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코리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송재용 단장은 중학시절 본 ‘대장 부리바’가 명화로 기억되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정치권 인사들의 비뚤어진 자식 사랑과 자식들의 파행이 끓임 없는 시기에 정치인은 물론 사회 고위층 인사들이 반드시 보고 반성할 영화로 꼽는다.
“그렇지 않습니까? 장관이건 국회의원이건 제 자식들 일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비리를 저지르고 재벌 자녀들은 또 얼마나 부도덕한 짓을 많이 합니까? 아버지들이 자식들을 제대로 훈육하지 못한 탓이지요. 대장 부리바였으면 그런 자식들을 어떻게 했겠습니까?”
송재용 단장이 ‘올곧은 아버지’로 꼽는 영화 ‘대장 부리바’는 코사크라는 용맹한 부족을 다룬 우크라이나 작가 니콜라이 고골 (Nikolai Vasilievich Gogol, 1809 ~ 1852)소설 ‘타라스 부리바(Taras Bulba)’를 1962년에 J. 리 톰슨(J. Lee Thompson) 감독이 영화로 만든 것이다. 대장 부리바 역에는 율브리너, 아들 안드레이 역에는 미남 배우 토니 커티스가, 안드레이를 파멸로 이끈 미모의 나탈리아 역에는 당시 19세였던 크리스티나 카우프만이 출연했다. 송재용 단장은 중학교 시절 영화도 영화지만 크리스틴 카우프만이 얼마나 예뻤던지 그 이름을 평생 잊지 못할 정도였다고 술회한다.
영화는 16세기 오스만터키가 동남부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누비던 시절 폴란드와 연합해 터키를 물리치던 용맹한 코스크 부족장 부리바의 전투로 시작된다. 엄청난 사람과 말이 투입된 전투 장면으로 인해 영화 초반부터 극적인 재미가 듬뿍 발산된다.
코사크 족의 분투로 터키를 물리치지만 폴란드는 코사크마저 퇴치하기 위해 부리바 군단의 뒤통수를 친다. 이에 격분한 부리바는 폴란드와 전쟁을 선포한다. 두 아들을 폴란드에서 공부시킨 부리바는 아들들에 대한 기대가 크다. 특히 문무겸전한 큰 아들 안드레이를 지극히 아끼고 그와 격투를 즐길 만큼 스스럼없다.
그러나 이 아들이 적군의 공주인 나탈리아와 사랑에 빠지면서 비극이 시작된다. 초원의 보족인 코사크라는 이유로 천대받던 안드레이는 폴란드의 귀족 처녀 나탈리아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연적인 알렉스 대위를 살해하게 되고 안드레이와 그의 동생은 탈출을 감행, 부리바에게 돌아온다.
전쟁이 시작되고 코사크는 폴란드군을 제압하고 드브르 성을 포위한다. 이 때 안드레이는 성안에 있는 나탈리아를 만나기 위해 잠입했다가 불행히도 잡히고 만다. 적과 내통한 것으로 인정된 나탈리아가 화형에 처할 위기에 처하자 안드레이는 연인을 구하기 위해 성 밖, 코사크 족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소떼를 끌고 올 것을 약속한다.
안드레이가 반역행위를 하던 도중 이를 발견한 아버지 부리바는 아들에게 마지막 선택권을 주지만 안드레이는 나탈리아를 향해 등을 돌린다, 순간 울려 퍼지는 총성과 가슴에 총을 맞고 즉사하는 안드레이!
코사크 족은 결국 폴란드를 물리치지만 나탈리아는 들판에 쓰러져 있는 안드레이의 주검을 끌어안고 오열한다. 소설은 부리바가 결국 폴란드의 군단에 의해 전쟁 중에 장렬히 전사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영화는 부리바가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것으로 매듭 짓는다.
이 영화는 얼핏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우크라이나 판처럼 보이고 한편으로는 황산벌에서 맞선 신라 지도층의 선택과도 비교된다. 공통점은 조국을 배반한 낙랑공주가 아버지의 손에 죽임을 당했고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신라 귀족들의 아들들인 화랑 관창과 반굴 등이 스스로 전장에 나가 목숨을 바쳤을 만큼 조국에 대한 아버지들의 사랑이 비정하리만치 강건했다는 것이다.
“그만큼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자기 자식을 위한답시고 서류를 위조하고 학교에 억지로 입학시키고 공권력을 막아 마약한 아들이나 음주운전한 아들을 감싸는 짓은 하지 말아야지요. 재벌 자녀들의 갑질도 마찬가지고요. 책임 있는 지도자나 올바른 경제인이라면 그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송재용 단장은 영화 속 부리바의 반만큼이라도 우리 사회 지도자들이 본 받기를 기대한다며 대장 부리바를 정치인들이 인생 영화로 삼아야 한다고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