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현곡남사 쪽 디자인고등학교(구 가정국민학교)를 지나서 조금 가다보면 좌측엔 용담정으로 가는 길이고 직진해서 조금만 더 가면 우측으로 가정1리 간이 정거장과 함께 최제우 유허비 이정표가 보인다. 그 길을 곧장 가면 <천도교조대신사수운최제우유허비>가 있는 최제우 대신사 생가 터가 나오는데 내 고모집 뒤뜰이다.
<천도교조대신사수운최제우유허비> 뒷면에는 문교부장관과 영남대총장을 지닌 문학박사 리선근의 글이 각자되어 있고 비몸 옆면엔 대통령 박정희, 천도교령 최덕신, 외동석재 한동식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최덕신은 광복군 대령출신이며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 조인시 미국 육군중장 윌리암 케이 해리슨, 조선인민군 대장 남일이 서명할 때 대한민국 육군소장으로서 방청 자격으로 배석만 하였다. 후일 천도교령 최덕신 중장은 외무장관 및 주서독대사를 지낸다. 최덕신은 1914년생으로 1917년생 박정희 대통령의 막료였다. 비록 3살 차이긴 하지만 최덕신이 육사교장으로 있을 때 박정희 생도는 스승과 제자 사이였다.
최덕신의 부친인 의산 최동오는 상해임시정부의 법무부장이면서 사적으론 만주 <화성의숙> 교장 재직시 김성주(=북한 김일성 주석의 아명)의 스승이기도 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소위 북한의 모시기 공작과 남한 내 박정희 대통령과 그 수하들의 갈등 및 이간질로 최덕신 교령은 1976년 도미하고 1986년 9월 미국에서 북한으로 영구 귀국하여 현재 평양시 신미리 애국렬사릉에 최덕신과 최동오 부자는 나란히 묻혀있다.
한편 의산 최동오와 가장 막역한 사이인 춘교 류동열은 상해임시정부 군무부장을 역임했으며 자신의 딸인 류미영과 최동오의 아들 최덕신을 결혼시켰다. 류미영은 조선천도교 중앙청우당 위원장을 줄곧 역임했고 1980년대 북측 이산가족방문 단장으로 서울에 온 바가 있다.
생가터에서 멀리 마주 보이는 큰 산이 용담정을 품고 있는 교룡리 구미산이고 그 앞 작은 토룡산 등마루 움푹 패인 곳에 수운 최제우 대신사가 묻혀 있다. 최제우 대신사는 1824.10.28일 현곡면 가정1리 315번지, 내 고모집 뒤 뜨락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아명은 복술이고 1860.4.5일 무극대도를 터득한 경신참계 이전 이름은 최제선이다. 37세 경신참계 이후 이름을 민중의 어리석음을 구제한다는 뜻으로 최제우로 개명했다.
최제우 대신사는 해월 최시형(최경상)이 37세 되던 해에 동학의 법통을 전수했고, 해월은 의암 손병희가 37세 되던 해에 다시 그 법통을 전수했다. 손병희는 3.1운동을 총체적으로 주도했고 일제로부터 집회의 합법적 자유를 얻기 위해 동학을 천도교로 개칭했다. 실제 3.1운동은 천도교의 막대한 자금과 전폭적인 헤게모니로 천도교 서울본부인 성북구 우이동 ‘봉황각’에서 33난새들이 연출하여 기획되었다.
3.1운동의 기치는 1)거족적 대중화, 2)비분파적 일원화, 3)비폭력(무저항)이었다. 3.1운동의 여파로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1920년 ‘사티아그라하’(비폭력 무저항 불복종 운동)를 결의 성공했고 중국의 쑨원 등이 크게 감화되어 삼민주의(민족주의,민권주의,민생주의)를 주창해 독립운동을 일으켜 크나 큰 반향을 주었다. 이에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1929년 동아일보에 기고한 에서 코리아를 은혜의 나라, 마음의 조국으로 크게 찬미하였다.
역사는 어제의 오늘이고 오늘의 미래이며 씨줄 날줄처럼 촘촘히 얽혀 있다. 단순히 최덕신 부자의 기구한 운명과 과거 행적을 돌아보고자 함이 아니라, 최덕신은 박정희 대통령의 스승으로 휴전협정의 남한대표로, 아버지 최동오가 김일성 주석의 스승이 된 인연에는 남북통일의 암묵적 벼리가 숨어있음을 간파해야 한다.
3.1운동의 큰 반향으로 인도와 중국 거의 10억 이상의 인민들을 전근대적 노예상태의 질곡에서 벗어나게 한 지금까지 인류사에 있어서 한 번도 없었던 미증유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이 모두 경주 가정리와 용담정에서 발원한 동학의 물줄기가 사해만방으로 흘러갔음이라.
옛 삼국통일도 경주에서 이루어졌듯이 이러한 연유로 다가오는 통일을 대비할 시는 필히 이러한 역사를 되돌아보고 우리 경주가 남북통일의 물꼬를 여는 실마리 도시가 되어야 하고 더 나아가선 세계평화의 메카가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런 기조 아래 전세계가 참가하는 ‘글로벌평화포럼’을 개최하고 서당 원효대사-수운 최제우-해월 최시형을 기리는 삼성인 벨트를 조성해 화해상생, 공동번영, 홍익인간을 실현한다면 경주를 방문하는 글로벌 관광객이 끊이지 않고 지구촌 어떤 도시보다도 활기찬 경제적 융성을 구가하지 않을까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