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와 다 폰테가 함께 한 3부작의 마지막 오페라는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1790)다. 우리말로는 ‘여자는 다 그래’로 해석되는데, 당시 귀족여성들의 바람기를 꼬집는다. 이야기의 골격은 대충 이렇다. 군 장교인 두 남자(굴리엘모와 페르난도)가 근무지를 옮기자 그들과 교제 중이었던 귀족가의 자매(피오르딜리지와 도나벨라)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 자매들의 정조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두 남자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이다. 이젠 ‘여자는 다 그래’의 의미가 더 명확해진다. ‘여자들의 정조는 믿을게 못 돼!’인 것이다. 코지 판 투테에는 두 쌍의 남녀 외에 주연급 조연이 2명 더 출연한다. 한 명은 철학자 알폰소인데, 그는 두 남자와 내기(남자들이 근무지를 옮기면 여자들이 바람을 필까? 아닐까?)를 해서 이긴다. 다른 한 명은 귀족 자매의 하녀 데스피나인데, 그녀는 자매들이 유혹에 빠지도록 분위기를 조장한다. 유명한 아리아 ‘여자나이 열다섯이면’을 부르면서 말이다. 피가로의 결혼과 코지 판 투테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다. 두 쌍의 연인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전자에는 (피가로-수잔나) 커플과 (알마비바-로지나) 커플이고, 후자는 (굴리엘모-피오르딜리지) 커플과 (페르난도-도나벨라) 커플이다. 즉 오페라 부파(희가극)는, 보통 한 쌍의 주인공 남녀와 이들을 방해하여 비극으로 이끄는 인물이 등장하는 오페라 세리아(비가극)와 인물 구성부터가 다르다. 더불어 오페라 부파에는 두 쌍의 주인공을 받쳐주는 역할이 존재한다. 앞서 코지 판 투테의 알폰소와 데스피나를 예로 들었다. 즉, 오페라 부파는 두 쌍의 연인과 감초역할 두 사람, 즉 6인이 극을 이끌어 간다. 그런데, 이런 인물구조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지 않은가? 조선후기의 우리 이야기 ‘춘향전’이 바로 그렇다. 알다시피 춘향전의 주요 등장인물은 (이몽룡-성춘향)과 (방자-향단)의 두 커플과 변학도, 월매, 이렇게 6인이다. 이렇듯 오페라 부파와 춘향전은 많이 닮아있다. 중간에 갈등은 있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코지 판 투테에서도 두 남자가 자매의 배신을 용서하면서 끝난다.)이다. 18세기 말 유럽과 조선은 교류하기조차 힘들만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이야기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정말 흥미로운 일이다. 6인의 주·조연이 등장하는 오페라를 메타스타시오(metastasio) 오페라라고 부른다. 18세기에 가장 위대한 대본작가였던 피에트로 메타스타시오(P. Metastasio/1698-1782)의 이름을 딴 것이다. 메타스타시오 오페라는 19세기 말 사실주의 오페라에서 다시 그 모습을 나타낸다. 푸치니의 ‘라 보엠’을 보면 (미미-로돌프) 커플과 (무제타-마르첼로) 커플, 그리고 주변 인물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인물구조는 재미있게도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20세기 말 최고의 미드(미국 드라마)였던 ‘프렌드’가 바로 이런 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기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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