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자원봉사자수가 7만여명을 달성했다. 경주시 인구수가 26만여명인걸 감안하면 28%에 해당하는 인구이며, 10명이 모이면 그중 3명이 자원봉사자라는 말이다. 관광도시이자 문화도시이기도 한 경주지역은 매년 각종 행사가 많이 있다. 지역 행사가 있을 때 부족한 손을 채워주는 것은 지역의 자원봉사자 ‘친절한 경자씨’들이다.
‘친절한 경주의 자원봉사자’의 준말인 경자씨들은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재난·재해 현장에서 힘을 보탰다.
지역과 상관없이 일손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도와주러 가는 친절한 경자씨들의 활동은 지역과 타 지역에 자원봉사문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본지는 지역 자원봉사자 7만명 돌파를 기념하며, 자원봉사센터와 경자씨들의 역사,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보도해 자원봉사문화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재난·재해 현장에서 친절한 경자씨(이하 경자씨)들은 지난 수년간 재난·재해 현장에서도 부족한 일손을 채우며 자원봉사자의 몫을 해냈다.
먼저 2003년 9월 한반도를 덮친 태풍 매미다. 태풍 매미는 전국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지역도 이를 피해 갈 수 없었다.
경주시는 피해복구에 힘을 쓰고 있었지만 모든 피해를 복구하기엔 부족했고,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 농가들을 돕기 위해 경자씨들이 건천읍과 안강읍 일대에 피해복구 자원봉사활동을 펼쳤다.
일손이 부족해 애를 태우고 있는 농가 수해피해 농경지에 쓰러진 벼 세우기에 나섰으며 농가에서 고추 따기 농촌일손 돕기를 실시했다.
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태풍 매미 피해복구 당시에 지역의 자원봉사자들 대부분이 복구피해현장에 투입되었고, 이때를 시작으로 재난·재해 현장에 자원봉사자들이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04년에는 경북 북부지방 폭설 피해복구(예천군), 2006년 태풍 ‘산산’ 수해복구(경주시 배반동), 경주역 기관차사무소 수해복구, 태풍 ‘에위니아’ 수해복구(경주시 내남면), 2008년 서해기름 유출 등의 활동을 했다.
이어 2014년 지역에서 일어나 대형 사고인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사고’현장에서도 경자씨들의 활동은 이어졌다.
폭설로 강당건물이 무너져내리면서 당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 중이던 대학생들이 매몰되었고, 사망 10명, 부상자 204명이 발생한 지역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였다.
매몰된 학생들이 다치지 않도록 건물잔해를 치우는데 모든 인력이 동원됐고, 이 현장에서 경자씨들은 인명구조활동과 급수봉사, 구조대원들이 활동하기 쉽도록 쌓인 눈을 치우는 등 3일간 현장을 함께했다. 지역에서 일어난 대형사고 였기에 경자씨들은 평소보다 더 열정적으로 현장을 도왔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자씨들은 “사고 현장에도 구조 작업을 더디게 하는 악재가 겹쳐 있었다. 현장 입구가 좁았고, 구조장비 투입이 쉽지 않아서 구조대원들이 많이 힘들었던 것이 기억난다”며 “구조대원들이 한 명이라도 더 구해보려고 노력하는데 그때는 옆에서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불가능했고, 구조자들이 나오면 우리들이 옆에서 같이 옮겨주는 정도와 구조대원들이 활동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변을 정리하는 정도였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히 난다”고 말했다. 또 “자식 가진 부모 마음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런 일을 겪고 나서부터는 어떤 봉사현장이든지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 이후 2016년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피해, 2017년 포항 지진피해, 청주시 폭우 피해복구, 2018년 영천시 폭설 피해복구, 영덕군 태풍 피해복구, 2019년 울진 태풍 ‘미탁’ 피해복구, 강원도 고성 산불 피해복구, 2020년 전라남도 구례군 수해복구, 경주시 감포읍 태풍 ‘마이삭’ 수해복구 등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한 현장에 늘 일손을 거들며 함께 했다.
#코로나19 대응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내·외부 활동에 많은 제약이 생겼다. 자원봉사의 영역도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다.
자원봉사를 하려면 좋든 싫든 사람들이 모여야 하고, 대면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일정 인원이 모이는 것에 제약이 걸리고, 비대면으로 봉사를 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경자씨들은 코로나19의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봉사를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서 실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가장 큰 문제였던 것이 ‘마스크’문제였다. 마스크대란으로 인해 마스크 가격은 몇 배나 폭등했고, 형편이 어려운 취약계층 가정에서는 비싼 마스크를 구매할 방법이 없었다.
