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인생 영화는 이미 본 영화인데도 여러 번 보고 싶게 만들고 그렇게 여러 번 보았을 때 매번 새로운 느낌을 주는 영화다. 나에게 ‘쇼생크 탈출’은 그런 영화다.1.“Keep busy living or keep busy dying”(바쁘게 살거나, 아니면 빨리 죽거나) 주인공 앤디는 은행 부지점장이었고 아내 살인이라는 누명을 쓰고 최악의 교도소에서 살게 된다. 자신을 괴롭히는 소장과 주변인들, 그럼에도 앤디는 자신이 그 곳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묵묵하게 한다. 앤디는 매일 조금씩 벽을 긁어 마침내 탈옥에 성공한다. 나는 대학교 1학년 무렵 처음 ‘쇼생크 탈출’을 보았는데, 앤디가 빗속에서 하늘을 향해 팔을 뻗던 모습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무렵 나 자신이 입시 터널을 통과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지 긴 세월동안 조금씩 벽을 긁어 내고 긴 하수도관을 기어서 마침내 탈옥에 성공한 주인공 앤디의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2.“hope is good thing, may 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 thing ever dies”(희망은 좋은 것이다. 어쩌면 제일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앤디는 탈옥을 결심한 후 레드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신은 자유를 찾아서 태평양 연안의 ‘지후아타네후’라는 곳에 갈 거라고 얘기한다. 그러자 레드는 그 동안 앤디가 감옥에서 겪었던 좌절들을 알고 있기에, 앤디에게 ‘꿈과 희망은 헛된 것이니 포기하라’고 말한다. 내가 ‘쇼생크 탈출’을 다시 보던 때는 군대를 다녀온 후 앞으로 무엇으로 밥벌이를 하며 살지 고민이 많던 무렵이었다. 그 시절 나는 늦은 나이에 법대를 가서 사법시험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었다. 그 때 주변에서 만류하거나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 자신도 생소한 법 공부를 잘 할 수 있을지? 사법시험에 붙을 수 있을지? 계속 떨어지면 어쩌지? 등 한 동안 부정적인 생각들과 씨름했었다.3.“Fear can make you prisoner. Hope can set you free”(두려움은 당신을 감옥에 가둔다. 희망은 당신을 자유롭게 만든다) 앤디의 감옥도서관 친구인 브룩스는 50년 수감생활 후 출소한다. 브룩스는 달라진 바깥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매일 힘든 생활을 반복한다. 그러다 결국 자살하고 만다. 또 다른 친구 레드도 수감 40년 만에 가석방 심사에 합격해 출소하게 된다. 브룩스처럼 허름한 원룸에서 생활하고 마켓에서 포장일을 한다. 레드는 매번 마켓 매니저에게 소변을 보고 와도 되는지 물어본다. 40년을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허락받지 않고서는 소변도 나오지 않는다고 혼잣말을 한다. 레드도 변해버린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범죄를 저질러 감옥으로 돌아갈까, 브룩스처럼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고민한다. 그 때 레드는 앤디가 말한 장소에서 앤디의 박스를 찾아주겠다고 얘기한 약속을 떠올리며 나침반을 들고 옥수수밭으로 향한다. 그리고 가석방 주거지 무단 이탈이라는 범죄를 무릅쓰고, 멕시코행 버스를 탄다. 겉보기에 ‘쇼생크 탈출’은 희망에 관한 영화다. 그러나 나에겐 두려움에 대한 영화다. 탈옥한 앤디, 자살한 브룩스, 앤디를 찾아간 레드, 심지어 감옥의 소장과 경비대원 모두 두려움 속에 살고 있었다. 우리는 살면서 늘 크고 작은 걱정거리가 생기고, 바로 앞의 걱정거리가 해결되면 또 다른 걱정들이 몰려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안다. 그렇다고 늘 걱정 속에 허우적대면서 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가끔 멕시코 해안에서 재회한 앤디와 레드는 계속해서 행복했을까 생각해본다. 그 진짜 결말은 모르겠지만, 그들에겐 또 다른 희망들이 생겼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