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는 명절을 보내는 방법은 물론 ​삶의 방식(Life style)까지 바꿔가고 있다. 우리집의 명절도 변화되어 가고 있다. 형제들이 명절 전, 명절, 명절 후로 조편성(?)을 해서 어머니를 찾아뵙고 아버지 산소를 찾아 각자 예를 올리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 필자는 추석 전 주에 고향을 찾았았는데 부친 산소에서 생각난 단어가 ‘수구초심(首丘初心)’과 ‘경주 한달살기’이다. 수구초심은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제가 살던 굴을 향해 돌린다는 말로, 죽음을 앞두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한 한자성어다. 즉 근본(根本)을 잊지 않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서울 가서 생활하여 서울 생활기간이 경주에서 지낸 기간보다 훨씬 긴데도 그 무게감이 비례 계산되지 않는다. AC(After Corona)의 세상이지만 더욱더 아날로그적 감성, 기억, 사람, 변화의 일상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숲속의 지속되는 추억공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고향 경주의 과거, 현재, 미래를 오랫동안 함께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한달살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최근 방송, 언론, SNS를 통해 ‘제주도 한달살기’를 종종 접하고 있다. 제주도의 풍광과 함께 일상에서 혹은 퇴직 또는 퇴임 후 제주도 한 달 살기는 이제 로망이자 버킷리스트 대상이 되었다. 필자 주변에도 한 달이 아니면 최소한 보름이라도 부부 둘이서 제주도 살이를 해보고 싶다는 사람이 많다. 한달살기는 제주뿐 아니라 남해, 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서 할 수 있다. 코로나19 전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했으나 최근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여행에 목마른 내국인들이 국내 각 여행지로 떠나는 추세다. 국내 여행지에서의 한달살기는 몇 가지 이유에서 더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하나는 코로나19 상황의 지속이다. 코로나로 인해 자유로운 일상생활이 제한됨에 따라 스트레스의 수치가 올라가면서 풍광이 아름답고 여유가 있으며 생활여건이 갖춰진 곳에서 최소한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힐링을 느끼고자 한다. 둘째는 전세계적인 코로나 상황 하에서 해외보다 국내가 훨씬 안전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안전한 곳에서 일상생활 중의 휴식과 퇴직·퇴임 후 일정기간 재충전 및 삶을 돌아보고 재설계하는 편안한 시간을 가지려니 국내여행지가 우선 꼽히는 것이다. 셋째는 패턴의 변화를 느끼고 싶어 하는 여행심리가 성행하기 때문이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완전히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기보다 정기적으로 일상의 공간을 떠나 낯선 곳에서 사람들과 문화, 자연을 즐기고자 하는 여행문화가 우리 사회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가능성에는 코로나를 거치며 근무 형태가 다양해졌고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ies)의 발전과 활용으로 한 달 정도는 특정지역에서 살며 근무하더라도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경주 역시 한달살기의 중요한 대상이 될 것이란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달살기의 대세는 아무래도 제주도인 만큼 경주는 제주를 통해 어떤 점을 배우고 어떤 점을 개선할지, 경주만의 차별화된 매력이 어떤 것일지를 꾸준히 찾아내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한달 살이에 필요한 인프라는 물론 외지인을 따듯히 맞이할 시민의식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얼핏 드는 생각에 한달살이쯤 하는 사람들이라면 명예 경주시민이라 해도 손색없을 성싶다. 이런 명예시민들을 위해 시내 역사·문화시설 입장료, 골프장, 기타 생활전반에서 제공할 만한 혜택을 준비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우선 당장 귀향은 쉽지 않지만 경주 한달살기에 적극적일 법한 출향인들에게 권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느긋한 마음으로 경주를 느끼고 돌아갈 명예경주시민이 많아지면 경주는 이전과는 다른 관광지로 국민들 마음속에 자리잡을 수 있지 않을까? 10월, 가을 햇살이 참으로 좋은 날에 고향을 향해 달리는 마음을 붙들고 한달살기의 화두를 드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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