이때 경자씨들이 한 것이 바로 필터를 교체하는 마스크를 제작해 기부한 것. 어려운 가정들에 마스크를 전하기 위해서 미싱 기술을 익히고, KF94 마스크 필터를 오려내어 면 마스크에 장착해 사용할 수 있도록 직접 만들어 전달했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식료품 키트를 만들어 3일간 보건소 의료진 450여명에 전달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지역 자영업자들에게도 위기가 닥쳐왔다. 거리두기로 인해 손님이 줄어들고, 폐업하는 곳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경자씨들은 자영업자들을 위한 ‘방역활동’, ‘착한소비 캠페인’ 등을 펼치며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시작했다.
방역활동에는 20개 단체 1245명이 참여했고, 지역의 상가들을 다니며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방역활동을 펼쳤고, 방역봉사자들에게 마스크와 장갑 100세트를 지원해 방역현장에서의 코로나예방에도 앞장섰다. 또, 경자씨 재능대학의 프로그램에 ‘마스크 제작 DIY’과정을 추가해 직접 마스크를 제작할 수 있도록 했고, IBK기업은행과 함께하는 ‘참 좋은 사랑의 밥차’ 식료품 키트 제작을 통해 8000여명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 여름에는 백신 접종현장에서도 외료진들의 부족한 손발이 되어서 활약했다. 55개 봉사단체에서 총 3677명의 봉사자들이 현장에서 활약했다. 백신접종 현장은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에 그 어떤 봉사현장보다 위험이 동반되었지만 경자씨들은 앞장서서 봉사현장에서 활약했다.
백신접종 현장에서 경자씨들과 함께한 의료진 및 관계자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었다. 봉사자들이 있었기에 어르신들에 대한 접종이 문제없이 원활하게 잘 진행됐다. 접종현장이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라 위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나서서 일손을 보태준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경자씨는 무엇이 다른가? 지역의 자원봉사자 브랜드인 ‘친절한 경자씨’는 지역에 존재하는 자원봉사단체들의 총 집합체다. 지역에는 자원봉사센터에 소속된 모든 자원봉사단체의 연합회인 ‘경주시자원봉사단체연합회’가 있다. 이 연합회가 바로 ‘친절한 경자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자원봉사단체의 연합이기에 경자씨들은 재난·재해 현장에 발 빠르게 투입될 수 있도록 연락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는 것이 최고의 장점이자 특화된 점이다.
경자씨들은 “사실 모든 자원봉사자들이 다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경자씨라서 특별한 것이 아니다. 자원봉사자들의 희생하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고, 단지 우리지역은 ‘친절한 경자씨’라는 브랜드화가 먼저 되었다는 것뿐이지, 이 세상 모든 자원봉사자들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마음 그 자체가 봉사자들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자원봉사센터와 경자씨들의 앞으로의 계획 지금까지 경주시종합자원봉사센터는 지역의 자원봉사문화를 성숙한 자원봉사문화를 위해서 자원봉사를 알리는데 치중해왔다. 지금까지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교육훈련, 변화촉진, 조직육성, 특화사업 등에 집중해왔다면 앞으로 자원봉사센터와 경자씨들의 방향은 ‘열정과 전문성을 갖춘 자원봉사’, ‘전 시민의 자원봉사 참여’에 초점을 두고 있다.
2016년부터 꾸준히 진행하였던 “주민주도형 마을공동체 사업”은 보다 많은 주민이 적극적·주도적으로 마을의 문제와 이슈를 고민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확대 실시할 계획이고, 최근 전세계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탄소중립운동은 올해 진행하였던 일회용컵 줄이기 운동, 아이스팩 챌리지 등을 더욱 업그레이드 하여 전 시민 운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주민 주도형 마을공동체 활성화’, 자원봉사 활동을 통한 ‘탄소중립’운동은 올해 사업이었던 일회용컵 줄이기, 아이스팩 챌린지를 보다 업그레이드해서 진행할 계획이다.
자원봉사센터는 교육을 통해 시민성을 향상시키고 자원봉사 참여를 유도하고, 기존의 자원봉사자들의 역량을 더욱 강화시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한 축으로 성장시켜 나가며, 그동안 미비했던 자원봉사자들의 인정보상에도 더욱 확대해서 제공한다.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시대가 흐르면서 자원봉사의 영역에서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전문성이 요구되고, 대면활동이 주였던 과거에 비해 비대면 활동이 요구되는 자원봉사현장도 생기게 됐다. 때문에 자원봉사센터는 경자씨들의 역량을 더욱 강화시켜 전문성을 갖춰, 지자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손을 내밀어주던 기존의 봉사문화를 넘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원봉사문화를 만들어가는데 앞장서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