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지방자치제가 30여년 만에 부활됐으나 그동안 민의를 대변해야 할 지방의회의 역할은 주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방의회는 크게 광역의회와 기초의회(시·군·구의회)로 구분되는데 이 중에서 지역주민과 가장 밀착된 기초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많은 지방자치 전문가들과 지역 언론들은 기초의회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으며 지역민을 대변하는 대의기구 역할을 주문해 왔었다. 그동안 주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기초의회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상황은 집행부가 오랫동안 구축해 온 시스템에 비해 기초의회는 제도적 뒷받침이 적어 자치권을 행사할 수 없는 여건도 한몫을 했다. 특히 2~30년 가까이 업무를 본 집행부 간부에 비해 기초의원들은 행정지식이나 전문성이 부족해 의회의 기능인 입법권(조례 재개정 등), 감사권(행정사무감사), 예산심의권 등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았다. 여기에 2006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가 도입되면서 기초의원들과 주민들 간에 관계가 더 밀착되지 못하는 환경이 되었다. 국회와 기초의회는 그 역할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다. 기초의회는 순수하게 지방자치단체의 일을 감시·감독·지원함으로써 그 효과가 곧바로 지역주민에게 파급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하지만 기초의원들이 주민을 대변해야 할 본연의 역할보다 공천권자에게 예속됨으로써 선거에만 당선되면 다음 선거를 위해 공천자들 따르는 상황이 됨으로써 주민자치제의 주축이 되지 못하고 말았다. 문제는 집행부의 축인 기초단체장, 기초의회의 축인 기초의원들이 정당 공천제 폐지에 대해 많이 공감하면서도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계속돼 지방자치제의 목적에 반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정착을 위한 법 개정은 더디게 진행됐으며 이러한 조건 속에서 기초의원들은 주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역할 부재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주민들의 자치의식은 매우 높아졌으며 지방자치법 개정 요구도 그만큼 높았다. 그러한 바람이 이어져 1988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이후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 발의안’이 2020년 12월 9일 국회를 통과했으며 2022년 1월부터 적용하게 됐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지방자치법을 보면 여러 부문에서 주민자치권을 강화하는 내용이 많이 보완됐지만, 특히 기초의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전문인력 충원과 기초의회의 독립적인 운영을 위한 인사권 독립은, 집행부에 대한 견제기능 강화 등은 큰 진전이 있었다.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경주시의회도 내년부터 시행되는 의회의 인사권 행사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현재 경주시의회 사무국에는 집행부의 인사규정에 따라 국장급(4급) 1명, 과장급(5급) 3명, 6급 7명, 7급 6명, 8급 5명, 9급 3명 등 총 22명이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에는 4, 5급을 제외한 나머지 직급에서 증원돼 33명까지 늘어나게 됐다. 그리고 시의원들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정책지원관을 5명 채용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책지원관은 시의원의 의정 자료 수집과 조사, 연구를 지원하며 지방자치법에 따른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게 돼 시의원들의 전문성 강화로 의정활동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경주시의회의 인사권 독립에도 불구하고 공직사회 특성상 승진과 부서에 따른 이해득실 등이 맞물리게 되면 의회사무국 구성에 예기치 못할 변수는 있겠지만 이는 앞으로 의회의 역할이 커지면 커질수록 구성에 어려움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직자로서 전문성을 갖출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는 장점이 많은 보직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지방자치법 개정의 핵심은 집행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보다 강화함으로써 주민들의 의견을 행정에 제대로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 지방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임면·징계 등 인사권을 의장에게 부여하고 자치입법·예산심의·행정사무감사 등을 지원하는 정책지원관을 신설하는 것은 의회의 역할을 제대로 하라는 주문인 것이다. 따라서 민의의 전당인 지방의회도 변화와 혁신이 요구된다. 특히 지역주민들과 가까이하면서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하는 의회 상을 세워야 한다. 앞으로 지방의회의 집행부에 대한 견제기능도 강화될 것이다. 권한이 많이 주어지는 만큼 책임 또한 무거워지는 법이다. 내년부터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되면 의원 스스로 이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의원은 권한보다 역할과 사명이 먼저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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