, 안도 미키 등의 선수들이 김연아 선수와 줄곧 라이벌 관계로 다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기에서 김연아 선수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 아사다 마오 선수의 천재성이 빛을 잃었다. 그렇다고 아사다 마오 선수가 실력이 없었던 것도 아니어서 당시 김연아 선수만 아니었다면 많은 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었을 것이라 평가됐다. 심지어 안도 미키 선수 역시 아사다 마오 선수에 버금가는 역량을 가지고 있어서 김연아 좌우에서 연지곤지를 찍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신나는 순간들이 김연아 선수 이후 오래도록 멀어져 있다 차준환 선수에서 재현됐으니 얼마나 즐거운가.
차준환 선수의 이번 쾌거를 연지곤지로 표현한 도현경 씨는 경원대학교, 지금의 가천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 출신의 기량 있는 바리톤 가수였다. 서울에서 오래 음악 활동하다 지금은 함안에 터를 잡고 창원에서 직장생활하고 있다. 예술인다운 멋진 위트로 SNS를 꾸민 도현경 씨, 성가대와 직장에서의 취미로 노래를 즐기고 있다고 하니 아쉬우면서도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