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CEO 제프 베저스는 워라밸(work-life-balance)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인터뷰에서 그는 밴런스 즉 균형을 추구한다는 것은 한쪽을 추구하는 만큼 한쪽을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시소게임과도 같아서 결국 마이너스가 되는 거래관계가 된다고 했다. 대신 그는 워라하(work-life-harmony) 즉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프 베저스의 말이 새로운 트랜드의 물꼬를 트는 이유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추구하는 워라밸이 기업 내에서 꽤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돈보다는 가정을 선택하기 때문에 승진에 미련을 두지 않고 과감하게 칼퇴근을 선언하는 신입사원들과,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달려온 기성세대와의 가치는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조직문화의 변화를 위해 코칭하고 있는 기업의 관리자는 3년 차 정도의 사원이 연봉이 낮은 회사로 기꺼이 이직하는 사례를 들어 놀랍다고 말한다.
균형(balance)과 조화(harmony)는 서로 다른 말일까? 워라밸의 균형이라는 것이 시소의 원리처럼 합이 0이 되는 의미로 시작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나치게 일과 조직과 기성세대의 가치관에 강요당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자기표현이었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이는 기성세대가 국가부흥이나 기업의 성공을 위한 일 중심을 중요시한 나머지 가정과 개인의 삶이 사라진 것에 대한 스스로 한탄과, 집에서 아버지의 부재를 안고 자라온 밀레니얼 세대의 바람이 함축된 것이라 본다.
워라밸의 추구는 워라하로 가기 위한 길목의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워라밸이 아래에서의 물결이었다면 워라하는 워라밸의 가치관을 불편하게 바라본 기업을 운영하는 처지에서 선도하는 것이라면 조금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은 해마다 성장을 해야 한다. 즉 날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창출되어야 하고, 적극적이고도 활발한 움직임이 필수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환경이 변화하지 않는 직장이라는 조직은 재미나는 곳이 아니다. 하루의 일이 끝나고 하나의 프로젝트가 끝난다고 해서 다시 새로운 판을 짜서 일을 시행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직급과 인간 그리고 일과 개인이 그물망처럼 얽혀서 어느 한구석으로도 틈을 낼 수 없도록 빡빡하다. 이런 속에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아이디어가 샘솟아 나오기는 어렵다. 숨 쉴 틈을 찾아 돈이나 성취감보다는 편안함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기쁨을 추구했던 밀레니얼 세대의 바람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도 기업에 몸을 담고 있는 이상 자영업자처럼 원하는 만큼만 일하고 문을 닫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대충, 적당한 이익을 내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프로젝트가 맞물려서 시행되는 만큼, 내가 정한 시간만큼, 내가 원하는 만큼만 일하고 멈춘다면 또 다른 사람은 나머지를 채우기 위해 밤을 새우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승진과 성과금을 원하지 않더라도 내가 받는 적당한 월급을 받기 위해서는 프로젝트는 완성되어야 하고, 납기 일은 맞춰야 하며, 고객이 원하는 바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퇴근 시간이 조금 늦어질 때도 있고, 퇴근 후에 집에서 일해야 하는 때도 있다. 물론 매일 그렇게 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개인의 삶(life)이 추구하는 것은 가정, 가족, 친구, 자유로운 영혼, 휴식, 취미 등이라면 일(work)은 돈, 능력, 경험, 일의 가치, 회사의 이익, 사회적 관계 등을 추구한다. 워라하는 이 두 가지 영역에서의 조화는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아니다. 두 영역을 넓은 범위에서 바라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전체에서 바라보아야 시소처럼 합이 0이 되는 물리적인 양의 균형이 아니라 더우면 찬 기운이 필요로 하고, 엄하면 따뜻한 정이 필요하듯 균형을 맞추어가는 진정한 조화를 이루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가 한 덩어리가 되어서 나를 잊어버렸던 기성세대와 개인을 뚝 떼어내어서 나만을 온전히 바라보는 밀레니얼 세대의 장점을 엮어야 한다. 전체가 하나가 되는 힘이 필요하면 전체가 되고, 개인의 창의력이 필요하면 개인의 가치를 부각하는 조화로움이 필요하다.
균형과 조화는 우주 질서와 사회질서, 그리고 인간 질서의 핵이다. 결코 새로울 것 없이 인간이 마땅히 추구해야 할 ‘조화’가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혹은 개인의 만족을 위해서 트랜드가 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의 가치 존중, 일이 재미가 되는 세상, 스스럼없는 인간관계, 시대를 거슬러도 변함없는 가치의 추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