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책 나의 영화, 인생이 달라졌어요!” 이 코너에 글을 쓰거나 자신만의 책 또는 영화를 추천해준 사람들은 어떤 책과 영화에 매료됐을까? 당초 이 코너를 만든 목적은 책이나 영화를 평론가들의 수준이 아닌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편하게 이야기 하고 서로 추천하자는 의도에서 시작했다. 때문에 글을 잘 쓰는 분에게는 일반적인 평론 같은 글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두고 글을 써달라 주문했고 글을 잘 못 쓰는 분들에게는 책이나 영화와 관련해서 개개인의 추억이나 보고 난 후 심경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물어 그 느낌과 변화를 근거로 글을 썼다.
7월 22일 이 코너에 대해 알림기사가 나간 이후 모두 20명의 책과 영화가 소개됐다. 책이 7인 7편, 영화는 13인에 의해 22편이 소개됐다. 영화는 한 사람이 다수의 작품을 추천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20인 중 13인이 자신이 직접 글을 써주었고 7인은 기자에게 자신의 소감을 자세히 알려줬다.
완전히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오로지 자신만의 관점에서 책과 영화를 소개하다 보니 의외로 기발하고 재미있는 추천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화학 관련 제품, 특히 ‘M글루’라는 신개념 본드를 생산하는 ㈜엠브리드 도우성 대표의 경우 윤승운 씨의 만화책 ‘요철 발명왕’을 꼽았는데 어린 시절 이 만화를 보면서 발명가로의 꿈을 키웠다는 것이다. 농협의 각종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김호열 씨는 장끌로드 반담 주연의 영화 ‘투혼’을 인생영화로 추천했다. 김호열 씨는 이 영화를 보고 반해 무술을 연마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대학에서 호열장군이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술회했다. 이 각각의 책과 영화 추천을 이 코너 기획의도가 가장 잘 실린 것으로 선정했는데 거창하지는 않아도 누구나 자신만의 개성과 감동을 기억하는 영화가 있고 그것을 말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의미에서다.
영화나 연극, 드라마의 현장에서 직접 작업하는 극예술인들의 추천은 의외로 콕 짚어 말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로웠다. 연극의 손기호 감독은 한편의 영화를 선택하라 것은 고문이라며 자신의 인생 변곡점에서 만난 5편의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그린 파파야 향기’, ‘살인의 추억’,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추천했다. 시라소니 역으로 유명한 조상구씨 역시 5편의 영화를 추천했다. 마침 조상구 씨는 자신이 출연하는 유튜브 방송에 쓸 영화 추천 원고를 작성 중이었는데 이것을 통째 보내주어 이중 ‘문라이트’와 ‘미라클 오브 헤븐’을 이 코너에 실었다. KBS드라마 피디 출신으로 배우를 지향하는 엄기백 감독은 시나리오 세일즈 맨의 죽음을 추천했고 1회 스타트를 끓은 배우 박재현 씨는 우리나라에는 ‘14,000년을 산 남자’로 개봉한 ‘맨프롬 어스’를 소개하며 작은 세트에서 오로지 대화와 연기만으로 전체 영화를 완성한 몰입감에 대해 감탄했다.
시의성과 관련된 영화도 소개됐다. 진주에서 공직생활 하는 한부식 씨는 최근 넷플릭스에 인기를 끈 군대 영화 ‘D,P’를 추천하며 영관급까지 생활했던 자신의 군생활에서 해소하지 못했던 군 내 폭력과 가혹행위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뉴코리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송재용 단장은 대장 부리바를 추천하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가족들의 비리와 탈법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박진호 씨는 인도영화 세얼간이를 추천하며 자유로운 사고와 주변을 돌아보는 시각을 가지게 됐다며 영화 한편이 끼친 영향에 대해 주목했다. 뇌 관련 칼럼을 본지에 기고했던 박전애 팀장은 인종문제와 젠더 문제를 동시에 다룬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추천했다.
전문인의 시각에서 자신이 일상으로 겪는 사안과 영화를 접목시킨 차재욱 경주클라이밍스쿨 교장의 추천작 ‘127시간’은 전문인이기 때문에 더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었던 영화로 보인다. 차재욱 교장은 소감을 통해 산행이나 등반시 반드시 지켜야 할 사안을 언급해 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영화에서 나온 허구적인 내용이 현실에 적용되길 바라며 경주고도보존회 사무국장 황병길 씨가 추천한 영화 ‘어바웃 타임’의 마지막 글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만일 나에게 시간여행 능력이 있다면 1987년 10월로 단 10분만 돌아가고 싶다. 50년 짧은 생을 사시다 떠난 아버지를 꼭 한번 다시 보고 싶다. 못했던 사랑의 표현을 뭐든 하고 싶다” 이 코너는 바로 이런 거창하지 않지만 오로지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