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 3부작이 모두 수작이고 흥행에 성공을 거두었지만, 모차르트의 마지막 오페라가 된 마술피리(Die Zauberflöte/1791)에는 못 미친다. 게다가 마술피리는 오늘날에도 무대에 자주 오르는 ‘톱3(Top3) 오페라’ 중의 하나로 전 세계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마술피리가 초연된 1791년의 유럽은 프랑스혁명(1789년)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고, 오스트리아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모차르트를 둘러 싼 상황도 좋지 않았다. 후원자 요제프2세가 서거했고, 최고의 케미를 보여줬던 다 폰테도 빈을 떠났다. 경제개념이 부족했던 모차르트의 빚은 점점 늘어갔다. 마술피리는 이런 상황에서 탄생했다.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던 친구 시카네더(J.E.Schikaneder/1751-1812)가 대본을 쓰고, 파파게노 역할까지 맡았다. 정말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작품이기에 200년 이상을 견딜 수 있는 생명력을 갖게 된 것이다. 마술피리는 징슈필(Singspiel)로 분류된다. 이탈리아어로 작곡된 다 폰테 3부작과는 달리 독일어로 곡을 썼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 중의 하나인 밤의 여왕의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 속에 끓어오르고(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가 다소 무섭게 들리는 이유도 자음이 많은 독일어 때문이다. 징슈필은 모객도 고려한 결정이다. 아무래도 독일어로 불러야 독일어권 관객을 많이 불러 모을 수 있고, 그래야 빚을 갚을 수 있었다.
마술피리는 전형적인 메타스타시오 오페라다. 춘향전처럼 두 쌍의 남녀주인공(타미노와 파미나, 파파게노와 파파게나)과 선악을 각각 상징하는 자라스트로와 밤의 여왕, 이렇게 6인이 극을 이끌어간다. 마술피리는 간단히 말해, 선(빛의 세계)이 악(밤의 세계)을 이기는 이야기다. 여기서 마술피리는 선을 돕는 도구로 작동한다. 파미나 공주는 마술피리 소리로 위기에 빠진 타미노 왕자를 구해낸다. 오페라 마술피리는 선악의 뚜렷한 대비,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조, 북유럽 신화 특유의 판타지로 초연 극장에서 무려 100회가 넘게 공연되는 대흥행을 이끌어낸다. 모차르트가 아예 돈을 벌려고 작정한 오페라였고, 결국 성공했다. 따라서 빚을 청산하고 안정된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초연 후 불과 두 달 만에 죽는다. 그의 나이 35세 때다. 음악천재는 그렇게 갔다. 오페라 마술피리는 독일 오페라의 초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깝게는 베토벤 유일의 오페라 ‘피델리오’(Fidelio/1805)와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Der Freischütz/1821)에 영향을 미쳤고, 멀리는 음악극을 창시한 바그너에 다다른다. 극 내용을 중시하는 독일식 전통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