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거미술관 박대성 전관에 소산 박대성 화백의 신작이 대거 공개됐다. 한국화 특별기획전 ‘원융무애’가 펼쳐지고 있는 것. 원융무애(圓融無涯)는 존재하는 모든 것이 방해됨 없이 일체가 되어 융합한다는 불교문화의 이상적인 경지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박 화백의 작품세계가 이루어낸 문자향서권기(文字香書卷氣)의 경지를 확인하고 앞으로 우리의 그림이 나아가야 할 다양한 방향성의 융합 지점을 박대성의 작품세계에서 탐구하고자 마련됐다. 조맹부의 서화동원(書畵同原)론을 기조로 조선 시대의 추사 김정희와 신라 시대 서성(書聖)인 김생의 글과 그림을 오랜 기간 연구해 만들어진 소산체는 자유롭고 무게감 있는 필치로 작품에 등장한다. 박 화백은 개인의 감상과 감정을 한시나 명문의 문장을 빌어 표어 문자인 한자와 표음문자인 한글로 등장시키고 문자를 씀에 있어서 화제(話題)에 맞게 형식과 양식을 변주해 그려낸다. 이번 전시에서 박대성 화백은 신작을 포함한 작품 49점을 선보이며 한국화의 다양성과 폭넓은 확장 가능성을 제시하고 한국화의 세계화 등에 대한 비전을 화두로 던진다. 특히 전시관마다 작품 감상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전시작품 각자의 특성에 맞게 여백과 공간을 활용한 배치가 특징적인 전시로 관람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제1전시실에는 세로 길이 3.5m에 달하는 ‘금강폭포1’과 ‘금강폭포2’ 작품이 나란히 배치돼 마치 폭포 아래서 위를 올려다보는 것 같은 감동을 전한다. 또 소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세밀하게 표현한 신작 ‘소’와 ‘청우’는 박 화백의 붓끝에 담긴 절제된 힘의 매력이 느껴진다. 2전시실은 박대성 화백이 서화를 대하는 자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20m 족자에 빼곡하게 써진 지서 김생 임서작품과 함께 박대성 화백이 직접 작품에 대한 생각을 전하는 영상을 상영해 깊이 있는 관람을 가능하게 한다. 3전시실에는 밝은 색감이 있는 작품들과 작은 크기의 그림들을 골고루 배치해 ‘내가 풍경이 되는 창’과 함께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4전시실은 그림 사이사이 에어매쉬 소재로 된 가벽을 설치해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 작품 감상의 몰입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가벽 넘어 투영되는 은은한 조명과 작품이 더해져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분위기는 관람객의 시선이 오랜 시간 작품에 머물 수 있도록 발길을 사로잡는다. 하이라이트 전시관인 마지막 5전시실에는 박대성 화백이 올해 새롭게 그려내 선보인 가로 11.5m 길이의 신작 ‘몽유 신라도원도’를 중심으로 좌우 벽을 따라 늘어선 조명과 가운데 앉아서 감상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해 대작 한국화가 주는 차분하고도 웅장한 분위기를 한껏 자랑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에서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교훈을 얻고 현재에 적용하여 더 나은 발전을 도모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을 바탕으로 그려진 그림들이 등장한다. 특히 신라인을 자처한 박대성 화백은 찬란했던 신라 문명에서 파생된 문화재와 역사적 사료들을 독특한 화면 구성과 자신만의 부감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또 고미 연작과 신라유적 연작 등에서 볼 수 있는 박 화백의 새로운 화풍은 기존 한국화의 틀에 갇히지 않는 파격을 시도하지만, 법도를 지킴으로써 선조들의 남종문인화에서 드러나는 선비의 예와 기품을 단정하게 갖추고 있다. 솔거미술관 이재욱 학예사는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조화롭고 높은 경지의 한국화를 그려내고자 하는 박대성 화백의 진중한 태도에서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화백은 한국적인 것의 가치를 세련되고 격조 있는 자신의 그림으로 선보임으로써 한국문화와 한국화에 대한 여러 화두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화백의 그림을 통해 경주솔거미술관을 방문하는 모든 관람객이 천년고도 신라의 수도이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 경주에서 우리 그림의 멋과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내년 5월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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