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포퍼(Karl Popper)는 『열린사회와 그 적들』에서 신비적 직관에 기초한 열린사회 대신에 합리적 이성에 기초한 열린사회를 옹호한다. 인류애에 기반을 둔 열린사회 이념은 승인하지만, 비합리적 신비주의는 열린사회의 적이 될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칼 포퍼의 열린사회는 인간의 오류가능성에 대한 인정에서 출발한다. 포퍼는 비판적 합리주의를 통해서 우리의 앎이 이성에 기초하고 있지만 이성의 절대성이나 무오류성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우리는 타인의 생각, 추측, 이론에 대한 성숙한 토론과 비판, 논증에 의해 보다 나은 앎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상, 지식, 경험을 절대화하고 무비판하며 신앙화하는 것은 열린사회의 적(敵)이다. 칼 포퍼가 플라톤, 헤겔, 마르크스를 비판하고 그들을 가리켜 열린사회의 적들이라고 말한 것은 그들 모두가 역사의 법칙, 선험적 결정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결정주의적, 기계주의적, 법칙적 사고는 인간의 자율성과 창조적 선택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인간을 힘없는 구조의 수인, 곧 꼭두각시로 만든다는 것이다. 열린사회는 불변의 규칙이나 전통적 권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이성 및 박애의 신념에 의존한다. 즉 열린사회는 각자가 자신의 이성을 사용하여 판단을 내리며, 다른 사람의 자유를 인정하고 형제애 속에서 살 것에 대해 동의할 때만 존재하는 사회이다. 열린사회는 개인들이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독자적인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사회, 개성을 허용하는 사회이며,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최대한 보장하는 민주주의 사회이다. 물론, 자유의 확장과 심화가 자유방임이나 국가의 긍정적 역할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의 신장과 국가의 공공성 확대 노력은 서로 상반되지 않는다. 몸을 얼게 할 자유나 배고플 자유, 유아로 죽을 자유나 무지 속에 살 자유는 열린사회의 자유가 아니다. 열린사회는 개인의 복지를 구현하는 사회이다. 열린사회는 관용과 다양성에 기초해 다양한 행위가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에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을 공유하는 사회를 말한다. 열린 지역사회는 일종의 지속가능한 도시와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열린 지역사회는 포퍼의 열린사회의 개념에 대해 이를 지역사회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비전과 목표를 포함한다.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열린 지역사회 발전에 부응한 최적의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와 협력하며 시민사회의 잠재력을 촉진시켜 나가는 쪽으로 지방자치단체를 개혁하고 재설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열린 지역사회의 정착은 리더(행정·시민사회)와 주민의 혁신할 용기와 다른 사람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능력 확보가 전제된다. 동시에 지방정책과 목표를 근본적으로 다시 정의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따라 열린 지역사회의 방향을 다시 잡음으로써 더욱 새롭고 지속가능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실현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참여와 제도화(로컬 거버넌스)가 모색되어야 한다. 열린 지역사회는 주요 행위자의 자발적 참여, 의사결정과정에서 정보, 의사 결정, 집행, 책임의 공유를 가능케 하는 문화와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열린 지역사회는 시민사회주도의 역동성과 참여, 행정계획과의 조화를 이루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경험의 교환, 존중될 필요성이 있는 공유된 원칙의 발견과 이행은 열린 지역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사회 변화에 기반을 둔 활발한 상향적 참여와 의안 발의와 지역사회 포럼 등을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새로운 형태, 열린 지역사회 구축이라는 차원에서 거버넌스는 중요하다. 지역사회 거버넌스의 민주적 재구축은 대의제의 한계 보완, 권력의 정당성 증진, 시민참여의 강화, 다원적 가치 보존, 정치적인 것(the political)의 확장, 공론장의 활성화, 시민성 개발 등 민주주의의 기본이념을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나아가 갈등을 넘어 협력을 강조하는 로컬 거버넌스는 문화적·제도적 혁신, 즉 새로운 사회계약인 공동 책임의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내는 데 일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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