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출신 서양화가 오해진 화백의 유작전이 16일부터 31일까지 갤러리란(관장 최한규)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역 미술의 활성화를 위해 공헌해 온 오해진 화백의 예술적 행로를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다.
고요하고 차분한 성품의 오 화백은 1934년 경주 하동 출신이다. 민간향토사학단체인 신라문화동인회에서 활동하며 남다른 애향심으로 작품 활동에 전념했으며, 중등 미술 교사로 재직하며 한국미술협회 경상북도지회장 및 경주지부장을 역임하는 등 지역의 미술발전 및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48점 가운데 ‘경주의 소박한 풍경’ ‘정물’ ‘불상’ 등 오 화백의 단단한 정서가 묻어나는 작품 2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중등 미술 교사로 근무하며 많은 후학을 양성해온 오 화백은 고창 윤경렬 선생을 비롯해 지역의 미술 교사들과 함께 ‘숲속그림학교’의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미술을 전공하고자 하는 지역 학생들의 진로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1999년 퇴직 무렵 폐암 4기를 판정받은 오 화백은 고된 투병 생활 중에도 작품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다양하고 화려한 색채보다는 작가 특유의 향토적인 색감과 표현으로 평범한 일상 속 풍경을 담아낸 오 화백의 작품을 통해 그 시절 감성과 정감을 자극한다.
오 화백의 아들 오정훈 씨는 “아버지께서 떠나신 지 9주기를 맞았다. 늦은 감은 있지만 갤러리 측의 적극적인 배려로 뜻있는 전시회를 하게 돼 감사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가족들과 주위 분들에게 아버지의 여정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갤러리 란의 최한규 관장 역시 오해진 화백의 제자다. 그는 화가 최한규를 만들어 준 장본인이자 영원한 스승으로 늘 오해진 화백을 꼽았다.
오해진 화백은 경주공고 부임 후 제일 먼저 미술부 동아리를 만들고 학생들 미술장려를 앞장서셨던 분이라면서 고교 입학 후 학과 수업에 어려움을 겪던 그에게 흥미를 잃은 학과 수업 대신 좋아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릴 수 있게 편의를 봐주셨다고 했다.
최한규 관장은 “당시 (사)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장을 지내시던 시절이라 신라미술대전을 치르시면서 미술부원들에게 아르바이트 명목으로 고등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대형 회화작품과 조형, 공예작품들을 직접 보여주시며 미술가들의 세계에 대해 산 교육을 시켜주셨어요. 그 소중한 경험이 작가로서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선생님께서는 미술실 교탁 한 켠에서 틈틈이 유화 작업을 하셨는데 어린 고등학생의 시선으로 정말 신기하기도 하면서 정감 어린 시골 풍경의 유화 제작 과정도 엿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어요. 27년 전 기억 속 잠자고 있던 그 당시 제작 작품이 이번 유작 전 목록에 자리하고 있음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도 당시 저에게 감동으로 각인됐기 때문일 겁니다”라면서 “선생님 영정 앞에서 큰절 두 번으로 떠나보내고, 세월이 또 한 참 흘러 제가 디렉터를 맞고 있는 이곳 갤러리 란에서 선생님의 유작전을 모실 수 있게 된 것은 저에게 더없는 영광입니다. 이번 유작전을 계기로 오해진 선생님의 삶과 예술에 대한 업적이 재조명되길 바랍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