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최된 제48회 신라문화제의 주제는 “신라! 리턴즈”이다. ‘신라가 돌아오다’는 뜻인 것일까. 아니면 ‘신라로 돌아가자’는 의미일까. 1962년 처음 열린 신라문화제는 경주의 대표 축제로 어느덧 회갑을 맞았다. 하지만 그동안 숱한 우여곡절로 회수로는 48번째에 머무르고 있다. 나이로는 60세, 주행거리로는 48km인 셈이다. 그렇다면 호응도는 어디쯤일까.
신라문화제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음력 8월 17일에 황성공원에서 삼한시대의 진한 6부 촌장에 대한 제사를 올리는 행사인 ‘신라제’를 기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신라문화제는 1962년 4월 ‘신라문화제 경주시준비위원회’에서 행사 운영제도를 마련하면서 시작되었기에 그 출발을 이 때로 하고 있다. 행사 내용은 해마다 다르게 구성되었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전야제, 서제(序祭), 역사 가장행렬, 줄다리기, 민속군무, 민속경연, 가배놀이, 바라춤, 대취타, 길놀이, 합창단 공연, 농악놀이, 새벌 향연의 밤, 불교문화 재현 등이었다. 그리고 학술발표회, 화랑원화선발대회, 음악경연대회, 가요제, 시화전, 향토작가전, 씨름대회, 한글백일장, 그리기대회, 서예대회, 궁도대회, 전국국악대제전, 신라미술대전, 문예창작대제 등이 반복되듯 해마다 이어져 왔다.
개최 주체도 경상북도와 경주시를 넘나들다 시 축제로 자리매김하였다. 경주시에서 만든 전문기관인 경주문화재단이 설립되면서 민주도로 이관하였으나 이마저도 3차례에 그치고 다시 경주시로 귀속시켰다. 잘 치러보겠다는 의욕이었지만 관주도의 축제, 변화와 창의력이 없는 축제, 백화점식 축제라는 원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민간주도로 전환한다는 취지에 따라 금년에 다시 경주문화재단으로 이관되었다. 축제다운 축제로 완전히 바꾸어보자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간의 준비과정을 보면 유명무실했던 ‘신라문화선양회’를 배제하고 ‘신라문화제 조직위원회’(위원장:경주시장, 부위원장:경주문화원장) 아래 민간전문가 위원회이자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화백위원회’(위원장:부시장, 전문가 8명)를 두고 진행한 것이 획기적이었다. 빈 종이에 그림을 그리듯 수차례의 회의를 통하여 밑그림부터 하나하나 그려 나갔다. 또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공개모집하여 각계각층이 참여한 ‘시민자문단’(39명)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보탰다. 종합예술제 성격이었던 신라문화제를 예술제와 축제로 특화하기로 하고 이원화하였다. 전야제, 개막식, 폐막식 등 그동안 관습화된 프로그램을 전면 재검토하고 유명 가수 초청공연 같은 지역 색깔이 없는 행사를 과감하게 배제한 다음 경주의 문화예술 인프라 적극 활용한 생활밀착형 축제장을 만들고자 계획했다. 또 축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경주만이 할 수 있는 역사성 있는 축제, 야간 중심의 축제를 계획하여 기존의 틀을 완전히 바꾸어 보고자 하였던 것이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대확산된 코로나19가 관건이었다. 개최를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줄다리기 끝에 그나마 대폭 축소하여 비대면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 이번 신라문화제이다. 비대면이라는 제약 속에 불특정 다수의 시민과 관광객이 참여하거나 모이는 축제부문은 취소하고 공연이나 전시와 같은 예술부문만 진행한 것이 특징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내나 야외에서 하는 행사를 포항 MBC와 LG헬로비전 신라방송, 유튜브를 통해 TV와 동영상으로 중계, 재방송을 하여 실황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신라문화제의 오랜 역사의 맥을 이어가고자 한 것이다.
코로나19의 암울한 시기에 가장 직격탄을 맞다시피 한 국악이나 기악 연주자 등 음악인과 연극인 등이 품격 높은 대규모 공연을 한 것은 참으로 잘 된 일이었다. 특히 신라아트마켓은 자영업 위기시대를 견디다 못해 폐업한 시가지의 빈 점포 22개소를 임대하여 꾸미고 조명을 한 다음 미술가, 조작가, 공예가, 문인, 사진가 등 각 협회 회원중심의 작품전시를 이끈 것은 신선한 아이디어만큼 호응이 높았다. 각 전시관 마다 해당 회원들이 배치되어 안내와 설명을 곁들이니 호기심으로 찾은 관광객까지 눈과 귀를 즐거워했다. 총 6개 행사로 나누어 진행된 면모를 보면 제례행사(2종목), 공연행사(5종목), 전시행사(3종목), 학술행사(2종목), 부대행사(4종목), 기타행사(2종목)가 골고루 다채롭게 펼쳐졌다. 모든 행사마다 참여해 보면서 장단점을 살펴보니 완성도가 아주 높았다고 할 수 있다. 그간 수고한 경주문화재단과 경주예총, 경주문화원의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지금 60년 된 신라문화제는 전환기를 맞아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첫 도전이 이번 예술위주의 행사였다 하더라도 코로나19 이후의 신라문화제는 더 큰 성공이 예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반관반민의 애매한 기획 주체를 완전히 민간으로 이관하고 시에서는 재정과 행정적 지원만 하는 역할의 분담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른 도시에서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콘텐츠 지향과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이루어진다면 이 축제는 대성공을 할 것이다. 신라문화제는 현재 사춘기에 와 있다. 그저 좋아라고 흥얼대는가 하면 좌충우돌 삐쭉대기도 하고 속앓이도 하는 그런 즈음이다. 시민 모두가 선남선녀처럼 가슴 설레는 마음으로 합심할 때 완숙미 넘치는 신라문화제는 이미 눈앞에 와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