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늦가을의 정취가 최고조인 나날입니다. 만추의 정취를 제대로 선사하는 숲이 우리 지척에 있습니다. 아무데서나 카메라 셔트를 눌러도 척척 ‘착한’프레임이 연출되는 치유의 숲인데요, 바로 동남산자락 통일로에 있는 산림연구기관인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입니다. 최근 ‘경상북도 지방정원’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커다란 돌에 새겼더군요. 경상북도의 각종 산림사업을 수행하는 연구기관으로서, 기후변화에 대응한 산림 생산성 향상 등 산림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곳입니다. 꽤나 유명한 포토스팟인 메타세쿼이아 나무들 사이로 가로질러진 외나무다리가 있는 공간은 연구기관 건립 등의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가볼 수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맞은편에도 크고 작은 다양한 수종들의 나무들이 시원스럽거나 혹은 오밀조밀 숲을 이루고 있는데요. 숲 깊숙이 들어가다 보면 시원하게 쭉 뻗은 50여년 수령의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 숲을 만납니다. 핀란드나 노르웨이의 어느 숲을 연상시킨 달까요? 메타세쿼이아 나무는 식물낙우송과의 낙엽침엽교목으로 높이는 35미터, 지름은 2미터 정도며 잎은 마주나고 가을에는 적갈색 단풍이 드는 나무입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키로 곧게 자라는 이 수종은 어느새 우리 산야에서 어렵지 않게 보는 나무가 됐습니다. 11월 오전의 찰나적 햇살은 치명적으로 투명하게 이 숲 사이를 관통하고 있었습니다. 경주를 찾은 많은 관광객들도 이 숲의 진가를 알고 있는지 숲엔 사람들이 일렁이고 있었지요. 나무와 숲 사이를 걸으며 사람들은 참 행복해했습니다. 느릿느릿 숲 속을 산책하며 무척 편안해보였거든요. 우리 곁에 이런 숲이 있어왔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그들과 호흡하는 내내 맛보는 충일감은 어떤 순간보다 절대적인 행복감을 선사하니까요. 그리고 도로변에 조성된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으면 먼 곳으로 여행 온 듯한 이국적 정취를 느끼게 됩니다. 다소 짧은 구간이어서 아쉽기는 했지만요. 입소문난 경주의 숨은 명소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정작 경주 시민들은 이곳을 잘 찾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을 숲이 짙어지고 더욱 깊어져 잎들을 분분히 떨구는 계절입니다. 바람에 홀연하게 지는 낙엽들 따라 우리들 근심도 날려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제 곧 무성했던 잎들을 떨궈내곤 긴 겨울을 견디는 시간이 오겠지요. 그러나 여전히 그 빈 공간에는 늦가을 한때의 기억을 간직한 따스함이 남아 있을 겁니다. 비어있는 충만으로요. 이즈음 생각나는 책 한 권이 있습니다. ‘늦어도 11월에는’ 이라는 소설인데요, 그 책을 끼고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을 들으며 메타세쿼이아 숲을 또 걸어야겠습니다. 숲을 한 바퀴 천천히 돌면서 곧 저물어갈 올 한해에 대한 탐색의 시간을 가져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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