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결혼식                                            최정례 신발을 나란히 벗어놓으면한 짝은 엎어져 딴생각을 한다별들의 뒤에서 어둠을 지키다번쩍 스쳐 지나는 번개처럼축제의 유리잔 부딪치다가느다란 실금엉뚱한 곳으로 방향을 트는 것처럼여행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하고 짐을 싸고 나면병이 나거나 여권을 잃어버리는 것처럼가기 싫은 마음이가고 싶은 마음을 끌어안고서태풍이 온다태풍이 오고야 만다.고요하게 자기 눈 속에 난폭함을숨겨두고내일은 결혼식인데 하필 오늘결혼하기 싫은 마음이 고개를 쳐드는 것처럼 -아이러니의 연속이 만들어낸 생 세상의 모든 일이 순조롭게만 진행된다면 ‘인생이라는 극장’은 상연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불연속과 우연이 기실 우리 생을 결정한다. 과연 우리 뜻대로만 된 일이 있었던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과의 만남은 계획대로 이루어진 결과인가? 내 신분은? 아니 오늘 당장 일어날 일들은? 아무도 확신하며 대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시인은 그게 다 마음의 작용이라고 일갈한다. “신발을 나란히 벗어놓으면/한 짝은 엎어져 딴생각을 한다” 엉뚱하고 생뚱맞은, 그러나 수긍하지 아니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신발이 딴 생각을 할 리는 없는 것. 당연히 신발은 우리 두 마음의 표상이다. 시인의 비유는 유쾌하다. 이곳저곳을 오가는 시공간의 확장과 디테일은 시인이 얼마나 활달하고도 유연한 상상력을 가졌음을 가졌는가를 확인하게 한다. 때로는 “어둠을 지키다/번쩍 스쳐 지나는 번개”로 확대되어 엇갈림을 이야기하다가, 절정의 순간 “축제의 유리잔”에 그어진 “가느다란 실금”을 발견하고, 나중엔 생의 반려를 결정하는 신성한 혼례의 날에 이르기도 한다. 그것은 다 우리 안의 두 마음의 부딪침, 충돌 때문이다. 시인은 그런 마음의 회오리를 태풍이라 말한다. 여행을 예약하고 짐을 싸면 꼭 “가기 싫은 마음이/가고 싶은 마음을 끌어안고서/태풍”은 오고야 마는 것이다. 우리는 알고 보면 저마다 태풍의 눈 같은, 눈 속 고요 속 “난폭함을/숨겨”고 있다. 마음의 한 그림자는 꿋꿋한데 또 한 그림자는 막 일렁인다. 두 가닥으로 뻗어가는 그 마음의 무늬 중 어느 것이 진정 내 마음에 가까운 걸까? “내일이 결혼식인데 하필 오늘/결혼하기 싫은” 그림자가 막 점령하는 내 마음의 작용은 천사가 한 것일까? 악마가 한 짓일까? 언제쯤 나는 내 몸 속 두 마음을 찬찬히 바라보게 되는 것일까?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인생은 작은 아이러니의 연속이 만들어낸 연극이라고, 햇살이 막 중얼거리고 지나가는 것이 보이는 가을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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