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단풍들어 눈으로 가슴으로 가을을 만지기에 좋은 날씨다. 감로수 달게 마시고, 끝없이 넓고 높아 작정하고 치어다보는 파란 가을하늘이다. 천년고찰에서 맡게 되는 미묘한 안락감으로 참선에 들어선 듯 심신이 가볍다. 청정의 도량에서 가뭇없이 스치는 한 순간이 생사의 경계를 지운다. 돌층계를 오르다보면 석굴암 원형복원과 먼 장면들이 짐작되는 석조물들이 놓여있다. 왼편 한쪽 옆으로 모아둔 신라건축물들이다. 한일합방 후 일본인에 의한 석굴암 해체복원 당시 제자리를 잃은 것이다. 큼직하고 잘 생긴 다듬은 돌들이 제 위치에 구실을 다 할 때 완벽한 복원이다. 창건당시 쓸모 있게 역할을 다 했던 석조물들이 안타깝게 뒷짐 지고 있는 현상이다 조선 숙종 때 정시한이 석굴암에 기거하며 쓴「산중일기」기록이다. ‘무진년(1668) 5월 15일 뒤쪽 봉우리에 오르니 자못 험하고 가파르매 힘을 다해 십여 리를 가서 고개를 넘어 1리쯤 내려가니 석굴암에 이르렀다. 명해스님이 맞아들여 자리에 잠깐 앉았다. 석굴에 올라보니 모두 사람이 공들여 만든 것이다. 돌문 밖 양쪽은 네다섯 개의 큰 바위에 불상을 남김없이 조각하였는데, 그 기이하고 교묘함이 하늘이 이룬 듯하다. 돌문은 무지개모양으로 돌을 다듬었다. 그 안에 거대한 돌부처님이 있으니, 살아 있는 듯 엄연하다. 좌대석은 반듯하고 기괴하다. 굴 위의 뚜껑돌(蓋石)과 여러 돌들은 둥글고 반듯하게 서 있어, 하나도 기울어지거나 어긋난 것이 없다. 줄지어 서 있는 불상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하지만, 기괴한 모습을 표현할 수 없다. 이런 기이한 모습은 보기 드문 것이다. 완상(翫賞)을 하며 오랫동안 머물다가 내려와 암자에서 잤다’ 건축, 수리, 기하학, 종교, 등 천년숨결의 품격과 품위를 송두리째 펼치는 유적지다. 중국으로부터 372년 고구려 소수림왕 때 전파된 불교는 백제를 거쳐 신라로 전래되었다. 우리나라 불교미술 최고의 예술적 가치를 고스란히 안고 가는 석굴암이다. 돌계단을 밟으며 천상에 다다른 심신이 감개무량하다. 천원지방설(天圓地方說) 전방후원식(前方後圓式) 화강암 단단한 돌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다듬어 건축한 원형천정 석실이다. 둥근 하늘세계 주실엔 본존불, 네모난 땅 전실엔 부처를 지키는 불법의 수호신들이 조각되어져 있다. 중생세계를 의미하는 팔부중상(八部衆像) 가루라⦁용⦁긴나라⦁건달바⦁아수라⦁야차⦁천⦁마후라, 주실의 수문장 격인 금강역사상(金剛力士像), 수미산을 수호하는 사천왕상(四天王像) 동방 지국천왕(持國天王)⦁서방 광목천왕(廣目天王)⦁남방 증장천왕(增長天王)⦁북방 다문천왕(多聞天王), 주실 입구 좌우에는 도리천의 제석천(帝釋天)과 범천(梵天) 이 배치되었다. 우주의 본체이자 진리의 주체인 본존불 중심으로 `문수보살 보현보살 십대제자상이 둥글게 서 있다. 부처에게 가르침을 구한 10명의 제자명단이다. ①지혜(智慧)의 으뜸인 사리불 ②신통(神通)의 으뜸인 마하목건연 ③두타(頭陀)의 으뜸인 마하가섭 ④해공(解空)의 으뜸인 수보리 ⑤설법(說法)의 으뜸인 부수나 ⑥논의(論議)의 으뜸인 마하가전연 ⑦천안(天眼)의 으뜸인 아나율 ⑧지율(持律)의 으뜸인 우바라 ⑨밀행(密行)의 으뜸인 나후라 ⑩다문(多聞)의 으뜸인 아난타 등이다. 본존불에 가린 뒤쪽에 위치한 십일면관세음보살상은 최고의 걸 작품으로 평가된다. 불교교리에 의한 석가의 대자대비 화신인 관음보살이기에 한 몸인 양 겹친 형상이다. 장엄 화려한 섬세한 장신구 마디마디 선조의 예술 혼이 깃던 불교미술의 최고봉이다. 옛 숨결 살아 숨 쉬어 볼수록 아름다운 세계문화유산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유네스코에 등재된 석굴암의 위상이 천년유물로 찬란하다. 석굴암을 “영원한 걸작” 이라 칭송한 일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는 「석불사 조각에 대하여」글에서 석굴암 예찬론을 설했다. “실로 이만큼의 깊이와 신비를 보여주는 불교예술을 달리 알지 못한다. 이것을 창조한 작자의 종교적 경험에 대하여 나는 끝없는 경외의 정을 금할 수 없다” 더운피로 천년숨결 품은 돌부처라 첫 눈에 반한 석굴암본존불 여유롭고 넉넉한 가을 닮은 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