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문(旌閭門)은 충신·효자·효부·열녀 등을 기리기 위해 사적(事蹟)을 기록한 정려기(旌閭記)를 게시한 문으로, 마을 어귀에 세워 많은 사람들의 귀감이 되도록 하였고, 독립된 건물형태의 정려각(旌閭閣) 등이 존재한다. 경주는 신라의 효자 손순(孫順)과 효녀 지은(知恩) 그리고 고려의 효자 손시양(孫時揚) 등 수많은 효행의 기록이 남아있으며, 조정에서는 이들을 표창하면서 백성들이 유교적 인간상을 정립하도록 노력하였다. 경주에서 형산강을 건너 금장 방면에서 안강으로 가다보면 좌측에 대동마을이 나온다. 좁은 농로를 따라 초라한 모습의 월성손씨정렬각(月城孫氏貞烈閣)이 낡은 해설판 뒤에 서 있고, 비각 안으로 들어서면 1994년에 다시 세운 열부월성손씨지정려비(烈婦月城孫氏之旌閭碑) 비석이 중앙에 자리하고, 비석 뒤편에 대동정려각기(大洞旌閭閣記)가 걸려 있다. 기문(記文)은 여강이씨 금파(琴坡) 이정병(李鼎秉,1759~1834)이 지었다. 열녀 월성손씨 부인은 남편 김성극(金聲極)을 따라 부인의 도리를 다하였고, 효행으로 칭송받았다. 김성극(金聲極)은 효자 김쉬하(金淬河)의 5세손으로, 역시 효행이 빼어났으며, 그의 처 월성손씨는 시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물에 몸을 던져 정조를 지킨 인물로 열부의 표상이 되었다. 구암(懼庵) 이수인(李樹仁,1739~1822)의 「書孝子金公行蹟後」를 보면, “내 일찍이 마을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하여 가며 외는 것 가운에 처사 김쉬하(金淬河) 공이 효행으로 익히 이름난 명성을 들었다. 이후 『동경지』를 열어보니, 공은 부모 섬기는 효행이 있었는데, 부모 질병이 심해지자 문득 손가락을 잘라 피를 내어 입으로 흘러내렸고, 부모의 질병이 나았다고 하였다. 내 비로소 김 공의 효행이 이와 같음을 알았다(樹仁嘗因鄕人所傳誦 聞故處士金公淬河以孝行有名熟矣 後閱東京誌 見公有事親之孝 方親疾之劇 輒斮指出血以灌口 親疾得甦云 樹仁始知金公之孝有如是者矣)”하였고, 『동경잡기』에는 두 번이나 손가락을 잘라 피를 흘려 입에 넣은 것으로 되어있다. 이처럼 경주효자 김쉬하 그리고 김성극의 효행을 드러내면서, 열녀 월성손씨의 행적을 「정려각기」로 남긴 것은 지역의 중요한 정신적 사료가 된다. 정려각 건립시기는 당시 경상도관찰사 박기수(朴歧壽)와 경주부윤 정예용(鄭禮容,재임기간1831.03~1832.06) 등이 사실을 추천하였고, 이정병의 기문이 임신년에 지어진 것을 토대로 살펴보면, 조정의 보고는 1831~1832년쯤으로 추정되며, 방손 김재만의 현판제작은 아마 1872~1932년 임신년으로 판단된다.-대동정려각기(大洞旌閭閣記) - 금파 이정병 계림의 북쪽 대동마을 어귀에 한 칸의 집을 짓고 단청을 하였으니, 경상도관찰사 박기수(朴歧壽,1792~1847) 공과 경주부윤 정예용(鄭禮容)이 임금의 명을 받아 특별히 본 마을 김성극(金聲極)의 처 월성손씨 부인의 뛰어난 정렬(貞烈)을 위해 정려문을 세우고 표창하였다. 아! 사람이 누군들 죽지 않고, 마땅히 죽어야 할 때에 죽겠는가? 죽음은 마땅히 남편을 따라야 하나, 차마 제 시아버지를 잊지 않음은, 지난 세월을 참고 견디며 장례와 제사에 마음을 다하고, 받들고 모심에 정성이 지극하였다. 시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해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묘소에 나아가 절하고 오랫동안 움츠렸고, … 걸어서 산을 내려와 여러 여동생과 함께 가는데 뒤를 따르나 미치지 못하였고, 물가에 이르자 투신하였다. … 그 정조와 효성이 온몸에 모두 갖추었으니 아! 위대하도다. … 부인의 남편은 『동경지』에 수록되었는데, 효자 김쉬하(金淬河)의 5세손이다. 정려각은 금년 여름 4월에 시작해 7월에 공사를 마쳤고, 이후에 왕래하는 행인들 가운데 이곳 정려각을 지나는 자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공경하고 탄식하며 “이곳은 열부(烈婦) 손씨의 정려이다.”라 하였으니, 황량한 언덕에 장사지내고 이름이 사라진 자 가운데 세상에 알려지는 것과 알려지지 않은 것이 과연 어떠한가? 아름답고 또 아름답도다. 부인은 계천군 손소(孫昭)의 후손인 처사 손성찬(孫星粲)의 따님이시다. 전행 통정대부 사간원 대사간 여강 이정병(李鼎秉,1759~1834) 삼가 짓고, 임신년 단오절 방손 김재만(金在晩) 개판(改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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