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교육차 인천에 간 적이 있다. 3박 4일 예정이었지만 현지에서 호텔을 정할 생각으로 예약을 하지 않았다. 1일 차 교육을 마치고 호텔 안내 데스크에서 놀라운 상황에 직면했다. 현장 결재는 할인이 없고,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면 할인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호텔로비에서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고 할인받은 금액으로 투숙하였다. 현장이 인터넷이라는 가상의 공간보다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경험한 것이다.
다시 2021년 12월, 코로나 사태가 전 지구가 디지털화를 가속하고 있다. 금융업이 모바일화되면서 전국의 은행지점이 사라지는 것을 필두로 대부분의 작업이 모바일 앱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어가고 있다. 또한 현장에 가더라도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키오스크라는 무인 주문 기계가 기다리고 있다. 모바일과 키오스크는 안내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키오스크 앞에 서서 음식 주문을 할 때 당황하는 연령층들이 많다.
사실 이것은 완전히 낯설거나 이질적이지는 않다. 키오스크가 폭발적으로 도입되기 이전에도 우리는 이런 시스템에 점차 익숙해져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커피자판기가 아마 그 시작점이 아닐까 한다. 2010년대에는 주로 공공기관들에서 도입해서 사용을 했는데 학교 자판기, 지하철의 무인 교통 카드 판매와 충전기와 관공서의 무인 민원 발급기, 은행의 ATM기기 등이다. 또 인건비 절감을 위해 시도되었고 정착된 Self 주유소도 그 일환이다. 필자는 셀프주유소 무인주유기에는 손도 못 대서 유인 주유소로 찾아가곤 했고 올해부터는 겨우 익숙해져 가고 있다. 아마 노인 세대에 가까우므로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점차 익숙해져 가는 것도 적응하기 어려운데 대면을 꺼리는 코로나 시대는 갑작스러운 변화를 요구한다. 하소연할 때도 없이 모바일과 키오스크가 점령을 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노인층이 가진 어려움 중 하나가 실질 문맹이다. 여전히 문해력이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문맹까지 가세해서 노인층 뿐만 아니라 장년층까지 겪는 어려움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사실 문해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디지털 문맹을 극복하기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70대 이상의 인터넷의 이용률은 2016년 25.9%에서 2020년 40.3%로 높아졌다고 한다. 여기에서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실제적인 온라인 주문과 서류등록 등이 원활하다는 소리는 아니다. 카카오톡 등 단순 메신저 사용이나 유튜브나 단순 인터넷 검색 정도로 봐야 할 것이다. 반대로 여전히 60%에 가까운 사람들은 인터넷과는 거리가 멀다는 긍정적이지 않은 수치도 읽어야 한다.
예를 들어 경주시 평생학습 가족관에 강좌를 듣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우선 접수를 해야 한다. 평생학습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학습권을 인정하지만 실제로는 소외되거나 경력이 단절된 쪽이 우선 배려를 받아야 하는 학습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자녀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등록 자체가 불가능한 사람들이 매우 많다. 결국, 혼자, 빠르게 접속할 수 있거나,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 디지털 시대의 비대면 교육이 능한 사람들이 독점하는 과학기술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한 이유로 디지털 리터러시, 즉 디지털 문해력에 대한 강좌가 많이 생기고 있다. 디지털화되면서 용어 대부분이 영어화 되어서 더욱 어렵다. 키오스크, 디지털 리터러시, 앱, 유튜브, 스마트 홈, AR, VR, 메타버스 등 생소한 용어들이 일반용어로 탈바꿈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화, 용어의 영어화, 비대면으로 인간끼리의 대면이 최소화 되는 시점에서 디지털 문맹 속에 또 다른 재앙을 맞는 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코로나 방역이 사실 시급한 문제이다. 이 사태의 큰 물줄기가 흐르고 나면 완전히 변할 새로운 세상에 대해 예측은 하면서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로 인한 손실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말 그대로 재앙이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