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에서는 한옥(韓屋)으로 흥미로운 실험을 하려 한다.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에 한옥이 나와서일까, 아니면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주 배경이여서일까, 한옥에 대한 관심은 이제 아시아를 넘어 서구 사회로 옮겨 붙고 있는 모양인데, 한옥이 미국에 터를 잡으려는 움직임이 있어 기대된다. 전북대학교(총장 김동원)는 미국 알파솔루션(Alpha Solution Inc.)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미국에다 한옥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집(house)과 가정(home)의 차이랄까, 한옥은 그저 이국적인 건축물이 아니다. 안방과 사랑채 등 한국인의 혼이 담긴 정서적 아이덴티티(identity:정체성)다. 전북대는 한국의 무엇을 선보이려는 걸까? 전북대 부속 한옥기술종합센터는 이미 유네스코가 주최한 온라인 공개강좌(MOOC)에 한옥을 홍보한 경험이 있다. 일본, 프랑스, 그리스, 불가리아에서 한옥 전시회도 개최했다. 이번 미국 수출에 앞서 독일, 호주로부터 제의도 받았다. 알제리와 베트남에 이어 올해 미국 수출 계약을 따낸 것이다. 과연 한옥이 한류의 기세에 올라탈 수 있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서양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놀라는 것 중에 좌식 문화가 있다. 집집이 안락한 소파가 있지만 우리는 딱딱한 방바닥에 앉는다. 그것도 양반다리로. 식탁도 있지만 TV를 보면서 밥을 먹겠다고 앉은뱅이 상을 따로 사는 우리다. 이 모든 게 우리의 좌식(坐食) 본능 때문이다. 정형외과 의사들은 양반다리를 꺼린다. 골반이 틀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한쪽 다리는 올리고 반대쪽 다리는 내리는 자세는 골반에 무리를 준다. 골반과 연결된 척추와의 밸런스도 무너지게 된다. 척추의 특정 부분으로 몰린 과도한 압력은 허리 디스크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무릎을 과도하게 구부리면 무릎뼈 사이의 연골판에 과도한 압력이 전해져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많은 어르신들이 앓고 있는 관절염에 양반자세는 최악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는 왜 다리를 풀지 못하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한옥에 있다. 구체적으로 온돌, 그리고 마루 구조에 있다. 온돌은 한국의 사계절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봄·가을은 짧지만 여름은 덥고 습하며 겨울은 또 춥고 건조하다. 그러니 구들을 덥혀 실내를 따뜻하게 하는 온돌로 겨울을 나고, 통풍 때문에 지면에서 떠있는 마루 구조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낸다. 우리가 딱딱한 바닥을 쉬이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우리의 이런 온돌과 마루 사랑을 서양인에게도 기대할 수 있을까? 신체 구조상 양반다리를 잘 못하니 아마 힘들려나? 한반도는 노년기의 산악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뒤로는 산이 병풍처럼 둘러있고 앞에는 강이 보이는 한옥을 으뜸으로 친다. 택지를 고를 때부터 자연스레 풍수사상이 끼어든다. 풍수에 대한 지나친 확신은, 모든 과신이 그렇듯 우려스럽다. 하지만 인간이 자연의 질서를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을 환기하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기야 야트막한 구릉으로 이루는 산세의 완만한 곡선을 따라 한옥들이 올망졸망 놓여있는 걸 보면, 눈 가는 데마다 한 폭의 동양화다. 인간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그 자연스러운 앙상블을 미국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까? 한옥은 그 속을 채우는 사람들의 삶의 철학을 구현해 낸다. 유교(儒敎)를 국시로 했던 조선시대에는 여성들이 사용하는 안채, 남성들이 주로 사용하는 사랑채로 나뉜다. 안채에서는 시어머니가 사용하는 안방이 며느리의 건넌방보다 컸다. 사랑채도 가부장(家父長)의 큰사랑과 장자(長子)의 작은사랑으로 구분된다. 당시의 위계질서나 남녀의 내외사상이 한옥에 녹아 있는데, 평가나 가치 판단에 앞서 이러한 시대적 질료를 이해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이번 미국 조지아주 엘리제이시(Ellijay)에 세워질 한옥은 팔작지붕에 겹처마 양식을 한 ‘ㄷ자’ 구조라고 전해진다. 외양은 한국의 전통건축 방식인데, 실내는 그들의 생활 습관을 고려해 입식(立食)으로 거실과 방, 누마루로 구성했다니 흥미롭다. 살짝 걱정이 되는 부분은 일단 외국으로 시집(!)간 상황에 우리 한옥이 무엇을 지키고 고수할지 또 무엇을 받아들이고 변화할지에 대한 담론의 부재는 아쉽다. 어떻게 첫 술에 배부르랴. 좀 더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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