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경주 구도심의 구심적 역할을 해 온 경주역이 오는 12월 그 기능을 마치게 된다. 또한 경주역을 중심으로 시가지를 관통하던 동해남부선과 중앙선 일부도 폐선이 된다.
경주역사와 동해남부선과 중앙선 철도에 대한 활용을 두고 오랫동안 전문가 및 시민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방안을 모색해 왔지만 워낙 광범위한 구역이고 도심 활성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수밖에 없어 그 방향을 제대로 확정하지 못한 채 세월만 보냈다. 경주의 미래가 달린 도심 재구성을 두고 소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주시는 경주역·철도 활용사업을 단기계획과 중장기계획으로 나눠 ‘투트랙’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에 따르면 정부의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사업에 따라 오는 12월 폐역이 되는 성동동 소재 경주역사(878㎡)와 역 광장(6000㎡)을 문화·체험·전시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경주역 문화플랫폼’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오는 연말 폐역 됨에 따라 경주역이 역으로서의 기능은 상실되지만 경주역사와 역 광장을 문화·체험·전시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한다는 계획이다. 그나마 경주역을 철거하지 않고 활용한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주낙영 시장은 최근 “경주 미래를 위해 폐역 될 경주역의 중장기적인 종합개발계획 수립이 매우 중요하지만 폐역 직후, 역사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주역은 중·장기계획과 임시활용계획 투트랙으로 나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경주역을 비롯해 폐철도 부지까지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개발계획 수립까지는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먼저 임시활용방안의 일환으로 이 같은 단기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경주시의 이 같은 추진은 경주역의 폐역 지정에 따른 성동시장, 중심상가 등 역사 주변 상권 보호도 주된 이유로 작용했다고 했다. 시의 단기 계획대로라면 당분간 경주역과 역 광장은 문화행사나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다.
경주시는 경주역에 전문예술에서 생활예술을 아우르는 전시관, 다양한 콘서트와 소규모 공연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특색 있는 문화·예술 공연 및 행사, 예술과 일상이 만나는 아트프리마켓·버스킹공연, 청소년어울림한마당, 공용자전거 대여소, 관광객 및 시민들의 휴식 공간 등이 들어서는 문화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다.
경주역 문화플랫폼이 조성되면 인근 관광자원과 더불어 구 도심권역 관광 활성화에 크게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시는 현재 역사 및 광장 활용과 관련해 소유자인 한국철도공사와 협의 중이라고 한다.
시는 한때 폐역·폐선이 될 경주역·광장·철도부지 14만8770㎡에 대해 공공청사, 상징타워, 상업시설 등 행정·문화·상업이 어우러지는 도시의 중심 공간 조성을 구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경주역과 역 광장, 폐철로 등의 부지 중 경주시의 소유는 거의 없기 때문에 시는 자체 재정으로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될 폐철도 부지를 모두 개발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 같다.
앞으로 소유권이 있는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 국가철도공단과의 이해관계를 풀어내는 것이 경주시의 과제가 될 것이다. 또 경주역 일대를 비롯해 폐철도 일부 부지에 적용되는 고도제한과 문화재보호법 등 관련 규제도 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이런 저런 사유로 경주역과 역 광장, 폐선부지가 도시의 새로운 축으로 기능을 갖추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경주시의 단기적인, 그리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지난 20여년 동안 경주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경주역과 역 광장, 폐철로 활용에 대한 계획수립과 추진이 지나치게 소극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경주역과 폐철도 부지를 천년고도 경주에 맞는 세계적인 상징성을 부여하는 랜드마크 조성하겠다는 등의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향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경주시는 경주역과 역 광장을 단기적인 방안으로 문화플랫폼으로 활용하겠다고 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주역과 역 광장을 문화플랫폼으로 활용하려면 이 또한 세밀한 계획이 요구된다. 우선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도시재생사업과의 연계성을 가져야 하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인근 주요 문화유적지, 황리단길, 전통시장, 읍성 등지와의 연결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경주역과 역 광장이 문화플랫폼으로 제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