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그린 토마토(1992), 이 영화는 1980년대 중후반 양로원에 거주하는 노인 ‘니니’로부터 1930년대를 살았던 ‘잇지’와 ‘루스’라는 두 여인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 이블린의 이야기이다. 갱년기가 처음인 중년의 주부 ‘이블린’은 퇴근하면 TV스포츠 보느라 대화 없이 사는 중년부부의 무미건조한 삶을 변화시켜 보고자 주부강좌를 들으러 다니며 부단히 자기 자신을 찾아간다. 이 영화에 나오는 잇지, 루스, 이블린, 니니 네 명의 여인들은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차분하고 잔잔한 연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다. 영화 속 잇지와 루스가 차별을 하지 않겠다는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휘슬 스탑 카페에서 흑인들에게 음식을 파는 것도 좋았고 세태에 맞서 ‘정숙해야 할 여성이 하면 안 되는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좋았다. 에블린이 점점 남편에게 자기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걸 찾아가는 과정도 통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KK단이 몰려와 빅 조지를 채찍으로 때리는 장면이나 흑인에게 음식을 팔지 말라고 인종차별하며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용인되던 시대의 모습은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시대가 변해도 대상만 바뀌었을 뿐 인간에 대한 차별은 혐오라는 이름으로 21C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현실을 보며 인간의 진화는 왜 이리 느릴까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비밀의 화원, 소공녀의 일러스트를 그린 화가이자 칼데콧 상을 두 번 수상한 미국의 동화작가 타샤 튜더는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이면서 원예가로도 유명하다. 그녀가 19세기 생활을 좋아해서 그 시대 옷을 만들어 입고 골동품 가구와 그릇을 쓰며 장작 스토브로 음식을 만들기를 즐겼던 것처럼 영화 속 배경이던 1930년대의 그 시대 자동차, 주택, 패션 스타일 그리고 마을 풍경이 3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보아도 여전히 내겐 취향저격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 영화를 본 1992년 무렵은 20대 후반이었다. 친구들이 남친을 사귀거나 결혼을 하기 시작하던 무렵이다. 주위에 친한 선후배와 남사친은 있었지만 남친은 없었던 나에게 친구들은 연애상담을 많이 했었다. 상담이라기보다는 자기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좀 일찍 철 든 친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베스트 커플 같은 친구들도 결혼하기까지 사람들에게 말 못하는 속사정이 다양했다. 고민상담이 끝날 때쯤 항상 마무리는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라는 서정윤의 홀로서기라는 시를 친구들에게 들려줬었다. 또, 교사로 재직하다가 수녀가 된 친구가 있는데 수녀원에서 생활하다 나간 수녀들을 방문해보면 수녀원에서 잘 살았던 수녀들은 나가서도 잘 살고 수녀원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살았던 수녀들은 나가서도 여전히 힘들어하며 살더라는 얘기도 같이 들려주었었다. 결론적으로 그 때 고민을 털어놓았던 친구들은 모두 그때 사귀던 남친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다들 잘 살고 있다. 종가집 종부였던 엄마는 주위 친척들의 결혼부터 그 이후의 대소사를 늘 원하든 원치 않든 듣고 살아온 터라 엄마의 견해가 나에게도 영향을 미친 듯싶다. 잘 산다고 하루 세 끼 이상 먹는 것도 아니고 마음 맞는 사람 만나서 사는 게 제일 행복한 것이라는.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주면서도 이런 엄마의 철학이 나에게도 스며들었으리라. 결혼을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스스로 홀로서기가 되어야 한다고. 내 삶을 어떻게 살 것이냐가 중요하다는 아주 오래전 20대였던 아가씨의 결혼관 이야기 !!박전애 :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대학도서관에서 학술정보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뇌를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오래 연구해 왔으며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일에 대해서도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공부를 바탕으로 본지에 ‘브레인 트래이너 박전애의 뇌칼럼’을 연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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