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든은 그의 주군 니콜라우스(1714-1790)의 죽음을 계기로 환갑 가까운 나이에 30년을 봉직한 에스테르하지 가문을 떠나게 된다. 온 유럽이 프랑스혁명(1789)의 충격에 빠져 있을 때다. 신분제도의 붕괴로 음악하는 사람들의 삶이 더욱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 가문에서의 음악적 성과 덕분에 오히려 꽃길을 걷게 된다. 그는 퇴임 후 바로 영국에 초청되었고, 활발히 활동하여 세계적 작곡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우리는 하이든을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평생 동안 100곡이 넘는 교향곡을 만들었다. 이 중에서 에스테르하지 가문에서 일할 때 92곡을, 런던 시절(1791-1795)에 12곡(93-104번)을 작곡했다. 나중에 만든 작품일수록 완성도가 높았다. 특히 런던교향곡 12곡에서 발군의 기량을 엿볼 수 있다. 이 중에서 94번 놀람 교향곡이 가장 유명하다. 느린 2악장이 아주 조용하게 시작되고, 30초가 지나는 순간 팀파니의 굉음이 ‘팡’하고 울려 퍼진다. 졸던 사람들이 있다면 진짜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소리다(유튜브에서 찾아보세요). 1795년 하이든은 영국생활을 마치고 다시 빈으로 돌아온다.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였지만 그의 음악적 전성기는 이때부터다. 1796년 장학퀴즈의 시그널 음악으로 유명한 트럼펫협주곡을 작곡한다. 최근 넷플릭스의 전세계 1등 드라마인 ‘오징어게임’에서는 이 장학퀴즈협주곡(3악장)이 ‘불안의 동기(motiv)’로 사용된다. 게임 참여자들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이 음악을 듣게 된다. 아무리 명곡이래도 ‘내가 죽을 수도 있는 하루’가 시작됨을 알리는 곡이 아름다울 리 없다. 하이든은 영국에 머물 때 독일계 선배 작곡가인 헨델(F.Händel/1685-1759)의 오라토리오 작품 ‘메시아(messiah)’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1798년에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만든다. 3부에 걸쳐 110분을 연주하는 대작이다. 예술가라면 말년에 대작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기나보다. 우주와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지는 구약 창세기의 대서사를 담았다. 이어서 1801년에는 오라토리오 `사계`를 작곡한다. 하이든은 이 오라토리오 두 곡으로 작품 인생의 정점에 오른다. 흙수저로 태어나 최고 작곡가의 반열에 오른 하이든은 1809년 사망한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살아생전 무난한 삶을 살았던 그에게 죽어서 모진 시련이 찾아온다. 하이든의 머리가 무덤에서 사라진 것이다. 사건은 이렇다.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니콜라우스 2세(하이든이 주군으로 모신 니콜라우스의 아들)가 하이든의 묘를 이장(1820)하여 관리하게 되었다. 이장할 때 하이든의 머리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용의자를 찾아낸다. 하지만 용의자는 가짜 머리를 내놓았고, 니콜라우스 2세는 그 머리를 무덤에 넣고 사건을 일단락한다. 시간이 흘러 하이든의 진짜 머리는 빈음악가협회에 기증(1895년)되고 일반에 공개된다. 후손들은 협회로부터 하이든의 머리를 돌려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진전되지 않다가 1954년에서야 비로소 받게된다. 하이든 사후 무려 145년만의 일이며, 현재 진짜 머리는 가짜 머리와 함께 묻혀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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