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지속된 세계적 팬데믹 현상으로 관광과 관광산업은 여타 산업에 비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고 그 작동이 멈춰져 있긴 하지만 이 코로나 상황이 끝나면 여전히 관광현상은 우리의 일상이 되고 인간의 삶에 있어 하나의 중요한 문화로 등장할 것이다. 논의를 위해 잠깐 코로나 상황 이전으로 돌아가 보면, 2019년 전 세계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인원이 국제 관광에 참여 했으며, 한국인의 경우 인구의 56%에 해당하는 사람이 그해 한 해 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생활화 되었다. 가히 관광의 시대라 할만하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관광욕구는 억제할 수가 없다고 보여 질 정도로 곳곳의 통계지표가 가리키고 있다. 내국인 관광은 벌써 코로나 이전 단계로 회복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의 국내 관광은 지역에 한달살기를 비롯해서 웍스테이션, 마당스테이 등 체험하고 머무르는 프로그램으로 확산되는 등 국내관광트렌드가 확연히 변화하고 있고 질, 양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일찍이 경험하였듯 이러한 관광의 효력도 저발전 국가에겐 합당하지가 않다. 가난한 국가나 사회에선 관광의 효과 중에 경제적 효과가 가장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지역 고유 자본이 없어 관광산업을 일으키려면 외부 자본에 의존해야 한다. 기껏 관광산업을 활성화 시켜봐야 외국관광객이 와서 소비한 돈은 도로 외부로 빠져나간다. 흔히 전문 용어로 관광누출이라고 한다. 고용도 중요한 임원급의 일자리는 외부인의 자리이고 지역주민은 허드렛일 정도로 겨우 밥은 먹고 산다.
이 시기의 관광은 자연스레 인적 서비스에 의존해야하고 때론 지역의 자부심이나 자존심을 판매하는 대가를 지불하고 겨우 밥벌이를 하는 정도다. 경제적 효과가 가장 중요시 됨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경제적 효과가 미미하고 관광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만 나쁘게 된다. 관광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리가 없다. 흔히 기생관광 얘기가 등장하기 십상이고, 비일상에서 나오는 관광객의 관광문화가 유행하고 지역주민 특히 젊은이들은 관광객의 비일상 문화를 모방하는 풍조가 등장하기도 한다. 사행산업이나 유흥산업이 지역문화를 대치하기도 한다. 복모음 발음이 힘든 지역 방언을 흉내 내어 관광을 듣기 거북한 용어로 농담처럼 내뱉는 현상이 그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70년대 미국 보잉보고서의 권고에 의해 한국관광의 거점관광도시로 개발한 경주의 모습이다. 자연스레 경주의 문화도 싸구려 관광문화를 닮아갔던 것이다. 천년 고도 경주의 고즈넉하고 유서 깊은 문화를 드러낼 수 없는 구조였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경주의 고유성을 함유하고 있는 문화를 드러내기보다는 철저히 후진국 경주 관광문화를 드러낸 셈이다. 경주에 품격 있는 먹거리, 볼거리, 살거리가 등장 할 수 없었던 구조이고 경주인이 관광에 자부심을 가질 수 없었던 구조였다. 물론 관광에 직접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에겐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관광은 지역 고유 자본에 의해 관광에 대한 숙박이나 교통 편의시설, 놀이시설 등 관광에 대한 인프라가 충분히 확보된 사회나 국가에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관광은 경제 선진국에서, 그것도 경제의 성장기를 지나 성장 정체기 내지 한계 경제에 어울리는 산업이다. 경제와 산업 전환에 또는 부가 산업으로 관광이 최적의 산업이다. 기존의 산업에 관광을 가미시켜 경제를 한 번 더 도약 시키는데 적합하고, 침체된 도심이나 지역을 재생하는데 필요한 산업이다. 어매너티와 위생이 확보된 지역과 지역민의 생활수준이 관광객 확보에도 쉬워진다. 지역을 드러내는 관광에 당연히 자부심을 가질 수도 있다. 경제적 효과는 물론이고 부가적인 사회문화적 효과도 배가되는 셈이다.
경주는 관광에 있어서 원조거점관광으로 초창기 관광산업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으며, 한국 근대화에 관광으로 일조를 하였었다. 2년 전 정부가 시행하는 한국의 관광거점도시에 경주는 아쉽게도 선정되지 못했다. 그러나 거점도시라는 것은 자원과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했을 때 우선적으로 성장시켜 그 주변으로 관광의 효과가 파급되기를 바라는 개발 방식이다. 경제선진국에 진입하고 있는 한국이 초창기 개발방식인 거점도시 정책을 가지고 온 것은 지방 소멸시대에 지역을 인위적으로 관광을 진작시키겠다는 목적에서다. 경주는 거점도시 선정에 상관없이 한국의 원조 관광거점도시로서의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당연히 경주와 경주시민은 관광에 충만한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 초창기 거점도시에서 가졌던 관광의 부작용과 폐해를 말끔히 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관광의 전성시대, 경주관광에 자부심을 가질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