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와 추운 겨울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따듯한 손길들도 여느 때보다 분주하다. 구세군이 거리에서 모금활동을 시작했고 겨울철 기본 먹거리인 김장 담기에 각종 자선단체들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다. 방송과 신문의 자선기금 모금활동도 가장 왕성하게 일어난다. 사랑의 연탄 나르기도 요즘 자주 만나는 귀한 자선 풍경 중 하나다.
그러나 연탄 나르기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경주의 주요 SNS활동가의 글을 통해 나오면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농협에 근무하며 농협 관련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봉사자 김호열 씨가 지난 11월 13일 올린 글에는 연탄배달봉사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을 남겼다.
“시대가 바뀌고 물질도 발달되었으면 꼭 보여주기식 연례행사로 힘들게 나르고 인증샷 찍고 봉사활동했다고 보고하는···”
이라고 운을 뗀 김호열 씨는 그 비용으로 온열 매트, 전기 매트, 온수 매트 등을 전달하고 동절기 전기세를 지원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근원적인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시중의 일반 매트 가격과 전기세를 합해도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데 전기 매트류의 난방기구를 지원하면 겨울 한철 나는 연탄보다 훨씬 장기적으로 혜택을 주는 꼴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연탄의 비현실성을 꼬집기도 했다. 연탄을 제공할 경우 독거노인이나 장애인들이 제때 연탄 갈기도 힘들고 연탄가스에 중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불이 꺼지기라도 하면 불 살린다고 번개탄을 피우는 번거로움도 있고 연탄재를 처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당연히 환경에도 나쁘다고 일갈!
실제로 연탄 1장에 700원씩 하는 상황에서 겨울 한 달 나기 위해서는 한 가구당 최소한 60~70장, 겨울철 전부를 고려하면 120~130장의 연탄이 소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온열 매트가 훨씬 효과적임은 말할 필요도 없고 한 번 온열 매트를 제공하면 매트가 고장나지 않는 한 최소한 몇 년은 안심하고 쓸 수 있다는 차원에서 김호열 씨의 제안은 확실히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다. 연탄 갈기, 연탄재 치우기 등 번거로움도 없다.
그런 한편 김호열 씨는 전기 매트류를 전달해서 그럴싸한 모양새가 안 나오는 것이 염려된다면 연탄배달로 힘쓰는 대신 바람 들어오는 벽을 때우거나 문짝을 수리하고 도배나 장판을 새로 하는 등 보다 현실적인 봉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김호열 씨는 연탄봉사활동 자체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라며 한발 물러서며 봉사 자체의 중요성에는 이의가 없음을 밝히기도 했다. 농협인 답게 시설하우스 농가 걱정도 하고 일손 딸리는 형편에 대해서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운을 남겼다.
일일이 딱딱 떨어지는 제안에 글을 본 SNS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찬성하며 하루 사이 70여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댓글도 40개나 달렸다. ‘인증샷’으로 봉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 많은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에도 동조했다. 세상이 달라지는 만큼 봉사 역시 상투적인 관습에서 벗어나 좀 더 현명해질 필요가 있음을 이 글에서 절실히 느낀다. 이번 겨울부터 당장 적용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