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이 코너를 만든 사람은 경주의 산악인으로 경주클라이밍스쿨을 맡고 있는 차재욱 교장이다. 차재육 교장은 자칭 영화광으로 수많은 영화를 인상 깊게 보았지만 이 코너를 위한 영화로‘127시간’을 추천했다.
‘127시간’은 2003년 미국 유타주 블루 존 캐넌이란 곳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기초로 만든 영화다. 주인공 아론(제임스 프랭코 분)은 암벽 클라이밍을 즐기다 뜻밖에 협곡 사이에 떨어지며 바위에 팔이 짓눌리게 된다. 휴대전화를 두고 온 주인공은 지나가는 등산객이 있기를 기대하지만 끝내 아무도 오지 않았고 한 병 밖에 가져가지 않은 물도 곧 마셔버렸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주인공은 등반용 칼로 스스로 짓눌린 팔을 자르고 탈출, 조난 당한지 127시간 만에 구조된다.
“127시간은 산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본보기였다는 면에서 충분히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차재욱 교장은 전문 산악인답게 산을 오를 때는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런 한편 127시간의 주인공은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한다.
차재욱 교장에 따르면 산을 즐기는 사람은 네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즉흥적으로 산을 즐기는 ‘스포츠 클라이머’, 스포츠 클라이머보다는 조금 더 상위의 경험을 가진 ‘클라이머’, 알피니스트에 버금 갈 정도로 암벽과 빙벽을 오르는 등 전문 기술을 가진 ‘토털 클라이머’, 산악인 최고의 레벨로 고산과 거벽까지 등반하는 ‘알피니스트’가 그것.
‘127시간’의 주인공은 ‘스포츠 클라이머’로 분류할 만한 산악인으로 알피니스트의 입장에서 보면 지나칠 만큼 많은 문제를 안고 모험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만약 주인공이 토털 클라이밍 이상만 되었어도 클라이밍은 기본이고 산에서 필요한 다양한 수칙을 지키고 생존법칙을 알고 있어 그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산악인들이 제일 금기시 하는 것이 솔로 등반, 즉 혼자서 산을 타는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산악인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조차 어겼다. 자신이 어디로 간다는 것을 제2의 인물에게 알려야 하고 최소한의 연락처를 남기거나 통신장비를 휴대하는 것이 기본인데 주인공은 이런 수칙들을 소홀히 해 스스로 화를 불렀다. 다시 말해 백업장비를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
“알피니스트들은 간단히 자신을 나타내는 장비로 ‘호루라기’를 기본필수장비로 가지고 다닙니다” 비록 조난당한 주인공이 처절한 사투를 벌여 목숨을 구했지만 스스로 자신의 팔을 자르는 끔찍한 대가를 치렀다. 주인공이 현명한 스포츠 클라이머였다면 누군가에게 자신이 가는 곳을 알려두었을 것이고 자유롭기 위해 휴대폰을 버려두고 가기보다 휴대폰을 꺼서 가방에 넣어두었을 것이다.
차재욱 교장은 비록 객기어린 스포츠 클라이머의 일탈에서 비롯된 참변을 다루었지만 이게 실화에 바탕 둔 영화이고 인기도 높았던 영화이다 보니 이 영화 이후 세계 산악인들 사이에서 솔로등반이 사라졌을 만큼 교훈이 컸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서 경주클라이밍 스쿨에서도 이 영화를 보여주며 등반시의 수칙을 강조한다고.
여기에 더해 차재욱 교장은 ‘인도어 클라이밍(In-door climbing)’에 대해 귀띔해준다. 알피니스트들이 등반계획을 세울 때 집에서 출발해 집으로 귀환하기까지 전체적으로 세부적인 산행 계획서를 짜놓고 상상등반을 실행해보며 준비물과 돌발상황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127시간의 주인공이 인도어 클라이밍을 시연해 보았다면 그런 사고를 겪지 않았을 것이다.
바야흐로 단풍이 아름답게 물 드는 가을, 산을 향한 마음이 분주할 때다 영화 ‘127시간’을 교훈 삼아 동네 낮은 산을 가도 행선지를 남기고 최소한의 비상물품을 챙긴 후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기 바란다는 것이 차재욱 교장의 권유다. 혹시 산에 대해 더 궁금한 독자들은 경주클라이밍스쿨로 연락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