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용정보원이 인구소멸지수를 매년 발표해왔다. 경주는 2018년에 처음으로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포함이 되었다. 이를 통해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 되고 저출산 고령화의 심각성이 지도를 통해 한눈에 알 수 있게 되었다. 올해 5월을 기준으로 경주의 소멸지수는 4단계 0.39로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되어 있다. 시 단위로는 김천보다 낮고 영천보다는 조금 높은 단계이고 국내전체로 봐서 하위권에 속한다. 노령화지수를 살펴봐도 0세에서 14세까지 유소년 인구 대비해 65세 이상의 노년층 인구를 비율별로 보면 세계평균치가 19.1%인데 비해 2021년 현재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경주의 노령화지수는 289%이고 10년 뒤인 2031년에는 무려 528.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통계에 의하면 65세이상 노인인구는 전국은 16.4% 경북은 21.70% 경주의 경우에는 59,031명으로 23.4%로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한다. 인구 절벽이 주는 재앙이 경주에도 올 수 있다는 의미다. 우스개소리로 ‘대학이 벚꽃 피는 순으로 문을 닫는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문을 닫은 지방대학이 많고 유튜브에 올라오는 대학주변 풍광이 을씨년스럽다. 이는 곧 경주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학생들이 떠나면서 도시가 텅 비는 것처럼 경주의 미래도 정해진 이야기고 모두가 아는 이야기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 외곽에 경쟁적으로 건물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 반면 시내의 인프라는 크게 변화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시장을 현대화 한다고 하지만 보여주기 위한 생색뿐이고 노인들이 다니기 편한 도시를 만들어야 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외부로만 쏟아 부으니 경주가 사람이 살기 편한 도시가 되기는 점점 어려워져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주가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 했는데 지금 통계가 주는 경주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단언하건데 노인들이 편히 살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아름다운 도시가 된다. 노인들의 지혜와 여유는 우리 사회가 본받고 배워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노인을 짐으로 여기는 풍조가 만연했다. 노령연금이나 노인요양제도 같은 사회적인 제도를 통해서 노인들을 부양하기 시작했지만 실제로 사회가 함께 부양하는 것은 24시간 중 3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21시간은 스스로나 가족의 도움으로 부양을 받아야 하는 형편이다. 대부분 노인들은 이제 사설 요양병원으로 가서 삶을 마감하게 된다. 존엄해야 할 인간이 짐이 되는 사회는 참으로 암울해진다. 경주시에서 운영하는 요양병원이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간병인 한사람이 8명의 환자를 간병하고 그나마 한국 사람은 없고 해외 동포들의 힘을 빌리지만 코로나로 인해 그마저도 사람을 구하기 힘든 형편이다. ‘어쩌면 끝이 정해진 이야기라 해도’라는 로스 피츠모리스가 작성한 수기에 의하면 운동신경질환(MND, Motor Neurone Disease:운동신경세포 퇴행이 되며 소실되면서 근력이 약화 되는 질병으로 루게릭병도 이 병의 일종이다)에 걸린 남편 사이먼의 간병 이야기가 나온다. 인상적인 것은 아일랜드의 경우 가정에서 간병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간병에 간여한다는 것이다. 간병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학습체계 구축, 24시간 간병을 지원하는 2명의 간호사의 파견, 지역 봉사단체가 간병을 포함 집안청소와 놀아주기, 요리 같은 것을 지원한다. 운동신경질환에 걸린 작가의 남편은 눈으로 타자하는 기술의 도움으로 영화를 촬영하고 의사들이 예상했던 수명보다 훨씬 오래 살고 자신의 삶을 마감하게 된다. 루스와 사이먼 부부는 햇빛처럼 찬란한 다섯 아이들을 키우며 아일랜드의 바닷가에서 활기차게 삶을 이어갔다. 감옥 같은 육체에 갇혀 눈동자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임에도 사이먼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고 시선구동 컴퓨터를 이용해 영화를 만든 최초의 영화감독이 되었다. 그 모든 배경엔 당연히 아내 루스와 주변 공동체가 함께 존재했다. 누구나 늙고 누구나 세상을 떠난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만큼 노인의 문제가 아닌 나의 내일에 대한 문제로 인식하고 우리 사회가 노년의 존엄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미 정해진 결말을 향해 공동체적 인식을 함께 할 때 21세기 대한민국과 경주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축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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