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뚱맞게도마을 앞 철길 건널목에서마음의 위안을 받았습니다.힘내 파이팅 잘될 거야 괜찮아식상한 위로의 말이 괜찮지 않을 때가장 내 편 같은 말갇혔을 때 돌파하시오.‘깰바자의 만년필’中-돌파하시오
마을 앞 철길, 검은 봉지 속 시든 브로콜리, 먹고 남은 하찮은 귤껍질이라도 작가의 시선이 머물면 훌륭한 작품이 된다. 박수미 작가의 ‘깰바자의 만년필’ 출판그림전이 경주 시내 중심상가 내 위치한 갤러리카페 공감에서 열리고 있다.
한지를 꼬아서 붙이는 ‘삶을 추다’ 시리즈를 비롯해 최근 ‘때창’ 시리즈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박수미 작가가 이번에는 드로잉 칼럼집을 펴내며 지역민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깰바자의 만년필’(글/그림 박수미)은 일상과 여행으로 깨달은 작가의 드로잉 칼럼집이다.
‘일상으로’ ‘동네산책’ ‘여행길에’ ‘똘이재이’ 등 4파트로 나뉘어 120여편의 이야기가 엮어져 있다. 이를 두고 작가는 게으른 화가가 동생이 낳은 작은 우주를 만나면서 자신을 에워싼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벅찬 순간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는지를 비로소 알아가는 여정이라고 말한다. ‘깰바자의 만년필’은 게으르다는 경상도 사투리 ‘깰 받다’에서 차용된 개성이 담긴 작가의 필명이다.
그렇게 하나, 둘 모은 단상은 2009년 4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본지 ‘박수미의 그림으로 보는 세상’ 코너에 150회 연재되며 지역민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박수미 작가는 “10년이 지난 원고를 책으로 엮는 일이 케케묵은 옛 일기장을 보여주는 것 같아 부끄럽고 민망했지만, 매 순간 관심을 두었던 주변과 소중했던 그 시간을 함께 추억하고 싶은 마음으로 용기를 냈다”면서 “당시 지인과 사소한 대화나 무심히 지나치는 풍경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고, 산책길에서 만난 이름 모르는 풀꽃과 아무 일 없던 하루조차도 갇혔던 자신을 꺼내 준 감사한 존재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느리게 가는 경주의 시간은 순간을 기록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라며 “특별할 것 없는 게으른 화가에게는 모처럼 눈을 반짝일 수 있는 재미난 일이었고, 덕분에 어디서든 작은 드로잉북을 펼치고 그 속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영위하며 주변의 누군가에게서 새로운 시각을 마주했을 때 지루한 일상에서 신선한 영감을 느낀다는 작가.
갤러리에 상주하며 자기 생각과 경험을 지역민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박수미 작가에게서 예술가적 진취성과 열정이 동시에 느껴진다.
박수미 작가의 드로잉칼럼집 ‘깰바자의 만년필’의 출판그림전은 2021 경북 예술인 창작활동 준비금 지원사업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전시 기간에 책과 원화 드로잉 소품이 판매된다.
경주에서 화가로 재미나게 살아가기 미션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다시 긴 호흡을 준비하고 있는 박수미 작가.
“이 책이 저와 같은 미션을 가진 사람들에게 함께라는 의미로 전해지길 바랍니다”
박수미의 출판그림전은 갤러리카페 공감서 내년 1월 30일까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