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파고가 힘차게 유럽으로 밀려오고 있다. K-CULTURE는 이제 문턱을 넘어 대세로 들어선 것이 분명하다. 유럽의 한 나라 영국에 살고 있으면서 눈으로 확인하는 바 그 체감 온도는 상당하다. BRAND KOREA라는 총체적 마케팅이 이제 어디에서든지 먹혀 들어간다고 봐도 옳다. 즉 제품광고나 기업광고에서 이제 국가 광고로 넘어가도 될 만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SAMSUNG, LG, HUNDAI의 KOREA가 아니라, KOREA의 SAMSUNG, LG, HUNDAI로 이야기를 해도 될 만한 시점에 오지 않았나, 다소 섣부르지만, 기분 좋은 마음에, 이런 생각도 해 본다. 이제는 MADE IN KOREA가 어디든지 잘 먹혀 들어가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 한식 세계화가 시작된 이후 몇 년이 지났을 때 국내 경제 월간지와 이에 대한 특집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기자가 “음식문화 전문가로서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한식 세계화를 어떻게 평가 하나?” 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서 필자는 “한 나라가 가진 문화의 힘은 정확히 경제력과 비례한다. 부자 나라의 선진화된 문화를 가난한 나라가 따라하는 식이다. 아무리 훌륭한 문화라도 가난한 나라의 문화가 선진국으로 역수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힘이 약한 나라에서 지명도가 낮은 특정 문화상품을 세계에 내놓으려면 정부나 자금력 있는 기업 등이 힘 있게 밀어 붙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한식 세계화를 진두지휘하는 정부의 역할은 의미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여러 문화 중에서 음식은 더욱 진지한 논의와 충분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 나라와 민족을 가장 많이 그리고 정확히 보여주는 게 음식이다. 다시 말하면 맛에 대한 국가나 개인의 성향을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한식 세계화는 우리 문화를 알리고 여기에서 다양한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명확한 전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전술이 뚜렷하지 않아 보인다. 총론만 있고 각론은 취약하다는 느낌이다”고 대답했다.
그 당시 특집 인터뷰 기사라 월간지의 지면을 상당히 많이 차지한 내용 중 일부 발췌하여 재인용해 보았는데 지금 다시 읽어 봐도 필자의 당시 생각과 분석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문화’라는 상품은 그 만큼 특이하다. 그 이유는 특정 시점의 ‘문화’라는 것이 그 특정 시점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생활에 파고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현상이 경제적 가치로 창출될 때는 ‘집단적 가치로 전이’ 되는 결과물을 반드시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화가 동일문화권 국가가 아니라 이질적인 문화권의 타국이라면 더욱더 이야기가 달라질 것이다. 필자가 당시 ‘문화상품’이라는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서 견지한 요지는 거기에 있었다. 10여 년이나 지난 이야기이지만 필자 또한 당시 정부가 추진한 한식 세계화 사업 중 하나 였던 ‘한식 가이드북’ 유럽편에 직접 참여도 하였다.
그렇다면, 국제관광도시 경주에 대해서 좀 더 큰 포부를 가지고, 욕심을 아주 과하게 내서, 내 고향 경주에 대한 엄청난 자긍심이 충만한 한 사람으로서, 지금 성공한 한식 세계화처럼 경주 음식이 세계화 될 수 있까? 라는 질문을 뜬금없이 한다면, 필자는 너무나 단호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대답할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라고 말이다. 많은 이유들, 지금까지 시리즈로 이 지면에 썼던 필자의 칼럼에서 차고 넘치는 근거들을 제공해 왔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타임지 선정 ‘2021년 세계 100대 명소(The World’s 100 Greatest Places)’에 경주가 선정이 되지 않았던가 말이다. 사실 타임지에 경주가 언급이 된다는 것 자체만으로 BRAND GYOUNGJU의 위상은 엄청나게 올라갔다고 봐야 한다. 즉 문화도시, 역사도시, 관광도시로서의 경주의 존재감은 내·외적으로 충분히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POWER GYOUNGJU가 유감없이 인정받고 있는 이 시점에 FOOD GYOUNJU 또한 동일한 위상을 받아야 함이 당연하다는 전제에서 경주의 민·관이 지혜를 모아서 ‘음식의 역할’을 도모함이 맞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주시의 힘 있는 정책’ 이다. BRAND GYOUNGJU의 세계화와 FOOD GYOUNGJU의 절묘한 조화와 성공을 기대해 볼 만 시점에 내 고향 경주는 서 있다.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필자가 바라보는 내 고향 경주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자면 K-culture가 깔아 놓은 멍석 위에 시사 주간지 타임즈가 밥상까지 차려준 형국이다. 이 멍석과 밥상을 경주가 걷어 차 버리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 찾아온 기회는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