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이 지난 2007년 넘어진 채로 발견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을 바로 세우기 위한 기원 법회를 봉행하면서 입불 작업이 본격화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그동안 불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다양한 연구용역을 진행했지만, 만에 하나 불상이 훼손될 것을 우려해 입불작업을 시도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 그러는 사이 불상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된 지는 벌써 14년을 넘겼다. 조계종은 지난 22일 경주 남산 열암곡에서 ‘마애부처님 바로 모시기 기원법회’를 봉행했다. 이번 법회는 불상이 바로 세워져 예경의 대상으로 모셔질 수 있길 기원하는 자리로, 조계종이 2019년부터 시작한 백만원력 결집불사의 일환으로 열렸다. 백만명의 원력을 모아 한국불교를 일으켜 굳건한 반석 위에 올린다는 의미가 담긴 것. 또 입불과 관련 종단의 뜻을 다시 한번 천명하고 유관기관의 협조를 요청·당부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기원법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비롯해 중앙종회의장 정문, 교육원장 진우 스님 등 종단 주요인사와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대표 등운,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불국사 주지 종우 스님과 종단 부·실·국장 스님 등이 대거 참석했다. 또 주낙영 시장, 송형근 국립공원공단이사장, 임영애 동국대 교수, 김유식 전 국립제주박물관장, 진병길 신라문화원장과 신도회 60명 등 약 150여명이 동참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부처님이 바로 서시는 것은 이 땅의 불교가 온 국민의 삶의 지침이 되고 귀의처가 돼서 안심입명의 지남이 되도록 세상의 근기에 맞게 널리 가르침을 전하는 것”이라며 “열암곡 부처님이 우리의 자화상이며, 이를 바로 세우는 것은 한국 불교를 다시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마애불상 입불까지는 시일 걸릴 듯 지난 2007년 5월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이 발견된 이후 불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였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2017년 주변 정비방안 연구 및 실시설계용역 등을 거쳐 2020년부터 주변 정비사업을 진행해 올해 8월 마무리된 상태다. 하지만 불상 바로 세우기와 관련해서는 문화재청의 일관되지 않은 정책으로 지연됐고, 현재까지 제대로 된 입불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2011년 12월 불상의 현 상태로 보존하는 것으로 원칙으로 결정하고 하부에 관람용 공간을 조성키로 했다가 2012년 12월 손상이 우려되자 불상 거동방안을 검토했다. 이어 2013년 7월 다시 현 상태로 보존키로 했다가, 2015년 경주시로 사업을 이관해 입불 방안 용역을 진행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이어 경주시가 지난 2015년 3월부터 2016년 9월 5일까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입불방안 연구 용역을 의뢰해 방안을 마련했지만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의 모의실험 요구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당시 용역 결과 민간헬기와 모노레일을 활용해 입불에 필요한 자재를 이동하고, 호이스트 크레인을 설치해 불상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방안으로 마애불상을 바로 세울 경우 사업비 43억여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은 2017년 4월 19일 열린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입불관련 보고회에서 지반이 연약해 작업 시 파손위험이 예상되므로 모의실험 뒤 입불작업을 할 것으로 요구했다. 당시 문화재위원들은 현재 불상 주변 지반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 중량 80t의 암석을 설치하고 장비를 이용해 세우는 모의실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모의실험을 위해서는 약 20억원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되면서 더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다만, 이번 조계종의 기원 법회를 계기로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입불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여 어떤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경주시 관계자는 “문화재청, 종교계, 학계 등 관계 전문가들과 함께 불상이 안전하게 바로 세울 수 있도록 최적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은 2007년 5월 22일 엎어진 상태로 발견됐다. 불상 안면이 바닥의 바위와 불과 5㎝ 떨어져 파손되지 않은 채 보존돼 ‘5㎝의 기적’이라는 말을 낳으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460㎝, 발아래 연화대좌가 100㎝, 전체 높이가 560㎝에 이르며, 총 무게는 80t으로 추정된다. 불상은 1430년 발생한 규모 6.4 지진으로 넘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축조 시기는 인근에서 발견한 토기 연도를 측정한 결과 8세기 후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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