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은 외부로의 인구 유출과 내부 감소,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 무분별한 도시 확장에 따른 구도심의 활력저하, 주거환경을 비롯한 도시공간의 노후화 등 쇠퇴하는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안되는 도시계획, 도시정비, 주민공동체 활동 등을 말한다. 도시재생 이전의 전면 재개발과 같은 도시정비 방식은 도시가 간직한 길고 짧은 역사적 자원과 기존에 작동되던 공동체도 송두리째 사라지게 만드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소중한 지역의 자산은 보존하면서 낡은 기존 도시의 물리적 환경은 개선하고, 지역의 공동체는 유지하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지역역량 강화 정책인 도시재생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경주도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주역과 경주읍성 동측 사이 지역이 2018년에 ‘중심시가지형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선정되었고, 2020년에는 경주역 부지 동편과 경주고등학교 서쪽의 성동동과 황오동지역이 ‘일반근린형 도시재생사업’으로 추가 선정되어 정부지원을 받게 되었다. 타 지역에 비해 쇠퇴수준이 심각한데다 역사문화유적과 시장, 구역사와 같은 도시자산을 보유한 지역이다 보니 도시재생사업을 통한 활력증진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은 사업추진동력 확보를 위해 주민의 사업에 대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며, 기존 도시조직을 최대한 유지한 채로 물리적 환경개선이 진행되다보니 전면 재개발에 비해 환경개선효과가 크지 않다는 한계도 있고, 도시활력도 제고에도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는 등 사업추진상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재생과 관련하여 사업추진상의 노하우와 어려움들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가 매년 개최되고 있다. 지난 10월 27일부터 30일까지 경남 창원 마산해양신도시에서는 ‘대한민국 도시재생 산업박람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올해로 다섯 번째 개최된 이번 박람회는 도시재생 분야의 국내 최대 행사로 국토교통부와 각급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하여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등 총 189개 기관이 594개 부스 규모로 참여하여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과 도시재생 성공사례들이 소개되었다. 개최도시인 창원은 전국에서 최초로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한 마산합포구 창동·오동동 지역이 소재한 곳이다. 창동·오동동 지역은 과거 10년 전만 해도 폐점된 가게들이 즐비하여 도시쇠퇴가 심각하게 진행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2014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골목마다 예술과 문학이 살아있는 동네로 탈바꿈했다. 비어있던 가게들은 젊은 예술가들이 들어와 작품 활동을 하는 작업공간과 전시공간으로 활용되었고, 골목은 그들로 인해 활력을 띄기 시작했다.
더욱 의미 있는 것은 기존 골목을 지키던 서점과 시장상점들로까지 그 활기가 전해져 지금의 창동 골목길은 예술인 가게와 기존 가게들이 어우러져 공생하면서 전체 골목에 생기가 돌고 있다. 창동 골목에는 도시재생 성공사례를 직접보고 배우기 위해 전국 도시재생담당자들의 발길이 산업박람회 내 이어졌다. 필자는 도시를 탐구하는 학생의 심정으로 우리나라 도시재생의 발전 동향을 파악하고, 현장에서의 목소리를 듣고자 매년 도시재생 산업박람회에 참석하고 있다. 산업박람회에서는 창동·오동동 외에도 전국 각 지역별 도시재생 추진사례가 소개되고 발표되었다. 도시재생이 주민활동 뿐 아니라 대규모 시설투자가 이뤄진 사업도 있었고 4차 산업혁명의 스마트기술 적용으로 지역의 도시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번 도시재생 산업박람회에서는 우리 경주시의 도시재생사업 추진현황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창동 골목의 도시재생 메카로 유명한 한 가게에서 영천, 포항의 도시재생팀들은 만났는데 정작 고향 분들을 뵙지 못하니 아쉬움은 더욱 컸다. 아마 코로나 상황을 비롯한 여러 가지 고려가 있었을 것으로 나름 추측해본다. 내년 산업박람회에서는 경주의 활력을 되찾기 위한 다양한 도전과 성공이야기들을 많은 분들에게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황오동과 성동동에서는 지금도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을 주민과 함께 고민하면서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멀리서나마 작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