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경주시 배반동 1030-1번지 일원에 추진 중인 ‘지방정원’ 조성 사업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면서 시민과 관광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역 내 관광명소를 잃어버린 셈이 됐다’는 경주시민들의 원성과 ‘입구를 막아선 출입금지 안내판을 보며 헛걸음했다’는 관광객들의 불만이 겹치면서 늑장 행정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 것.
이는 일반에게 더 잘 알려진 명칭인 ‘경북산림환경연구원 수목원’을 두고 나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경북산림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10월부터 본격 공사에 들어간 지방정원 조성 사업은 내년 5월경에나 완공될 예정이다.
당초 예고했던 2020년 하반기보다 완공이 무려 2년 가까이 늦어지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7일 열린 제320회 경북도의회 제2차 정례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방정원이 2021년 초 준공한다는 경북도 관계자의 발언이 확인돼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당시 박승직 도의원의 지방정원과 관련한 질의에 경북도 최대진 환경산림자원국장은 “거의 준공이 다 되어서 코로나 상황을 보면 내년(2021년) 봄쯤에는 준공식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이다. 결국 2020년 하반기에서 2021년 초, 다시 2022년 5월로 완공 일정이 재차 연기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북도의 행정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경북산림환경연구원 본원이 있는 서편은 관람이 가능하지만, 메타세콰이어 나무와 실개천이 어우러져 사진 명소로 떠오른 동편은 착공 시점부터 현재까지 3년간 출입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지방정원 조성 사업 추진 이전부터 경주의 핫플레이스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인생사진 명소로, 또 수백 종의 수목과 꽃 등이 조성돼 힐링명소로 입소문을 타면서 주말이면 이 일대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지방정원 조성 사업이 추진되면서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전성기 때와 비교해 60% 이상 급감했으며, 이로 인해 경주시를 찾는 전체 관광객 수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경주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관광명소 한 곳을 공사 지연 탓에 잃어버렸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경주의 한 관광업계 관계자는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을 자주 찾는 편인데 지방공원 사업 추진 이후 출입을 통제하면서부터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다”면서 “경북도가 당초 예정했던 시기보다 준공을 늦추면서 경주시민들의 불만과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사진 명소인 이곳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았지만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 발걸음을 돌리게 됐다”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경북산림환경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가든센터를 비롯해 주요 토목공사 등은 마무리된 상태이며, 꽃과 나무를 식재하는 등 추가적인 작업이 시행 중”이라며 “건축물과는 달리 수목의 특성상 식재 이후 성장 과정 등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준공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 공사를 마무리하고, 홍보 등을 통해 관광객들이 다시 찾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방정원 조성사업은 경북도가 경북산림환경연구원 본원 일대(30ha)에 사업비 100억원을 투입해 화랑정원을 비롯해 습지식물정원, 편의시설 등을 갖출 계획이다.
역사·문화적 자원이 풍부하고 입지여건이 우수한 경주지역에 녹색휴양 거점공간을 조성해 정원산업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목적이다.
이를 위해 화랑 및 설화를 이용한 스토리텔링 공간 구성 및 프로그램 개발, 산림자원을 바탕으로 산림문화 관광명소 및 랜드마크 육성 등을 사업 추진 방향으로 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